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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공화국 제89대 도제의 즉위식 음악

4월 26일 (1595), 마리노 그리마니의 도제 즉위식이 열린 날

by agatha

427년 전 오늘

1595년 4월 26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새 도제(doge)의 즉위식이 열렸습니다.


당시 유럽과 동양을 잇는 최고의 도시국가였던 베네치아 공화국은 평의회 선거를 통해 총독, 즉 도제를 선출했고, 이 도제는 막강한 권력을 가졌는데요. 오늘 즉위식을 가진 새 도제는 마리노 그리마니(Marino Grimani, 1532-1605)라는 인물로, 부유하고 유능한 정치인이었다고 하네요.


Pietro_Malombra_-_Portrait_of_Doge_Marino_Grimani_-_Walters_37591.jpg 1595년부터 1605년까지 베네치아 도제를 지낸 마리노 그리마니


즉위식은 성 마르코 대성당을 중심으로 펼쳐진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성 마르코 대성당은 도제의 관할 하에 있는 성당으로, 도제의 정치적, 종교적 권위를 상징했습니다. 당시 베네치아의 각종 종교적, 국가적 행사의 대부분이 성 마르코 성당이나 성당 바로 앞까지 뻗어있는 드넓은 광장에서 거행됐고, 매우 호사스럽게 치러졌다고 합니다.


오늘 즉위식도 마찬가지였어요. 미사와 더불어 진행됐다고 하는데요.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새로운 도제의 선출이 선포됐고, 이어 오르간 서주, 또 관악기, 현악기의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즉위식 음악은 성 마르코 대성당 소속인 16명의 가수, 코넷과 색벗 앙상블, 그리고 여러 명의 현악 연주자들과 함께 마리노 그리마니 개인 소유의 관악 앙상블과 트럼펫 수행원들이 맡았다고 해요. 트럼펫과 타악기들이 가세했고, 오르간도 성 마르코 성당 안의 파이프 오르간 두 대에, 그것도 모자라 쳄버 오르간도 한 대 더 비치했다고 합니다.


이날 행사의 음악을 기획, 구성한 사람은 당시 성 마르코 성당의 오르간 주자로 활동하고 있던 안드레아 가브리엘리(A. Gabrieli)였습니다. 안드레아 가브리엘리는 자신의 조카인 조반니 가브리엘리(G. Gabrieli)의 음악과 자신이 직접 작곡한 곡들을 위주로 음악을 짰는데요. 이 두 사람은 즉위식 이후에도 공식적인 행사를 무척 즐겼던 도제 마리노 그리마니를 위해 많은 음악을 작곡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즉위식의 대미를 장식했던 합창곡을 준비했습니다. 조반니 가브리엘리 작곡의 모테트 ‘Omnes gentes - 세상 모든 민족들아’입니다.

https://youtu.be/gHMoRzW6is4

도제 즉위식의 대미를 장식한 조반니 가브리엘리의 모테트 <세상 모든 민족들아>(Omnes gentes)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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