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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tha Jan 19. 2022

여자가 한을 품으면

1월 19일 (1729) 세상을 떠난 극작가 콩그리브를 기억하며

1729년 1월 19일,

293년 전 오늘은

영국 극작가 윌리엄 콩그리브(W. Congreve, 1670-1729)가 런던에서 5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콩그리브"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좀 낯설게 느껴지시겠지만, 이 사람의 이름은 지난해 최고의 화제였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제7화에서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미녀가 자신을 배신한 덕수를 끌어안고 논개처럼 다리 밑으로 떨어지는 충격적인 장면 기억하시죠? 이를 본 VIP들이 아래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영어로 나눕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셰익스피어 팬인지 몰랐네요."     

"사실, 셰익스피어가 아닙니다. 콩그리브죠. 윌리엄 콩그리브."


https://www.getyarn.io/yarn-clip/8ed42966-ffc6-48a1-a856-560ac0edbcd3#ugHsfuW9.copy



실제로 'Hell hath no fury like a woman scorned'라는 말은 윌리엄 콩그리브의 유일한 비극 <The Mourning Bride 슬픔의 신부>(1697)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직역하자면 '지옥에도 멸시당한 여자의 분노만 한 것이 없다'라고 해야겠지만,  우리말 속담의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과 같은 의미여서 <오징어 게임>에서도 그렇게 한글 자막을 단 것일 텐데요. 


이처럼 21세기의 영미권 시청자들에는 매우 익숙한 'Hell hath no fury like a woman scorned'라는 표현을 대본에 쓴 콩그리브는 왕정복고 시대에 극작가와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특히 풍습 희극(Comedy of  Manners)이라는 분야에서 재능을 드러낸 인물입니다. 데뷔작 <The Old Bachelor - 늙은 독신자>(1693)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거짓말쟁이>, <사랑에는 사랑을>, <세상만사> 등 주로 상류층 사교계를 배경으로 젠 체하는 인간들의 우스꽝스럽고 어리석은 모습들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재치 있는 작품들로 호평받았죠.



왕정복고 시대에 활동한 극작가 윌리엄 콩그리브


콩그리브는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문인이었던 같아요. <슬픔의 신부> 중에 이런 말이 나오는 걸 보면요.



음악은 사나운 야수를 진정시키고, Music hath charms to sooth the savage beast.

돌을 부드럽게 하고, To soften rocks,

옹이 진 나무를 구부리는 마력을 지녔다 or bend a knotted oak     



1729년 1월 19일,  293년 전 오늘 세상을 떠난 콩그리브를 기념하며,  콩그리브의 유일한 비극 <슬픔의 신부> 무대 상연을 위해 고트프리트 핑어(Gottfried Finger, 1655-1730)가 쓴 음악 준비했습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오버추어'입니다.


https://youtu.be/PzEIthLV7ZM



다음에 기회가 되면 윌리엄 콩그리브의 풍습 희극에 사용됐던 헨리 퍼셀의 음악도 전해드리도록 할게요. 오늘은 눈이 하루종일 내리네요. 오뉴월의 서리가 아니라, 한겨울의 흰 눈이라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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