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감의 맛
봄이 되면 찾아오는 한잔이 있다.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마중하듯 먼저 준비되는 벚꽃 라테. 설레는 색으로 한참을 즐기고 꽃가루처럼 뿌려진 분홍색 초콜릿을 혀에 얹어 녹인다. 낯설고 부드러운 향을 먼저 보내고 달콤함이 찾아오면 꽃놀이는 끝난다.
나의 첫 연애는 짧디 짧았다. 3월 가장 먼저 개화하는 산수유와 함께 피었다가 벚꽃과 함께 졌다.
너무나 짧은 기간에 몇 번 만나지도 못했고 때문에 추억이랄 것도 없다. 어쩌다 서로에게 호감을 가졌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좋다기에 좋은 줄 알았고 싫다기에 싫은 줄 알았다. 그러나 꽃과 함께 찾아왔었기에 매해 너를 기억한다.
세로로 노란색 줄이 박힌 흔하디 흔한 트레이닝복이 네가 입었었기에 네 옷이 되고
네가 슬쩍 들쳐 보았던 책 제목이 내 눈에 박혀 너의 책이 되고
함께 지나던 길에서 들렸던 가요가 너의 곡이 된다.
옷도, 책도, 음악도 시간이 지나며 유행처럼 지나가 버리기 마련인데 계절은 매해 너와 함께 돌아온다.
어쩌다 너는 봄을 타고 왔을까.
타인들의 잊지 못하는 첫사랑이란 나의 봄과 같겠지. 짧았기에 잊을 필요 없는 것. 기억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소소하고 적은 양인지라 평생 가지고 갈 수 있을 것. 봄과 같이 스쳐 지나가는 짧은 시간.
봄이 되면 찾아오는 한잔이 있다.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마중하듯 먼저 준비되는 벚꽃 라테. 설레는 색으로 한참을 즐기고 꽃가루처럼 뿌려진 분홍색 초콜릿을 혀에 얹어 녹인다. 낯설고 부드러운 향을 먼저 보내고 달콤함이 찾아오면 꽃놀이는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