여기서는 시계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서쪽 벽에 걸린 초침소리는 벽을 타고 북쪽으로, 동쪽으로. 아니, 서쪽이 아니라 동쪽 벽이었던가. 사정없이 튕겨대는 소리에 방향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린 난 이내 눈을 감는다.
시각을 차단하자 청각은 더욱 예민해진다. 째깍째깍째깍.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초침 앞에 맥박은 점점 둔해져 간다. 분명히 엄청난 압력으로 피를 뿜어내고 있을 심장 소리가 희미해지다, 이윽고 사라진다. 째깍째깍째깍. 심장은 쿵쿵 대신 째깍인다.
나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무작정 손을 뻗어본다. 감각의 기억에 의지하여 몇 차례 허공을 더듬자 부서지게 차가운 쇳덩이가 손끝을 울린다. 온몸의 감각을 손끝으로 옮겨 단단히 힘을 주고, 여리게 밀어 본다. 녹슬은 마찰음이 허공을 가로질러 초침을 가뿐히 찢어놓는다. 한순간 뒤바뀐 공기의 흐름과, 콧속을 가득 채운 쌉쌀한 바람.
푸른빛이 감도는 나의 이곳엔 정성스레 초대한 불청객들로 가득하다.
달빛을 받아 일렁이는 썬캐쳐는 풍경 소리를 내다 창문께 어딘가에서 초침과 뒹굴고, 점점 빠르게 고동치는 심장은 째깍, 땡그랑, 땡. 요란하고도 영롱한 소음을 뿜어낸다.
소음. 소음이라고 했던가. 귀를 때리는 다채로운 음에 정신이 몽롱해져 가다, 이윽고 결심한다.
난, 이 소음을 멈출 것이다.
넓게 펼쳐진 귀에 살포시, 바짝 마른 손을 둥글게 말아 덮는다. 더욱 울리는 소리에 몸을 비틀어보지만 바스락 거리는 손가락만이 더욱 길어질 뿐이다.
한껏 길어진 손가락으로 창문을 톡톡 친다. 그새 차가운 공기를 머금어 잔뜩 물기를 두른 유리조각이 닫히자 훅, 마지막 한숨이 꺼질 듯 불어온다.
실낱같은 숨에 더욱 실낱같은 아크릴 파편들이 떨어진다. 녹색, 주홍색, 보라색 소리는 한 데 버무려져 알 수 없는 색을 내며, 쨍, 달그락, 틱. 회빛 백색 소음을 띠는 것에는 더 이상 바람에 목매단 그림자가 없다.
발치에 닿는 덩어리 진 그림자를 외면한 채, 방안 곳곳 꽂힌 시침들에 조심스레 찔려본다. 서쪽 시침에 배인 향은 어스름한 안개를 닮았고, 북쪽 시침에 베인 살에서는 시린 민트향이 난다. 무엇이 진짜인가.
나는 다시 누구의 것인지 모를 눈꺼풀을 서서히 들어 올린다. 너무나도 많은 감각으로 점철된 나의 이곳은 온통 푸른빛이 서려 어지러이 시끄럽다. 있는 힘껏 몸을 일으켜 문 앞에 선 채 다시 귀를 틀어막고 눈을 질끈 감아본다.
톡 튀어나온 뼈에 닿는, 더욱 톡 튀어나온 버튼.
세상이 환해지자, 소음을 멈춘 심장은 박동을 뿜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