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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tha Jan 18. 2022

스파이는 마드리갈을 싣고

1월 18일 세례 받은(1543) 알폰소 페라보스코를 기억하며

1543년 1월 18일, 

479년 전 오늘은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알폰소 페라보스코(A. Ferrabosco, -1588)라는 이름의 음악가가 세례를 받은 날입니다.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페라보스코는 영국 음악에 기여한 바가 큽니다. 1560년대와 70년대, 약 20년에 걸쳐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궁정에서 일했는데요. 여왕이 총애해서 상당한 액수의 연금을 받았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여왕의 첩자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당시 엘리자베스 1세는 독신의 여성 군주로서 어깨가 무거웠고,  특히 로마 교황청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요. 다른 나라의 정세를 탐색할 필요가 있었던 여왕이 페라보스코를 이탈리아로 여행을 보내 정보를 가져오게 했다는 것이죠. 이른바 '페라보스코의 스파이설'! 그가 과연 그런 비밀스러운 정치적 임무를 수행했는지 그 진위는 알 수 없지만, 페라보스코가 이탈리아에서 영국으로 가지고 들어온 것은 분명 있습니다. 바로, 음악입니다.  

  

한스 홀바인 2세가 그린 류트를 연주하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음악과 춤을 사랑했다


음악사적으로 페라보스코는 이탈리아의 중요한 성악곡인 마드리갈(madrigal)을 영국에 알리고 전파하는 중요한 일을 했습니다. 마드리갈은 다성부의 세속 성악곡으로 이탈리아에서 출발하고 성행한 장르인데요. 페라보스코 덕분에 영국 작곡가들은 마드리갈이라는 장르에 눈을 뜨고, 처음에는 이탈리아어 가사를 영어로 바꾸어 부르다가, 자신들의 모국어로 작곡하고 노래하는 '영국 마드리갈'을 발전시키는 단계까지 이르게 됩니다. 토마스 몰리, 토마스 윌크스,  토마스 톰킨스, 존 윌비 등 이른바 'English Madrigal School-영국 마드리갈 악파'가 형성될 만큼, 많은 작곡가들이 무수히 많은 영국 마드리갈을 작곡했죠. 

      

그렇기 되기까지 영향을 미친 알폰소 페라보스코의 음악, 한곡 듣겠습니다. ’이것은 내 고통의 표시이니‘(Questi ch’indizio fan del mio tormento), 라 콤빠니아 델 마드리갈레(La Compania del Madrigale)이 노래합니다. 


https://youtu.be/J92IrbE3zdk


이탈리아 마드리갈을 영국에 실어 나른 알폰소 페라보스코는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가 생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그가 영국에서 낳은 아들 알폰소 페라보스코 2세(c. 1575-1628)는 아버지를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영국의 궁정 음악가로서 많은 일들을 했죠. 알폰소 페라보스코 2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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