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여 자만하지 말라

드라마 '아웃랜더' - 버그부인의 장례식에 제임스 프레이저의 고별사

by Raindrops

죽음이여 자만하지 말라(Death Be Not Proud)

그대가 전능하고 두렵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불쌍한 죽음이여

한순간의 잠을 자고 나면

우리는 영원히 깨어날 터이니

죽음은 이제 죽음이 아니니라

죽음이여, 그대가 죽게 되리라드라마 '아웃랜더' - 버그부인의 장례식에 제임스 프레이저의 고별사


드라마 '아웃랜더' 시즌 7 제3화 중에서







'아웃랜더'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이 장면에서 잠깐 멈춤을 하고 이 내용이 어디서 나온 글인지 찾아보았다. 영국의 시인 존던(John Donne)의 시로 원문은 더 긴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드라마에서 이 문장이 나오는 장면은 주인공인 프레이저를 죽이기 위해 총을 쏘려는 순간 조카 이안이 화살을 쏴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풍습에 따라 장례를 치르는 장면에서 주인공 제임스 프레이저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죽은 자를 위한 추도사처럼 말을 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날들이 생기게 된다. 내 죽음은 어떨까? 병으로 인해 아파하다 죽을까, 아니면 사고로 급작스럽게 죽을까, 죽은 후에 나는 어떻게 될까? 천국과 지옥이 있어 어딘가로 가는 것인가? 윤회가 있어 다시 미물로 태어나는 것인가? 죽어본 경험과 기억이 없는 나에게는 죽음과 죽음 후에 세계에 대해서는 그저 믿음과 상상의 세계일 뿐이다.


프레이저의 추도사에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죽음이라는 것이 또 다른 세계를 가는 통로쯤으로 생각하고, 죽음을 통해 영원히 사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대사였다. 막연한 두려움에 대상인 죽음에 대해 자신 있게 사망선고를 내리는 그 장면이 내 마음에 의미 있게 다가왔다.

죽음이라는 유한한 시간이 죽음 이후에 영원한 시간으로 이어진다면, 그 영원의 시간을 꿈꾸게 하는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나아가야 하는 대상이 아닐까?


죽음을 한순간의 잠과 같은 것이라고 하는 존던 시인의 생각과 아웃랜더 작가의 생각이 죽음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이 되면 좋겠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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