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2주일을 지내며
오늘은 교회력으로 '부활 제2주일'입니다.
오늘 가톨릭 미사에 참례하신 분들은 주보에서 아래와 같은 입당송을 읽으셨을 거예요.
갓난아이처럼 영적이고 순수한 젖을 갈망하여라.
너희는 그 젖으로 자라나 구원을 얻으리라. 알렐루야!
Quasi modo géniti infántes, allelúia: rationábile,
sine dolo lac concupíscite, allelúia, allelúia, allelúia
베드로 1서, 2장 2절의 말씀이고요. 라틴어 그레고리오 성가로는 아래와 같이 노래가 시작합니다.
그런데, 첫 두 단어 '콰지 모도'(Quasi modo)가 왠지 모르게 친숙하지 않으신가요? 우리말로 옮기자면 ‘콰지 모도'는 '~인 상태(modo)인 것처럼(Quasi)'인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콰지 모도'는 빅토르 위고의 유명한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Notre-Dame de Paris, 1831)의 주인공인 성당 종지기의 이름입니다. 어찌해서 소설 속 종지기의 이름이 오늘 부활 제2주일의 입당송 가사인 걸까요?
소설을 꼼꼼히 읽으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이 종지기는 노트르담 성당에 버려진 아기였고, 그날은 마침 부활 제2주일이었습니다. 부활 제2주일은 이날의 입당송 가사를 따서 '콰지모도 주일'(Quasimodo Sunday)라고도 했죠. 그래서 아기에겐 '콰지모도'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그런데요. 이 부활 제2주일은 '콰지모도 주일' 말고도 여러 개의 별칭이 있습니다. 세례를 받은 새 그리스도인들이 부활 성야에 입었던 흰 옷을 일주일 간 입고 지내다가 오늘 여드렛날을 맞아 그 흰 옷을 벗을 수 있기 때문에 'Ebdomada alba', 즉 사백주일(啣白主日)이라고도 하고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2000년 부활 제2주일에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신심이 대단하였던 폴란드 출신의 파우스티나 수녀를 시성하는 자리에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특별히 하느님의 자비를 기릴 것을 당부함에 따라, 가톨릭에서는 2001년부터 해마다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고 있기도 하죠.
음악 듣겠습니다. 부활 제2주일의 입당송 'Quasi modo'(갓난아이처럼 영적이고 순수한 젖을 갈망하여라)입니다.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