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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m, süßes Kreuz 오라, 달콤한 십자가여

2022년 (주님 수난) 성 금요일을 지내며

by agatha

오늘은 그리스도교 교회력 상으로 ‘성 금요일’입니다.

예수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진지한 예식 가운데 복음서에 기록된 긴 수난 부분을 낭독하는 엄숙한 순서가 있는 날이죠.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는 마태오, 루카, 요한, 마르코, 4대 복음서에 따르는 각각의 수난곡을 작곡했습니다.

그중에서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은 <마태 수난곡>과 <요한 수난곡>인데요. 두 수난곡 모두 바흐 음악 세계의 정수라 할 만큼 위대한 작품들입니다. 그중에서 <마태 수난곡> BBWV244는 1727년 그해의 성 금요일인 4월 11일,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초연됐고요. 1729년 4월 15일, 1736년 3월 30일, 1742년 3월 23일... 이렇게 여러 차례 바흐의 지휘로 성 금요일에 연주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서 26장 1절부터 27장 66절까지의 내용을 기초로 해 예수의 수난 과정을 음악적으로 입체감 있게 그려내는 이 작품은 복음서의 텍스트는 주로, 테너 독창자인 복음사가(Evangelist)가 레치타티보로 이끌어가고요. 그 중간중간, 코랄이나 아리아, 중창, 합창 등을 적절히 배치해 예수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극적인 내용을 더욱 짜임새 있게 펼쳐 보이는 구조로 구성돼 있습니다. 총 2부 68곡,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이 작품은 어느 한 곡 뺄 수 있는 음악이 없는데요.


사실 이렇게 긴 대작을 전곡 감상하기란 공연장에 가지 않는 한, 현실 세계에서는 방해 요소가 너무 많죠. 저도 한 자리에서 전곡을 듣기는 어려운 조건이라, 이번 시순 시간 틈틈이 '쪽감상'을 하였는데요. 아름다운 곡이 정말 많지만, 요 며칠 제 마음에 깊숙이 들어온 곡은 2부에 나오는 베이스 아리아 ' Komm, süßes Kreuz'(오라, 달콤한 십자가여)입니다. '달콤한 십자가...'라니, 좀처럼 어울리기 힘든 형용사와 명사죠. 군사들의 조롱을 받고 끌려나가는 처참한 장면 후, 베이스 가수가 부르는 이 아리아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오라, 달콤한 십자가여"라고 말하렵니다.
예수여, 그것을 제게 주소서.
수난이 제게 지나치게 무거울 땐
잘 지고 가도록 저를 도와주소서.
오라, 달콤한 십자가여.

담담하지만 묵직하게 펼쳐지는 성악가의 노래와 함께 어우러지는 베이스 비올의 비장한 리듬과 선율이 매우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곡, 들어보시죠.


https://youtu.be/AVH-VLqOYGE

바흐의 <마태 수난곡> 중에서 베이스 아리아 'Komm, süßes Kreuz'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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