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1749) 초연된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
273년 전 오늘,
1749년 4월 27일
영국 런던에서 드디어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Music for the Royal Fireworks)이 초연됐습니다.
이날의 행사를 치르기 위해 엿새 전인 4월 21일에는 복스홀 가든이라는 곳에서 리허설이 있었죠. 런던의 교통을 몇 시간이나 마비시켰을 만큼 대단한 인파가 몰렸던 리허설이었음을 이미 말씀드렸었는데요.
https://brunch.co.kr/@agathayang/136
드디어, 오늘 본 행사가 치러졌습니다.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의 종식과 엑스라샤펠 조약의 체결(1748)을 기념하기 위해 영국 왕 조지 2세가 마련한 대규모 불꽃 축제였죠. 장소는 런던 중심의 그린 파크(Green Park)였는데, 건축가 겸 불꽃 축제 전문가인 이탈리아 사람 세르바도니(Giovanni Niccolò Servandoni)가 조지 2세의 명을 받아 건축물도 따로 세웠습니다. 불꽃 준비와 진행 역시 이탈리아 전문가들을 불러와 맡겼죠. 그리고 런던의 주요 귀족과 군 장군들까지 가세해 이날을 준비해왔는데요.
불꽃과 어우러질 음악은 헨델이 담당했습니다. 헨델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야간 야외 행사라는 점과 조지 2세의 취향을 고려해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 편성으로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현악기는 생략하고, 스물넉 대의 오보, 열두 대의 바순과 콘트라바순, 세르팡, 아홉 대의 내추럴 트럼펫, 아홉 대의 내추럴 호른, 케틀 드럼과 사이드 드럼 등 주로 군대 악기들을 사용했죠(헨델은 훗날 현악기 파트를 첨가해 재작업합니다).
시간이 되어 101발의 축포가 터지고 헨델의 음악은 성대하고 화려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는데, 정작 불꽃 자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요(불꽃 하나가 다른 곳으로 튀어 불이 나는 사고가 있었다지요). 이날 축제에서 왕과 사람들을 만족시킨 것은 헨델의 음악뿐이었습니다.
이야기를 적다 보니,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마음에 걸립니다. 끔찍한 뉴스들이 매일매일 올라오고 있는데요. 전쟁이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온 땅에 평화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음악 준비했습니다.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 중에서 세 번째 곡 '평화'(La Paix)입니다.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