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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tha Jan 23. 2022

비슷한 멜로디가 나와도  그 죄를 묻지 않으리니

1월 23일 (1717) 초연된 비발디의 오페라 <다리오의 대관식>

305년 전 오늘,

1717년 1월 23일 베네치아의 산탄젤로 극장(Teatro Sant'Angelo)에서 비발디의 오페라 <다리오의 대관식>(L'incoronazione di Dario)이 초연됐습니다.


비발디는 오늘날 우리에게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의 작곡자로 너무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오페라 작곡가로도 매우 유명했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의 고향이자 근거지인 베네치아는 사상 최초로 공공 오페라 극장이 세워질 만큼, 오페라의 열기가 매우 뜨거웠던 곳이었습니다.  베네치아 사람들에게 오페라는 최고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오락이었죠. 비발디도 1713년부터 부업처럼 오페라 작곡을 시작했는데, 베네치아의 산탄젤로 극장과는 1713~14년부터 연을 맺게 됩니다. 임프레사리오(impresario), 즉 극장의 기획자로서  본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한편,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발굴해 흥행시켰을 뿐 아니라, 극장 경영까지도 맡아 관리했는데요. 오늘 초연된 <다리오의 대관식>은 공연을 책임져야 할 작곡가가 갑자기 사라지고 극장의 재정도 어려운 상황에서 비발디가 급하게 직접 만들어 상연하게 된 작품입니다.


기원전 4세기 페르시아를 배경으로 복잡한 줄거리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사실 리브레토 자체로만 보자면 유행에 뒤떨어진 한물 간 내용이었는데요. 위험을 감수하고 이 대본을 채택한 비발디는 오늘의 초연을 크게 성공시켰죠.


비발디의 <다리오의 대관식> 중에서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신포니아, 먼저 들어보시고요.

https://youtu.be/c_j7kIJbndU


1막 끝에서, 언니와 같은 남자(다리오)를 사랑하는 아르제네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며 부르는 아리아 'Affetti del cor mio non vi condanno - 내 마음의 정열, 나는 그것의 죄를 묻지 않겠네'도 들어보시죠.  

https://youtu.be/g4x49f_BRFA


노래 사이사이 오케스트라 리토르넬로가 어딘지 모르게 비발디의 <사계>와 많이 닮아 있죠?  <사계>의 작곡 시기가 이 오페라를 발표하고 난 후인 1718-1720년이라고 하니까요. 그 선후 관계가 어찌 되었건 이즈음 비발디의 머릿속에는 이 멜로디가 항상 있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었던 모양입니다. 오늘날 같으면 '자기 표절'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도 한데요. 비발디가 활동하던 바로크 시대에는 비발디뿐 아니라 다른 많은 작곡가들도 자기가 예전에 만들었던 선율은 물론이고 남이 쓴 멜로디도 가져다가 다시금 활용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죠. 오늘날과는 다른, 당대의 관습으로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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