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옐로모바일 오투오 사업부 로컬 영업부에서 마케터로 일했다. 모든 이름과 부서가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하는 일은 굉장히 원초적이었다.
당시 나는 스타트업의 다양한 업무 경험을 위해 옐로모바일이라는 미래의 유니콘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유니콘이라기보다 말이 되긴 되었는데 조랑말 비슷하게 되었다. 그 당시 옐로모바일은 인수합병으로 굉장히 내가 모르는 말로 회사가 커지고 있었다. 물론 회사가 커지는 거지 내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신입사원 교육을 2주 정도 받고, 숙박팀을 배정받으며 나의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우리 부서는 호텔 같은 모텔, 모텔 같은 진짜 모텔의 블로그 광고를 대행 주는 사업부였다. 일단 아무런 배경지식, 연고, 영업의 기술도 없으니 팀장님을 따라다니며 노하우를 배웠다. 말투와 행동 모든 것을 눈으로 복사하려는 의지로 임했다. 이때 팀장 님을 따라다니며 모텔의 조직도 및 수익구조를 알게 되었다. 또한, 돈이 많아서 모텔 하는 사람, 돈이 없는데 팬츠 CEO로 모텔 하는 사람 등 다양하게 만날 수 있었다.
참고로 야놀자 창업주님도 모텔 당번(사장은 아니지만 모텔 카운터에 있는 사람) 출신이라고 당시 팀장님으로부터 들었다. 야놀자는 지금 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이 되었다.
며칠을 팀장님 곁을 따라다니다가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쯤 혼자 영업하러 다녔다. 경기도 일부와 서울의 모텔촌은 다 돌아다녔다. 왕십리, 영등포, 강남(잠실, 서초, 역삼), 신촌, 인천 부평, 인천 주안, 부천, 안산 이렇게 돌아다닌 기억이 난다. 얼마나 돌아다녔으면 서울에 상경한 지 2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서울 지리와 지하철 노선도를 머리로 그릴 정도로 다 알게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 가본 홍대 놀이터 지금은 없어졌다고 하던데??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 거울이 신기해서 찍었다
광고 영업을 따내기 위해 발품을 팔러 다니다 보면 여기 어때 와 야놀자가 차 타고 나를 지나간다. 정말 이때는 미친 듯이 부러웠다. 하루 10,000보 이상을 걸어 다녔다. 여름에는 오지게 덥고, 겨울에는 오지게 춥다. 퇴근 후 집에 가면 발이 퉁퉁 부어있고, 구두 굽이 얼마 가지 않아 다 닳아 있었다.
오지게 돌아다녔지만 성과는 미비했었다. 노하우도 없었고, 일머리가 없어 방법도 잘 몰랐다. 이렇게 사회생활을 몸소 체험하며 닳고 닳아 있을 때 새로운 일이 들어왔다. SK 시럽이라는 앱 지갑의 쿠폰 광고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대기업의 대대행 정도 일감을 따낸듯하다.
사전에 영업지역을 설정하고, 마케터들을 해당 영업지역에 넣으면 계약을 엄청 따온다. 하지만 여느 스타트업들이 그렇듯 정해진 룰도 없고, 체계도 없으니 잡음이 많다. 또한, 건당 5만 원이라는 돈이 걸려 있으니 성과주의가 만연해 동료 간 감정이 상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나도 하루 3건, 한 달 450만 원을 목표로 음식점 쿠폰 영업을 하러 다녔다. 항상 그렇듯 생각과 현실을 판이하게 달랐다. 가게 주인들이 나와 계약을 안 해주는 것이다. 분명 괜찮은 광고데 내가 설명하면 안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거절받는 게 반복되다 보니 가게 문 열고 들어가는 것에 두려움이 생겼다. 영업하러 갔다가 가게 주변만 맴돌다 안 들어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두려움으로 인해 좌절해 있을 때타 부서 형님이 나를 도와 주웠다. 같이 저녁을 먹으며 서울 시내를 발품 팔며 나의 첫 계약을 위해 같이 다녔다. 6시 30분에 퇴근하고 5시간 정도 일을 했을 때쯤 역삼역 맥주창고(?)에서 나에게 첫 광고 계약을 주었다.
이때 정말 눈물이 났었다. 첫 계약에 "해냈다"라는 생각과 함께 성취감이 몰려왔다. 같이 돌아다녔던 형님한테도 엄청 고마워했고, 그때의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서 일기장에 써놨다.
이름은 가렸다
하지만 그때뿐이었지 여전히 나의 영업실적이 제일 낮았다. 축구 선수들이 이적하고 환경이 바뀌면 갑자기 못하는 것처럼 퍼포먼스가 나지 않는 것 같았다. 회사에 들어오면 실적판이 보이고, 팀장들은 나에게 욕은 안 했지만, 챙겨 주는 처억 하면서 돌려 까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이때는 정말 힘들었다.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라는 생각에 실망감이 크게 왔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듯 스스로 퇴사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번은 일을 마치고 사무실에 복귀했을 때 이사님이 호출하셨다. 회사 근처에서 술 한잔 하면서 회사 얘기를 했다. 이때 나의 가치관, 일할 때 힘든 점 등 허심탄회하게 모든 이야기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자리가 굉장히 민감하고, 잘 생각하며 말해야 하는 자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 당시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었기에 여과 없이 말했다. 그리곤 술자리에서 다음 달 월말에 1등 하는 모습을 약속하면서 계속 다닐지, 퇴사를 할지 결정하자고 했다.
사람이 속에 있는 얘기를 시원하게 말하고 나니 답답한 것이 사라졌다. 마인드셋이 되고, 옷을 고쳐 입으면서 의지를 다 잡고 의욕이 생겼다. 이렇게 나는 새롭게 정신무장을 하고 필드에 나갔다.
이사님과 대화를 이후로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하루 한 건의 계약도 못하던 내가 5건씩 계약을 해왔다. 일이 잘되기 시작하면서 회사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정말 신나게 일했고, 일에 대한 겁이 없었다. 거래처 사장들을 만나면 무조건 계약을 따왔다.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기도 하고, 감정에 호소하며 때를 쓰기도 했다. 뭐든 시도를 했고, 나의 목표는 "무조건 계약서를 받아간다" 이 생각만 했다.
정신없이 신나게 일을 하다 보니 월말 실적판에는 내가 1등을 하고 있었다. 굉장한 성취감과 나를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봤지 내가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강력하게 심어 주었다. 물론, 우리 팀장은 크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사님은 흐뭇하게 보고 계셨다.
상황판에 1등을 장식하고, 박수 칠 때 떠나야 된다는 생각으로 퇴사했다. 정말 퇴사를 한 순간 단순한 생각으로 쉽게 결정했다. 이렇게 2014년 10월 나는 6개월 정도 다닌 회사를 정리하게 된다.
옐로 모바일은 나의 인생에 2가지 가장 큰 무기를 주었다. 첫 번째는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는 의자와 용기를 심어 주었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그때에 아무런 연고 없는 곳에서 모르는 가게에 문 열고 들어가 모르는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했던 일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굳은살이 되었다.
두 번째는 거절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싫어하고 귀찮아한다. 현재에 안주하기를 원하고 변화하기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절은 당연한 것이다. 저마다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이 있듯이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프레임이 있다. 그 프레임을 깨지 못하면 우리는 거절을 받는 것이다. 스스로가 생각하고 경험한 가치관이 누군가에 의해서 틀렸다는 지적을 받는 순간이다. 이것을 누가 지적을 받고 싶은 사람도 없으며, 설상 틀렸다 하더라도 인정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참고 해내야 한다. 거절받는 것이 힘들고, 자존심 상한 일이지만 결국 일이니까 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대답은 거절이 아니라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하겠습니다."이런 대답이다.거절은 나의 시나리오에 없었기 때문에 긍정적인 대답이 나올 때까지 찾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생긴 무기는 지금 나를 성장시켜주는 큰 자산이 되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게 해 주었다. 아직도 나는 거절당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