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합니다
너무 늦게 꺼낸 나의 이야기. 2025.3.25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생일이었다.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꾹꾹 담아보려고 한다.
밤 새 불안이 찾아와서 비록 새벽 네시까지 잠을 못 들었지만, 그 시간조차 내 시간으로 만들 수 있던 밤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석가모니 말씀 읽기, 내 마음을 알아볼 수 있는 일기도 썼다. 그리고 내가 사고 싶었지만 결정이 어려워 미뤄뒀던 쇼핑 리스트 중 치마, 단화, 케이스를 결정하고 구매했다.
밤 열두 시였던 것 같은데 새벽 네시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편안하게 잠에 들었다. 정직하고 똑 부러진 내 몸은 완전 뻐꾸기다. 8시 반이 되니 눈이 떠졌다. 침대에 누워서 눈 뜨자마자 남편과 효주가 내 생일을 축하해 줬다. 우리 효주가 언제 이렇게 커서 내 생일을 축하해 주나. 할 수 있는 말도 아직 그렇게 많지 않은데, 또박또박 “엄마, 생일 축하해”라며 말하는 너를 보면 너무 행복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내 생일이라 하루를 통째로 가족끼리 보내고 싶었지만, 효주가 어린이집 적응 중이라 남편과 내 욕심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남편과 나에게 두세 시간 정도 둘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남편이 골라준 오마카세 식당에서 오붓하게 식사를 했다. 내가 좋아하는 남편이랑 내가 좋아하는 회도 가득 나오는 오마카세 식당도 너무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둘만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도 좋았다. 참돔 맛있어!
어린이집 루틴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효주를 조금 일찍 데려오기로 했다. 이번에도 남편이 고른 코스. 피자 만들기 체험이다!
아, 그전에 빠진 게 있다. 어린이집 하원하는데 남편이 선생님께 오늘 효주 엄마 생일이라서 피자체험을 간다고 말을 하더라. 쑥스럽지만 또 그렇게 챙겨주는 남편이 항상 고맙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도 생일을 축하해 주셨다.
양평에 위치한 소나기 마을에서 진행했다. 약속시간보다 많이 늦어졌지만 사장님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그리고 바로 피자 만들기를 시작했다. 효주가 직접 만들어줬는데 생각보다 너무 즐거워했다. 게다가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정말 맛있었다. 행복이 배가 되어서 그런 건지 한동안 피자를 계속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자를 만들고 밖으로 나갔다. 작고 보잘것없는 썰매가 있었는데 겉모습만 보고 이게 재미가 있으려나 싶었다. 근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동심으로 돌아온 것 같은 마음이었다. 효주와 남편, 나도 다 같이 까르르하며 썰매를 탔다. 그때의 풍경과 그날의 우리 그리고 그날의 감정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집에 돌아와서 잘 준비를 하려는 중에 남편에게 전화가 오더라. 남편의 막내 동생, 정호가 전화를 했다. 오늘 내 생일인걸 기억하고 남편한테 내가 필요한 게 있냐고 물어보는데 고맙고 기특했다. 내가 남편 막내 동생을 처음 본 게 초등학생 때인데 이제는 다 커서 나를 챙겨줄 줄도 알다니 그 마음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다.
즐겁게 체험을 마치고 시댁에 갔다. 어머님이 맛있는 저녁을 해주셨다. 어머님께서 차려주신 상은 정말이지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작년 나의 생일은 마음이 공허하고 외로운 하루였는데, 올해 내 생일은 사람과 사랑으로 꽉 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