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체계적인 아파트 관리 업무는 하루 3번 회의로부터 시작한다.
아침부터 관리과장이 정해성 과장이 일장연설을 한다.
“오늘은 121동 하자점검을 꼼꼼히 해주세요. 꼼꼼히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죠? 이제 하자기간까지 6개월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먼지하나, 구멍하나 전부 찾아내서 사진 찍어서 올려주세요. 오주임은 원래 하자전문이니까 잘하리라 믿고, 김반장 님도 잘 배워놓으세요. 입주 아파트에 가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요즌 날이 너무 더우니까 2시부터 3시까지는 잠깐 쉬었다가 오후에 못한 부분 있으면 마무리하고 들어와서 컴퓨터 작업하세요. 컴퓨터 작업도 너무 늦게까지 하지 말고, 주말을 이용해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커피 한잔 하시고, 담배 한 대 피우시고 일 시작할게요"
보통의 관리사무실에서 기전팀은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고, 관리사무실에서 회의는 월중 행사처럼 어쩌다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국아파트 관리사무실은 하루에 회의를 3번 한다. 아침 일과시작 전에 1번, 오후일과 시작 전 또 한 번, 그리고 주간근무자가 퇴근 전에 마지막 회의를 한다. 오전회의는 오늘 할 일에 대해 체크하고 지시한다. 오후회의는 오전 업무 상황에 대한 진행사항을 체크하고, 저녁회의는 하루일과의 성과에 대해 논의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일하지만 기업에서 일하는 느낌이 든다.
하루에 담배를 두 갑을 피우는 오주임은 담배를 피러 아파트 담장 너머로 나간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김반장은 커피 한잔을 타서 관리사무실 문 앞으로 나가서 커피를 마신다.
관리사무실을 나가자마자 더운 공기가 훅하고 들어온다. 오늘도 아침부터 30도가 넘어가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올여름은 폭염 아니면, 폭우가 반복되어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들었던 부모님 말씀처럼 더울 때는 시원한 곳에서 일하고 추울 때는 따뜻한 곳에서 일하는 직장이 좋은 직장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습하고 더운 날씨가 매일 이어지다 보니 하자조사하는 시간은 땀이 비 오듯 한다. 종이컵에 탄 뜨거운 커피가 더운 날씨에 더 뜨겁게 느껴져서 김반장은 조금 마시다 커피를 쏟아 버린다. 잠시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데 오주임이 돌아왔다.
"오늘도 열심히 돌아볼까, 하자조사라는 것이 귀찮기는 해도 시간은 잘 가니까 얼른 121동으로 가자고, 121동은 라인이 하나라서 금방 하겠네 뭐"
"주임님 말이 쉽지 동마다 3~400개씩 사진 찍는 것이 쉽나요. 지난번에 19동은 500장도 넘게 찍었는데… 그리고 사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서파일로 사진 정리도 해야 하니 쉽지 않네요. 그나저나 오늘은 관리소장이 별 다른 얘기가 없네요."
"아침마다 그 얼굴 표정 좀 봐봐, 얼굴을 보면 그 인생이 보이는 거야. 웃는 걸 못 봤잖아!! “
"그러게요, 쓸데없는 일로 소리나 안 지르면 좋겠어요"
"그냥 우리가 맘에 안 드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 사람이라면 저렇게 행동하지는 않지, 아니면 정말 스트레스가 많던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가 너무 많아"
최영란 관리소장은 이 아파트에 온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1년이 넘는 동안 입대의 대표회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잘 버텨내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소위 파리 목숨으라고 말하는 자리가 바로 관리소장 자리이다. 관리소장은 입대의 회장이나 그 임원들의 눈밖에 나면 영락없이 그만두는 게 일상이기 때문에 1년 이상 있었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정치력이 좋거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 눈밖에 날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 최소장도 이제 지쳤는지 아침마다 보이는 얼굴 표정에 웃는 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