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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tha Jan 01. 2022

18세기의 'Gabriel's oboe'?

 1월 2일(1726) 남미에서 세상을 떠난 음악가 지폴리를 기억하며

1726년 1월 2일,

지금으로부터 296년 전 오늘

도메니코 지폴리(Domenico Zipoli, 1688-1726)라는 이름의 이탈리아 음악가가 남아메리카 코르도바(Córdoba)에서 서른일곱의 생을 마쳤습니다.  


'지폴리'라는 이름이 매우 생소하실 텐데요. 

토스카나 태생의 도메니코 지폴리는 유럽에서의 보장된 미래를 뒤로 하고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에서 새로운 꿈을 펼쳤던 음악가입니다. 롤랑 조페 감독의 그 유명한 영화 <미션> (1986) 다들 아시죠? 18세기 유럽의 수도사들이 남미 선교를 떠나 겪었던 일들을 드라마틱하게 그린 작품이었는데요.  <미션> 속의 인물들처럼 지폴리 역시 '예수회'라는 수도회에 소속돼 있었고, 그리스도교 전파를 위해 멀고 먼 미지의 세계로 떠났습니다.  53명의 동료와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 때가 1717년 7월. 그의 나이 스물여덟 살 때였죠.


18세기 남미 선교 활동을 그린 <미션>


지폴리는 파라과이의 예수회 관구 내 코르도바 예수회 수련소에서 신부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았고, 음악을 통한 교육과 선교 활동을 펼쳤습니다. 유럽을 떠나오기 전, 로마에서 오르가니스트로 일했고 건반악기 작품집도 발표한 실력 있는 음악가답게 지폴리는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죠.  원주민들은 지폴리의 연주를 몇 시간씩 황홀하게 들었다고 하고요.

지폴리의 작품들은 파라과이, 볼리비아, 페루까지 널리 널리 퍼져나갔는데요. 해당 지역의 식민 총독들이 어서 더 음악을 내달라고 독촉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폴리는 남아메리카로 건너온 지 8년도 채 되지 않아 핵으로 추정되는 병으로 쓰러졌고,

1726년 1월 2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음악 듣겠습니다.

지폴리가 남긴 음악 중 가장 대중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는 오보, 첼로, 오르간, 오케스트라를 위한 '아다지오' 준비했는데요. 원래는 오르간 곡으로, 가톨릭 미사 중 거양 성체 순서에서 사용됐던 음악입니다.

("All'Elevazione I" from "Sonate d'Intavolatura per Organo e Cimbalo" Op.1 [1716])


https://youtu.be/sonXchWgRL4

D. 지폴리의 <아다지오>


들으시면서 혹시 영화 <미션>의 테마곡  'Gabriel's oboe'가 떠오르진 않으셨나요? 선율과 분위기의 유사성 때문에 혹자는 엔리오 모리꼬네가 지폴리의 <아다지오>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미지의 대륙에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유럽에서는 잊혀져 있던 작곡가 도메니코 지폴리. 그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남미 출신의 현 교황 프란치스코도 “젊은 지폴리가 우리에게 보여준 모범은, 비록 18세기의 삶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새로운 세대를 위해 유용하다”는 말씀을 하기도 하셨는데요.


1월 2일, <고음악 365, 오늘 이 곡>에서 함께한 음악은, 멀리 남미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296년 전 오늘, 1726년 1월 2일에 세상을 떠난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 음악가 D. 지폴리의 <아다지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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