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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을 위한 샤콘느

4월 3일 (1897), 세상을 떠난 브람스를 기억하며

by agatha

125년 전 오늘,

1897년 4월 3일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클라라 슈만이 세상을 떠난 지 열 달 만의 일로, 브람스의 나이는 63세였죠.


가장 보수적인 낭만주의 작곡가 브람스는 과거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고전주의 음악은 물론이고 바로크 시대의 음악까지 진지하게 탐구했죠. 카논, 푸가 등 대위법적 작곡 테크닉을 연마했고, 바흐와 헨델이 남긴 선율들을 주제로 하는 새 작품들을 탄생시켰죠. 그중에서 오늘은 브람스에 의해 왼손을 위한 피아노곡으로 재탄생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 S. Bach)의 ‘샤콘느’를 소개해드립니다.


바흐의 <샤콘느>는 <무반주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2번 BWV1004>의 마지막 곡입니다.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방드, 지그까지 네 개의 춤곡이 연주된 후, 그 뒤를 이어 3박자의 느린 템포로 되풀이되는 여덟 마디 베이스 선율 위에서 장려하게 펼쳐지는 춤곡이 바로 <샤콘느>죠. 사실 19세기 후반, 바흐의 <샤콘느>는 음악가들 사이에서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페루치오 부조니(Ferrucio Busoni, 1866~1924)를 비롯,

로베르트 슈만, 요하네스 브람스 등이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여 새로운 편곡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그중에서 오늘 준비한 브람스의 편곡은 특이하게도 왼손으로만 연주하는 피아노곡입니다. 들어보시죠.


https://youtu.be/LUMYNDfY0hQ

알렉상드르 캉토로프가 연주하는 바흐-브람스의 왼손을 위한 <샤콘느>


브람스가 이렇게 한 손을 위한 작품을 쓰게 된 것은 그가 평생 사모했던 단 한 명의 여인, 클라라 슈만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로베르트 슈만의 아내이자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슈만이 데뷔 50주년을 한 해 앞둔 1877년, 갑자기 찾아온 오른손 통증으로 연주 생활 최대의 위기를 맞았던 것이죠. 잡혀 있던 모든 연주 일정을 취소할 정도였는데요. 이 모습을 곁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브람스는 그녀를 위해 왼손만으로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곡을 생각하게 됐고, 바흐의 <샤콘느>를 편곡하기로 합니다. 바흐는 브람스와 클라라 슈만이 가장 존경하는 작곡가였죠...


125년 전 오늘, 1897년 4월 3일 숨을 거둔 낭만시대 작곡가 브람스를 기억하며 그와 관련된 옛 음악 전해드렸습니다. 다음 기회가 되면, 브람스가 헨델이 남긴 주제를 갖고 쓴 변주곡과 푸가 Op. 24도 함께 듣는 시간 마련해볼게요.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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