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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tha Mar 30. 2022

들어올 때는 쉬웠을지 몰라도

3월 30일 (1764), P. 로카텔리가 세상을 떠난 날

258년 전 오늘, 

1764년 3월 30일  

이탈리아 음악가 피에트로 안토니오 로카텔리(Pietro Antonio Locatelli 1695-1764)가 암스테르담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로카텔리가 살았던 암스테르담 집(프린센그라흐트 506)의 현판


로카텔리의 생애는 바이올린으로 시작되어 바이올린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찍이 고향 베르가모에서 바이올린 주자로 일을 시작한 로카텔리는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코렐리(A. Corelli, 1653-1713), 발렌티니(G. Valentini) 등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모여 있는 로마로 갔습니다. 재능 있는 그는 빠르게 성장했고, 얼마 되지 않아 로마의 귀족들과 고위 성직자들의 후원을 받으며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갔죠. 만족하지 않은 로카텔리는 20대 후반부터 5년간 이탈리아와 독일을 누비며 비르투오조 바이올리니스로서 명성을 얻었습니다.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연주로 청중들을 놀라게 했다는 기록들이 전해지는데요. 이 시절 자신이 직접 연주하기 위해 다수의 바이올린 작품들을 썼죠. 

1729년 로카텔리는 최종적으로 암스테르담에 정착했습니다. 연주나 작품 활동을 예전만큼 활발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존경받는 대가이자 유명인사였던 그는 부유한 귀족들의 존경과 후원을 받으며 편안한 삶을 살았습니다. 아마추어들을 레슨하고 악보들을 편집, 출판하고, 바이올린 줄을 만들어 파는 사업까지 하면서 상황은 더 좋아져서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많이 돈을 버는 음악가였다고 하네요. 


음악학자들은 로카텔리는 쥬세페 타르티니와 함께 바로크 후기, 바이올린 연주 기교를 한 단계 끌어올린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로 평가합니다. 특히 12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담고 있는 <라르테 델 비올리노(L’Arte del violino) - 바이올린의 예술, Op. 3>은 로카텔리의 가장 중요한 업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각 협주곡 1악장과 3악장 뒷부분에는 매우 난해한 기교를 요구하는 ‘카프리치오’가 붙어 있습니다. 2분에서 5분 정도 길이의 이 카프리치오 부분을 바이올리니스트는 아무 반주 없이 오롯이 독주로 책임져야 하죠.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실험적인 시도였는데요. 로카텔리가 사망하고 18년 후에 세상에 태어나는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가 훗날 발표하는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24개의 카프리스>에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추측입니다. 실제로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1번은 로카텔리의 <라르테 델 비올리노 Op.3>의 협주곡 4번 1악장의 카프리치오와 매우 유사한데요. 비교해서 들어보시죠.  

  

https://youtu.be/Y3P0GLZQAnQ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1번


https://youtu.be/HtcRF-V_zGo

로카텔리의 <라르테 델 비올리노 Op.3>의 협주곡 4번 1악장의 카프리치오


로카텔리의 <라르테 델 비올리노 - 바이올린의 예술, Op.3> 중에서 음악 듣겠습니다. ‘화성의 미궁 – 들어올 때는 쉬웠겠지만 나갈 때는 어렵지’라는 부제가 있는 (Il Laberinto Armonico, facilus aditus, difficilis exitus) 마지막 12번 협주곡입니다. 


https://youtu.be/Q_BId5xAEoc


귀도 즐겁고 눈도 즐거운 연주였죠? 파가니니 이전인 바로크 시대에 이미 이렇게 현란한 바이올린 카프리치오가 있었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258년 전 오늘, 1764년 3월 30일 바이올린의 대가 피에트로 안토니오 로카텔리의 또 다른 바이올린 음악들, 다음 기회에 또 소개해드릴게요. 편한 밤 보내세요!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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