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2022) 따뜻한 봄날 산책길에
서울 낮 기온이 24도까지 올라가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아마 오늘 집에만 계셨을 분은 없을 것 같아요. 멀리 나들이까지는 아니어도 동네 한 바퀴 정도는 슬슬 걸어보셨죠?
부드러운 산들바람, 향기로운 꽃, 자연의 풍광을 즐기는 행복한 분위기가 생생하게 표현된 옛날 이탈리아 세속 노래가 있어서 소개해드립니다.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1567-1643)라는 이탈리아 작곡가가 만든 마드리갈 '서풍은 돌아오고'(Zefiro torna)입니다. 저는 이 곡을 들을 때 왜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가요가 덩달아 생각나는지 모르겠어요. 두 곡 다 상춘곡(賞春曲)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겠죠?
가사의 내용을 요약해드리면 :
부드러운 서풍이 부는 아름다운 계절에 양치기 필리스와 양치기 아가씨 클로리스는 머리에 화환도 쓰고 시쳇말로 꽁냥꽁냥 사랑을 속삭이는데, 숲에 혼자 남겨진 나는 외롭고 외롭다... 그래서 울다가 슬퍼하다... 에이, 노래나 하지 뭐!
음악 들으시면서, 악기 반주가 같은 음형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도 눈치채셨나요? 가볍게 당김음이 들어간 짧은 음형이 이 곡에서 무려 쉰여섯 번이나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음형을 살짝 어려운 음악적 용어로는 '바소 오스티나토'(고집 저음) 또는 그라운드 베이스(ground bass)라고 하고요. 이런 음형으로 진행되는 음악을 '샤콘느'(chaconne)라고도 하는데요. 아마 '샤콘느'라고 하면 대부분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의 바흐나 비탈리의 샤콘느를 많이 들으셨겠지만, 이렇게 경쾌하고 유쾌한 분위기의 샤콘느도 있답니다.
혹시 오늘 사정이 있어 집콕하신 분이 있다면, 지금 창문이라도 열어보세요. 봄밤의 향기와 바람이 몬테베르디의 노래처럼 아주 부드럽고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