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전람회

by KAKTUS

1.

고향에 잠들 때면 나는 낯선 투숙객이 된다

한 뼘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지척에 있던 어미가 낯설다

어미도 코를 골았던가? 것도저리 크게?

모로 누운 어미의 뒷모습을 따라 눕는다

밤빛을 따라 잠이 든 짐승의 등성이가 드러난다

나는 이 여인을 아는가


2.

어미의 등을 쓸어보기에 한 뼘은 터무니 없이 짧다

나는 못된 습성이 늘어 어미의 습성을 잊었다

어미와 나는 서로를 안다고 해야 할까 모른다고 해야 할까

어미를 등지고 눕는다 나는 지금 국경이다


3.

만 번째의 밤에 나는 어미의 밤이 보인다

어미는 코를 골고 나는 이제 국경을 건넌다

어미의 밤속엔 낯선 풍경과 언어 낯선 얼굴들이 걸려있다

전람회에 온듯 나는 오래 어미의 밤을 응시한다

해독할 수 없는 슬픔이 국경에 그어진다


4.

어미는 밤을 잊은듯 까마득히 잔다

밤의 전람회는 내가 기억하는 어미 그뿐이다

나는 어미의 밤에 깊어가지도 못한 채 전람회장을 나선다

국경을 돌아 어미의 등뒤로 아스라히 한 뼘을 편다


5.

어미가 잠 못 이루던 밤에 모든 나는 짐승처럼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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