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왈왈 아파트 관리사무실입니다.(2)

2화 : 입주아파트의 꽃 - 하자 조사

by Raindrops

"오 주임님 여기 또 찍어야 할 것 같아요. 주임님 오시기 전에 한번 하자 조사 할 때 찍은 곳인데, 또 찍어야겠죠."


"어 지난번에 찍은 것들도 포함해서 꼼꼼하게 찍자고. 난 여기 EPS/TPS실 좀 살펴볼게 여기에 하자가 너무 많은데......"


"그런데 같은 하자 사진을 층마다 찍어야 하나요? 하나만 찍고 전층이라고 하면 되지 않나요? 지난번에는 그렇게 했는데, 이번에는 똑같은 사진을 층마다 찍으라고 하니 사진도 너무 많고 정리도 힘들어요!"


"그래도 이게 우리 일이니까... 정 과장님이 다 생각이 있어서 시킨 것일 테니까 10개든 20개든 똑같은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둬. 층이 다르니까 다 다른 하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네! 그럴게요”


등에서 땀이 흥건히 젖어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린다. 찜통더위 속에 계단을 오르내리고 공용복도 각 층마다 문을 열고 확인하는 작업은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다.

아파트 각 층마다, PS실, 유수검지장치실, EPS/TPS실 등을 열어보면서 크렉, 마감 불량, 미설치 같은 것들을 찾아내서 사진을 찍는다. 입주아파트의 기전팀의 하루일과의 대부분은 하자사진을 찍는 일로 채워진다.

PS실은 “PIPE SHAFT”의 약자로 여러 가지 배관들이 들어 있는 이동통로이다. 아파트의 공용복도에 보면 PS실이라는 곳이 있고, 이곳에는 수도, 온수, 난방 배관뿐만 아니라 여러 배관들이 설치되어 있다.

EPS/TPS실은 “ELECTRIC”, “TELEPHONE”의 약자에 PS실을 붙인 것으로 전기와 통신선 그리고 분전함등이 있는 장소이다.

유수검지장치실은 소위 스프링클러의 알람밸브가 설치되어 있는 장소로 화재 시 화재진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설비가 위치하고 있다.


“오주임님 여기 온수밸브 쪽에서 누수 있는 것 같아요 확인해 주세요!!”


“우선 사진 찍어서 과장님께 보고하고 긴급으로 하자 접수하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지난번 현장에서 배관에서 배관이 터져서 물 샌 적이 있는데 18층에서 터진 물이 지하 2층까지 내려와서 물 퍼내느라고 고생한 적이 있어요. 더 많이 새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 할 것 같아요. 단톡방에 사진 올렸습니다.”


(단톡방 내용)

"반장님 이 정도는 며칠 두고 보고 나서 하자 접수 해야 할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누수가 안보일 수도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주임님 아직 많이 새는 것이 아니라고 좀 더 두고 본데요"


오늘도 300개 넘게 사진을 찍었다. 출근할 때마다 300개 넘는 사진을 찍고 정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 특히 오영환 주임은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해서 더 힘들어한다.


"그래도 김반장이 컴퓨터를 잘해서 다행이야. 이것 좀 어떻게 하는지 좀 알려줘!"


김반장은 아파트 기전일을 하기 전 공공기관과 컨설팅업체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문서작성에 있어 일가견이 있었다.


"주임님 이거 일괄정리해서 사진을 한 번에 넣어야 일이 빨라요. 사진을 한 장씩 넣으면 오늘 밤새도 못해요!! 일괄정리하는 법 알려드릴 테니까 잘 보세요."


오주임은 스스로 자기 나이 또래에서 컴퓨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보다 젊은 김반장이 컴퓨터를 하는 것을 보고는 김반장하고 일하는 동안 컴퓨터를 좀 더 배워볼 요량으로 시간이 될 때마다 김반장에게 문서작성에 관해 물어본다.

요즘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관리사무실은 이전에 아파트와 다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관리사무실의 업무가 아파트 공용 부분의 관리라고 정의하면 이전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기전기사는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고치는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영선의 업무가 보통의 업무이다. 하지만 지금 신규 아파트는 관리사무실 내에 방재실이라는 장소를 만들고 이곳에 소방수신반을 비롯한 자동제어 시스템을 통해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전반적인 일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아파트를 관리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몸과 손으로 아파트 관리를 하기보다 눈과 머리로 아파트를 관리하는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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