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 燮

by KAKTUS

나는 한 떨기 불꽃으로 살겠다

지상에 꺼지지 않은 성화 聖火로 축제를 맞겠다


바다의 수심에 추락한 것은 마치 봉송과도 같았다

별무리에서 빗겨난 나를 쫓던 불안의 불씨 하나,

그것으로부터 도망쳐 지상에 도달해 온 것 뿐인데

모든 것은 생의 중력으로 이끌린 일이었다

처음 바다의 폐부에 닿았을 때 생이 파문처럼 일었다

영영 그치지 않을 파도가 점화 點火되는 일이었음에도

나는 전신 깊숙이 생이 퍼질 궤적을 거역할 수 없었다


나는 불꽃으로 다시 혜성의 시절을 산다

아직 온전히 지상에 발 붙여본 일이 없기에

성화는 봉송되어 파문마저 축제라는데 나는 밤새 등뒤를 밟힌다

파문은 파도를 벗어난 적이 없다 부유로 이룬 생이다

파도 한 번 지상에 닿지 못해 바다 또한 혜성의 시절에 머문다


나는 다시 별무리에 끼어 유유히 은하로 흐를 수 없다

부유하는 불꽃으로 살아볼 일 밖에 없어

파도는 더욱 격정으로 치달아 불꽃되어 날개를 홰친다

잠영으로 파도를 전복하려 하나 불씨만 거세질 뿐이다

축제는 지상을 그리워하며 열병을 앓을 뿐이다


이 불꽃이 진다면 생의 파문은 눈을 감을 것이다

불안이 재가 되어 땅위에 뿌려지고 나는 하직으로 지상에 갈 것이다

그때 바다는 평생의 소원, 파도를 대지에 쏟을 것이다


그자리에 다시 한 떨기 불꽃을 피우겠다

먼 시간으로부터 지상을 향했던 혜성의 생을 다하겠다


함부르크 시청.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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