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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의 디바, 만인의 연인

2월 11일 (2012), 세상을 떠난 휘트니 휴스턴을 기억하며

by agatha

10년 전 오늘,

2012년 2월 11일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Whitney Elizabeth Houston, 1963-2012)이 마흔여덟의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몇 주 전 매우 우연히 ‘휘트니 휴스턴’ 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 영화 <보디 가드>(1992년 12월 한국 개봉)를 TV에서 다시 보게 되었어요. <보디 가드>를 처음 본 때는 학력고사와 전공실기시험까지 모두 마치고 발표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일이라고는 없던 어느 겨울이었습니다. 마찬가지 형편이었던 친구와 함께 나름 모양을 내고 명동에 나가 영화를 보았죠. 그런데 그때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영화가 워낙에 흥행했기 때문에, 보기 전부터 이미 리어커 스피커(제 또래 분들은 다 아시죠?) 등을 통해 수록곡들을 너무 많이 듣기도 했고요, 열광하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는 다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요. '노래 잘하기는 하는데, 좀 질린다' 이렇게 건방진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남긴 노래들을 들을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보디 가드>를 다시 보면서 정말로 어마어마한 재능의 가수이며 타고난 스타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https://youtu.be/3JWTaaS7LdU

2012년 2월 12일 세상을 떠난 팝 음악계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


수백 년 전인 바로크 시대에도 뛰어난 재능으로 사람들을 열광시켰던 여성 성악가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오늘 소개할 음악가는 17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활동한 바르바라 스트로치(Barbara Strozzi)인데요. 바르바라 스트로치는 가수로 먼저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는 여성들이 작곡이라는 방식으로 음악에 참여하기보다는 연주, 특히 노래를 통해서 음악 무대에 섰기 때문이죠.

스트로치의 가수로서의 기량은 대단했다고 합니다. 동시대 사람들은 그녀를 그리스 신화 속의 암피온이나 오르페오에 비유했다고 하니까요. 아시는 것처럼 오르페오는 지하세계 왕의 마음을 돌릴 만큼 노래를 잘 불렀던 인물이고, 암피온은 리라를 연주했더니 벽돌이 저절로 움직여 성벽이 세워졌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인데요. 그런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공인 스트로치에게 시인들이 앞 다투어 노래 가사를 선물했다고 하고요, 어느 모임에서는 시 모음집을 그녀에게 헌정하기도 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수로 매우 높은 인기를 끌었던 바르바라 스트로치가 작곡가로서 손을 뻗은 영역은 당연히 성악곡이었습니다. 바르바라 스트로치가 여성에게 제약이 많았던 당시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도 성악가로 또 작곡가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양아버지, 줄리오 스트로치의 역할이 컸습니다. 당시 유명 극작가이자 시인이었던 줄리오 스트로치는 바바라가 좋은 선생님에게 작곡을 배울 수 있게 해 주었을 뿐 아니라, 그녀가 만든 작품들이 발표될 수 있도록 음악회를 열어주기도 했는데요. 바바라 스트로치가 만든 성악곡들의 가사는 대부분 아버지나 아버지의 지인들이 써준 것으로, 당시 이탈리아의 문인들이 쓴 많은 노래 가사가 그랬던 것처럼 옛 신화에 영감을 받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이 주를 이루었죠.


바르바라 스트로치의 성악곡 '비밀의 연인'(L'amante segreto) 준비했습니다.

https://youtu.be/3opMHrrTG_Y

17세기 여성 작곡가 바르바라 스트로치의 성악곡 '비밀의 연인'


스트로치가 작곡한 노래 대부분은 자신이 직접 부르기 위해 쓴 것이라고 해요. 오늘날로 치면 싱어송라이터였던 것이죠. 이처럼 재능 있는 음악가였지만,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바르바라 스트로치의 인생은 순탄치 못했던 것 같습니다. 비드만(Giovanni Paolo Vidman)이라는 이름의 베네치아 귀족과의 관계에서 여러 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정식 결혼을 하지는 않았고, 아이들에게는 모두 자신의 성 '스트로치'를 물려주었죠. 그리고 재정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비드만과 얽힌 복잡한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10년전 오늘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을 추억하며, 오늘은 17세기 여성 음악가 바르바라 스트로치의 이야기와 음악을 소개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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