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일 (1649)에 초연된 카발리의 오페라 <지아소네>
1649년 1월 5일, 373년 전 오늘은
프란체스코 카발리(F. Cavalli)의 오페라 <지아소네>(Giasone)가 베네치아 산 카씨아노(San Cassiano) 극장에서 초연된 날입니다.
산 카씨아노 극장은 1637년 F. 마넬리의 <안드로메다>를 무대에 올리며 개관한, 사상 최초의 상업 오페라 극장이죠.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오페라가 대중화되는 게 크게 기여한 극장으로, 이 극장 설립 이후 베네치아에는 한때 오페라 극장이 스무 개가 넘었다고 합니다. 오페라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실감이 나는 수치인데요.
뮤지컬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이 뉴욕의 브로드웨이, 런던의 웨스트엔드로 몰리듯, 17세기 오페라로 성공하고 싶은 작곡가와 성악가들이 베네치아로 모여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F. 카발리는 몬테베르디의 뒤를 이어 베네치아 오페라를 이끈 스타 작곡가였죠. 사십 편이 넘는 오페라를 작곡했고요. 그중에서 1649년 1월 5일, 373년 전 오늘 산 카시오네 극장에서 초연된 <지아소네>는 카발리의 열 번째 오페라로, 작곡가의 오페라 작품 중 가장 유명할 뿐 아니라, 17세기 오페라 중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손에 꼽힙니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 지아소네가 여자들만 사는 렘노스 섬에서 사랑에 빠진 일화와 콜키스 왕국에서 황금 양털을 손에 넣기까지의 모험을 합친 이야기가 프롤로그와 세 개의 막에서 펼쳐지는데요. 여러 인물들의 애정 관계가 진지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운데, 희극적인 인물, 가벼운 분위기의 아리아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관객 친화적인 이 작품에 베네치아 관객들은 열광했다고 하네요.
자, 그러면 음악 들어볼까요?
373년 전 오늘 베네치아에서 초연된 카발리의 <지아소네> 중에서 2막 1장에서 렘노스 섬의 이시필레 공주가 돌아오지 않는 연인 지아소네(이아손)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라멘토, 준비했습니다.
'오, 나는 어찌해야 하나‘(Lassa, che far degg'io?), 들어보세요.
카발리의 <지아소네> 중 이시팔레 공주의 라멘토
여인이 처한 극적인 상황도 그렇고, 하행하는 오스티나토 베이스 위에서 진행되는 아리아 선율도 그렇고 헨리 퍼셀의 <디도와 에네아스>에 나오는 디도의 유명한 라멘토 'When I Am Laid In Earth'(내가 땅에 묻힐 때)를 떠올리게 하는 곡인데요.
퍼셀의 <디도와 에네아스>는 카발리의 <지아소네>가 초연되고 40년이 지난 후에야 발표되는 작품입니다. 즉, 카발리가 <지아소네>에서 선보인 '오, 나는 어찌해야 하나‘(Lassa, che far degg'io?) 같은 음악들이 발판이 되어, '디도의 라멘토' 같은 명곡도 탄생할 수 있었던 거겠죠.
비교해 보시라고, 헨리 퍼셀의 '디도의 라멘토'도 영상을 붙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