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와 탈리스가 음악 출판 독점권을 부여받은 1월 22일(1575)
447년 전 오늘,
1575년 1월 22일은
영국 작곡가 토마스 탈리스(1505경-1585)와 윌리엄 버드(1543-1623)가 여왕 엘리자베스 1세로부터 음악 출판 독점권을 부여받은 날입니다.
엘레자베스 여왕은 벌써 여러 번 <고음악 365, 오늘 이 곡>에서 등장을 한 인물이죠? 그녀의 대관식에 관련하여, 또 그녀가 총애했던 이탈리아 작곡가 알폰소 페라보스코 1세에 대한 이야기와 음악들을 소개해드렸는데요. 그녀가 447년 전 오늘, 1575년 1월 22일에 탈리스와 버드에게 특권을 하사한 일도 음악사에서는 매우 중요한 사건입니다. 두 음악가에게 부여된 권리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깊이 사랑하는 우리의 종복이자 우리 예배당의 젠틀맨인 토마스 탈리스와 윌리엄 버드에게, 그리고 그들이 지명한 수탁자와 승계자에게, [어떤 종류의 음악이든] 원하는 만큼 인쇄할 수 있도록 앞으로 21년간의 전적인 특혜와 면허를 승인했다. [그들이 인쇄할 수 있는 음악은] 교회나 실내에서 악기나 노래로 연주되는 노래로, 영어, 라틴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혹은 다른 나라 말 가사를 가진 곡[을 모두 포함한다]. 그리고 그들은 노래를 인쇄하거나 사보하는 데 사용되는 오선지를 제작하거나 인쇄할 수 있다. 그리고 책자나 첩(帖)[으로 인쇄된] 노래들과 인쇄된 오선지 묶음 책이나 오선지 첩들을 팔거나 유통시킬 수 있다.
탈리스와 버드가 갖게 된 특권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짐작이 되시나요? 이들이 활동하던 16세기에는 작곡가에게 작품에 대한 실제적인 지적 소유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악보가 출판되면 그 판매로 인한 수익은 판권을 소유한 출판업자에게 돌아가던 그런 시절에 여왕은 실로 대단한 권력과 명예를 두 음악가에게 안겨준 것입니다. 이런 여왕에게 탈리스와 버드도 보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특허권을 수여받은 그 해, 두 사람은 <거룩한 노래> (Cantiones quae ab argumento sacrae vocantur, 1575)라는 제목의 라틴어 모테트곡집을 출판하여 여왕에게 헌정했습니다. 마침 여왕의 재위 17주년이 되던 해이라, 버드와 탈리스의 곡이 각각 열일곱 곡씩 들어갔죠.
<거룩한 노래> 중에서 탈리스와 버드의 음악, 한 곡 씩 듣겠습니다. 먼저 탈리스의 'Miserere nostri, Domine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입니다.
윌리엄 버드의 'Laudate pueri, Dominum- 종들아 주님께 환호하여라'입니다.
그런데요. 출판 독점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룩한 노래>로 탈리스와 버드는 이익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합니다. 작곡가들이 예상했던 것만큼 이 악보집이 많이 팔리지 않았던 건데요. 라틴어 가사의 진지한 분위기의 종교 음악들이 대중에게는 어필하지 못했던 것이죠.
하지만 이 악보집의 성패와 무관하게 토마스 탈리스와 윌리엄 버드가 447년 전 오늘 음악 출판 독점권을 부여받았다는 것은 음악가들의 위상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사건입니다. 악보에 작곡가들 이름이 생략되어 인쇄되던 일도 빈번하던 시대에 획득한 이 특권이 의미하는 바는 두 명만이 가진 배타적 권리 이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