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공부 못한 사람 시점 1-1

어학연수 안 가도 됩니다

by 아가리사업가

2010년 9월,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찾아와 은행나무가 피고, 노란 물결이 만였했다. 바닥에는 떨어진 은행으로 인해 똥냄새가 가득했다. 이때 나는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아무 생각 없이 휴학을 했다. 시간이 흘러넘치는 때라 친구를 만나러 친구 학교에 놀러 갔다.


친구 놈, 이 새키는 캐나다 밴쿠버에 어학연수를 갔다 온 지 2달이 채 넘지 않은 따끈따끈한 친구였다. 캐나다 뽕으로 인해 영어가 굉장히 샬라 샬라가 잘 되는 거 같았다. 남자 둘이 만나면 생각할 것 없이 돼지국밥이었다. 국밥을 먹으며 캐나다에서 있었던 일, 캐나다 사람들의 모습 등을 얘기 기하고 있었다. 한 번도 외국에 나가보지 않았던 터라 막연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명확히는 영어를 자신감 있게 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영어를 잘하고 싶어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당시 나의 영어실력은 말하기는 2세 수준, 읽기 및 쓰기는 3세 ~ 4세를 아울렀다. 영아기 수준의 영어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친구에게 캐나다를 가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를 물었다.


나 : 캐나다는 어떻게 가는 거고?

친구 : 비행기 타고 가지

나 : 아니 ㅅㅂ 가서 영어를 어떻게 배우고 하냐고

친구 : 거 유학하는 대행사 같은 거 있다 거 찾아보면 다해준다

나 : 아 ㅅㅂ 진짜 대충 얘기해주네


정말 성의라고는 1도 없는 대화였다. 성과 없는 대화를 주고받은 후에 집에 가서 인터넷 검색을 하며 대행업체를 찾기 시작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고 생각되는 곳을 선택하고, "다옴 유학네트"라는 업체를 찾아 다음날 가기로 했다.


업체 사장님은 만삭의 여자분이셨다. 어색함에 쭈뼛거리며 업무용 책상 앞에 앉았다. 캐나다 어학연수를 가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사장님은 조근조근 한 간호사 말투로 나의 영어 실력을 물어봤다. 나는 상당히 영어실력이 없다는 말투로 나의 의사를 전달했다. 사장님은 필리핀을 먼저 갔다가 캐나다를 가는 것을 추천했다. 자율성이 많은 캐나다에 먼저 가면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차라리 필리핀에 가서 고등학교처럼 커리큘럼이 있는 곳으로 가면 기초적인 영어실력은 성장해서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추천해 준 것이 필리핀 스파르타 어학원을 2 ~ 3개월 정도 갔다가 캐나다 가는 것을 추천했다. 나는 그때 영어를 배우겠다는 의지가 불타 올랐고, 절대 한눈팔 수 없는 곳으로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요새와 같은 곳을 추천받았고, 거기는 필리핀 바기오였다.


바기오는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강원도"같은 곳이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차로 6시간 떨어진 곳으로 산꼭대기 위에 위치한 도시였고, 도심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한인 어학원이 있다고 했다. 나는 이 과정을 선택하고, 11월에 출국하는 것으로 예약을 잡고 나왔다.


결정을 하고 난 후 혼자서 외국을 간다는 생각에 굉장히 두려움이 밀려왔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잘 도착할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하면 왜 이런 생각을 했나 싶을 정도 지만 그 당시에는 겁이 났다. 이 때는 혼자서 밥 먹기, 혼자서 여행 가기, 혼자서 하는 습관이 없던 터라 어색하고, 두려움이 앞섰다.


그래서 나는 혼자 다니는 연습을 하기 위해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가보기로 했다. 이때 제주도를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처음 가봤다. 비행기 티켓을 끊을 줄 몰라 공항 가서 버스표 끊듯이 제주도행 티켓을 끊었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에 도착한 기념으로 장동건이 광고한 삼성 블루 디카를 들고 턱을 치켜들며 셀카를 찍었다.


SI850901.JPG 눈 빛이 장난 없다


비행기 티켓의 가격은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엄청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주행 편도 비행기 티켓을 끊고, 슈퍼주니어의 로꾸꺼를 들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편명이 전광판에 뜨고, 탑승 중이 떴다. 두려운 마음과 들뜬 마음이 공존한 상태에서 비행기를 탔다.


굉장한 우려 속에서 가을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기 위해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택시 승강장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자전거를 빌리는 곳으로 갔다. 자전거 빌리는 곳도 사전에 찾아왔지만, 모든 것이 혼자서 처음인 나에게 택시기사님은 나의 GPS였다. 지금이야 스마트폰 검색을 하면 다 나오지만 당시만 해도 피쳐폰을 쓸 때라 검색은 컴퓨터가 있어야 가능했다.


자전거 빌리는 곳에 도착해 쓸만한 자전거를 빌렸다. 체인, 바퀴, 페달을 만져보면서 자전거 상태를 확인했다. 이렇게 혼자 하는 첫 제주도 자전거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제주도는 언제 가도 살랑살랑거리는 바람과 파도소리가 나를 반겨주는 듯했다. 바다는 푸른빛으로 물들어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날씨는 햇볕이 내리쬐고 여김 없는 초가을 날씨였다. 이때는 누가 시비를 걸어와도 다 용서해줄 수 있는 마음 상태였다.


이렇게 제주도의 날씨를 만끽하면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제주도는 아직 9월이라 낮에는 상당히 더웠다. 햇볕은 따가웠고, 목은 굉장히 말랐으며, 자전거 페달을 힘겹게 밟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며 주변 경관과 관광지를 구경하려 했었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 경치고 머고 나발이고, 빨리 이 자전거를 갖다 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SI850959.JPG 너무 힘들어서 초코바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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