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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얼음도

2월 10일 (1727), 비발디 오페라 <파르나체>가 초연된 날

by agatha

295년 전 오늘,

1727년 2월 10일은

비발디의 오페라 <파르나체>(Il Farnace)가 베네치아 산탄젤로 극장에서 초연된 날입니다.


<파르나체>는 로마의 공격을 받은 폰토(Pontus)의 왕 파르나체가 왕으로서의 책임감과 명예, 가족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번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오페라인데요. 베네치아에서의 초연도 성공적이었고, 이후 프라하를 비롯한 여러 다른 도시에서도 상연되며 인기를 끌었던 작품입니다. 비발디도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지 스스로 여러 차례 수정 작업을 했는데요.


2막 5장, 아들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파르나체의 아리아 ‘얼음처럼 차가워졌던 내 피를 느끼네’(Gelido in ogni vena), 준비했습니다.


https://youtu.be/LswAinw7JUU

오페라 <파르나체> 중에서 파르나체의 아리아.


고통스러워하는 파르나체의 절절한 아리아, 도입 부분과 기악 리토르넬로 부분이 바이올린 협주곡 <겨울>의 1악장 과 유사해서 더 유명한 곡이었습니다. 아래의 <겨울> 동영상과 비교해보세요.


https://youtu.be/ZPdk5GaIDjo

비발디 <사계> 중 겨울


비발디가 곡을 쓸 때 자신의 곡을 참고해서 또 다른 새로운 창작을 했다는 사실은 예전에도 이야기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https://brunch.co.kr/@agathayang/35



1727년 2월 10일, 295년 전 오늘 세상에 첫선을 보인 비발디의 오페라 <파르나체>는 18세기 여러 도시에서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 페라라에서는 바로 얼마 전인 2021년 12월 29일에서야 비로소 최초 상연됐다고 해요. 원래 1739년에 공연 예정이었지만, 비발디와 여가수 안나 지로와의 루머를 들은 당시의 추기경이 반대하는 바람에 <파르차체> 공연이 불발됐었답니다. 아마 당시 비발디의 마음도 얼음 같이 서늘했을 것 같은데요. 300여 년 만에 성사된 페라라 공연, 비발디도 하늘에서 매우 기뻐하지 않았을까요? 때가 되면, 얼음도 녹고 봄이 오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가 봅니다.


https://blog.daum.net/baunk/14185012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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