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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tha Jan 16. 2022

환상의 짝꿍 탄생

1월 16일(1739) 초연된 헨델의 오라토리오 <사울>

1739년 1월 16일,

273년 전 오늘

런던 헤이마켓의 킹즈 극장으로 조지 2세, 컴벌랜드 공작 등의 왕가 사람들과 귀족 및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헨델의 새 오라토리오 <사울>(Saul)이 드디어 세상에 선보이는 날이었기 때문이었죠.


<사울>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헨델은 쉽지 않은 상황들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전작인 오페라 <세르세>가 흥행이 신통치 않았는 데다가, 헨델의 파트너였던 킹즈 극장 운영자 하이데거가 재정난을 이유로 1738-1739년 시즌의 오페라 공연을 할 수 없다며 오페라단 운영을 포기했기 때문이었죠. 헨델은 변화가 필요했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는데요. 이러한 때 마치 한 줄기 빛처럼 헨델에게 영감을 준 것이 <사울>의 대본이었습니다. 대본을 보내온 사람은 찰스 제넨스(Charles Jennens ). 문학적 소양과 교양을 갖춘 부유한 예술 후원자로, 오래전부터 헨델의 악보들을 구독해 온 헨델의 '사생팬'이었습니다. 작품의 인쇄본을 구하지 못하면, 필사자를 고용해서라도 악보를 따로 수집할 정도였다는데요.   


헨델에게 나타난 환상의 짝꿍, 찰스 제넨스

남다른 팬이자 후원자였던 제넨스가 보낸 <사울>의 대본에 푹 빠진 헨델은 1738년 여름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음악 작업을 했습니다. 작품의 드라마를 최대한 살려내기 위해 카리용, 트롬본 등 당시로서는 신선하고 실험적인 악기들을 오케스트라에 도입하는 등 많은 아이디어를 냈고, 이제는 협력자가 된 대본가 제넨스와 여려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공유하면서 마침내 작품을 완성해냈죠.   


헨델과 제넨스의 첫 번째 협업 작품 <사울> 중에서 음악 한 곡 듣겠습니다. 전체 3부로 구성된 장대한 이야기 중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단이 살해되고 나오는 애도의 '장송 행진곡'(Dead March) 준비했는데요. 이 자리에 원래 헨델은 다윗의 승리를 축하하는 의미의 화려한 '할렐루야'를 넣으려고 했었다네요. 하지만 제넨스의 설득으로 '할렐루야'는 1부의 다른 적절한 곳(다윗이 골리앗을 무찔러 이기는 부분)으로 옮겨졌고, ‘할렐루야’가 빠진 자리에는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품위 있게 올려주는 이 '장송 행진곡'이 들어갔습니다.     


https://youtu.be/jQ9lz1fDkug

오라토리오 <사울> 중 '장송 행진곡'


헨델과 제넨스의 <사울>은 대성공이었습니다. 첫 번째 시즌에 여섯 번이나 상연됐고요. 이듬해인 1740년은 물론이고, 1741년, 1744년, 1745년, 1750년에도 꾸준히 재공연 되면서 헨델을 대표하는 중요한 오라토리오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사울>의 성과를 발판 삼아 헨델과 제넨스는 의미 있는 협업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게 됐죠. <이집트의 이스라엘인>, <명랑한 사람, 우울한 사람, 온화한 사람>, <메시아>, <벨사차르> 등이 모두 제넨스가 대본을 쓰고 헨델이 음악을 만든 작품이니까요. 이만하면 <사울>이 성공적으로 초연된 273년 전 오늘(1739년 1월 16일)을  '환상의 짝꿍'이 탄생한 날로 기념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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