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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tha Jan 17. 2022

만약 이 날,
바흐의 이 곡이 연주됐다면  

 1월 17일(1734) 폴란드 국왕 아우구스트 3세의 대관식

1734년 1월 17일,

288년 전 오늘은

작센의 선제후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1696-1763)가 폴란드의 새 국왕 '아우구스트 3세'로서 폴란드 크라쿠프의 바벨 대성당에서 대관식을 가진 날입니다.  


작센 선제후이자 폴란드 국왕을 겸한 아우구스트 3세


선왕인 '강건왕' 아우구스트 2세의 유일한 적자이기는 했지만,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에게 이날이 오기까지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폴란드 왕은 선출직이었고, 여러 나라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죠. 아버지 아우구스트 2세가 1733년 2월 세상을 떠나자, 쫓겨났던 이전 국왕 스타니스와프 1세가 프랑스의 지원을 받아 복귀를 했고요, 그러자 프랑스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 주변 국가들이 반발했고, 그중에서 러시아와 오스트리아는 강건왕의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했죠. 그리하여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가 러시아 군의 호위를 받으며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 입성한 것이 석 달전의 일이었는데요. 288년 전 오늘, 드디어 바라던 대관식을 치르면서 그는 작센의 선제후 겸 폴란드 국왕으로서 권력을 더하게 됩니다.


그런데요, 이런 날이 오기를 기대했던 사람 중에는 음악가도 한 명 있었던 거 같아요. 라이프치히에서 활동하던 이 음악가는 아우구스트 3세가 아직 드레스덴 궁정의 작센 선제후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이던 1733년 여름, 아래와 같은 내용의 헌사와 함께 악보를 보냅니다.  



전하에게 제 깊은 마음을 다해, 제가 몸담고 있는 음악이라는 분야에서 얻은 작은 성과를 바치고자 합니다.

완전하지 않은 하찮은 것이오나, 부디 자비의 눈으로 보시옵소서... 그리고 저를 전하의 보호 아래 두옵소서  



함께 보낸 음악도 들어볼까요?

https://youtu.be/dSg1DezYN40

바흐의 b단조 미사 중 '글로리아'의 일부

 

네, 선제후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의 드레스덴 궁정으로 이토록 황홀한 음악을 보낸 사람은 바로 요한 세바스찬 바흐(J. S. Bach)입니다. 당시 라이프치히에서 두 개의 교회를 음악을 맡으면서도 과한 업무에 감봉까지 당하는 등, 녹록지 않은 생활을 하던 바흐는 실력 있는 음악가들을 등용하고 지원하는 데 너그러웠던 드레스덴 궁정으로의 이직을 꿈꿨던 거 같아요. 헌사의 내용도 절절한 데다, 사실 루터교인 바흐는 사용할 일이 별로 없는 가톨릭 미사곡의 일부 악장(키리에, 글로리아)을 작곡해 바친 걸 보면요(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는 아버지가 폴란드 왕이 될 때, 이미 가톨릭으로 개종했었거든요).


호화롭고 웅장한 드레스덴 궁정 교회의 내부


하지만 아직 폴란드 왕위 계승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던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는 바흐에게 당장 어떤 답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바흐의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3년도 더 지난, 1736년 11월 19일이었죠. 바흐에게 내려진 직함은 "폴란드 궁정 및 작센 선제후 궁정의 작곡가(königlich polnischer und kurfürstlich sächsischer Compositeur bey Dero Hoff-Capelle)였습니다. 실권이 있거나 보수가 있는 직책은 아니었지만, 라이프치히에서 자신의 입지를 세우고 강화하기엔 충분한 정도였죠.


이 긴 기다림 속에서 바흐는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가 폴란드의 국왕 아우구스트 3세로 대관식을 치른 오늘 같은 날에는 혹시나 미사 중에 자신이 바친 음악이 연주되기를 기대하진 않았을까요? 드레스덴이건 폴란드 궁정이건 더 나은 조건의 직장으로 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어찌 되었든, 바흐가 헌정했던  미사곡 일부 - 키리에와 글로리아 -는 점차 확장이 됐고, 1749년 미사 통상 문의 모든 부분을 갖춘 하나의 위대한 작품 <미사 b단조> BWV242로 마침내 완성됩니다. 평생 성실히 근면하게 한 길을 걸어온 위대한 음악가의 마지막 신앙고백적 작품으로 꼽히는 걸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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