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1809), 멘델스존이 태어난 날
2월 3일, 오늘은 19세기 음악가 멘델스존(F. Mendelsohn, 1809-1847)이 태어난 날입니다.
그리고 제 생일이기도 해요.
언젠가 우연히 멘델스존과 제 생일이 같다는 것을 알았을 때, 괜히 어깨가 으쓱으쓱했습니다. 멘델스존 하면 떠오르는 부유하고, 고귀하고, 지적이고, 섬세한 그 이미지를 감히 제 자신에게 걸쳐보면서 말이죠. 그의 이름 펠릭스(Felix)의 뜻이 '행복'이라는 것도 너무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도 모든 것이 완벽하고, 또 행복한 사람이 돼야지...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여러분도 자신과 생일이 같은 음악가가 누가 있나... 궁금하지 않으세요? 아래 링크에 들어가서 한 번 찾아보세요. 음악가의 생일은 물론이고, 사망일, 결혼, 이혼, 작품의 초연 등... 클래식뿐 아니라 모든 장르의 음악가들과 관련한 중요한 사건들을 날짜별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https://www.onthisday.com/music/classical
오늘 제 생일, 또 멘델스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고른 고음악(Early Music)은 바흐의 <마태수난곡>입니다. 멘델스존은 작곡가인 동시에 유명한 지휘자이기도 했는데요. 지휘자로서 그가 한 매우 중요한 업적 중에 하나가 100년 동안 잠자고 있던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다시 세상에 알린 것입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멘델스존이 열네 번째 생일 때, 할머니가 <마태 수난곡>의 악보를 선물로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하는데요. 스무 살이 된 멘델스존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던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지금까지도 <마태 수난곡>은 바흐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사랑받고 있죠.
두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대작 바흐의 <마태 수난곡> 중에서 베이스 아리아 ‘나의 마음을 깨끗이 하여’(Mache dich, mein Herze, rein), 오늘은 골랐습니다.
‘나의 마음을 깨끗이 하여’(Mache dich, mein Herze, rein)는 예수의 시신을 거두어 장사 지내는 장면에 나오는 베이스 아리아인데요. 예수를 묻는 슬픔과 함께 새로운 희망까지도 담고 있는 노래여서, 이제 생일을 맞아도 그다지 기쁘지 않은 나이가 된 저에게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부활은 죽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살면 살수록 인생은 어렵고 고단합니다. 멘델스존처럼 모든 것을 갖출 수 없다는 현실을 이제는 너무 잘 알죠. 완벽한 조건의 멘델스존도 완벽히 행복하기만 한 삶을 산 것도 아니라는 걸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오늘 생일을 맞아, 하루하루 또 마음을 정결케 하고 일으켜 세우며, 음악 안에서 희망을 가져보려고요.
혹시 저와 또 멘델스존과 생일이 같으신 분이 읽으신다면, "힘내세요! 그리고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