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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Sep 15. 2024

내가 원했던 위로의 결

어느 날

혼자 가는 너의 길이 외로워진다면

너는 그릇을 들여다보는 것이 좋겠다


한낮의 햇살이 고였다가

면과 선을 혓바닥처럼 훑으며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그릇의 오후


그릇의 그림자는

선명하게 둥글었다가

뾰족해졌다가 흐려진다


모든 일이 느린 걸음으로 일어난다


너는 말을 아끼며

비스듬히 시간을 통과한다


두 팔로 서로를 안고 있는 흙과 흙은

그릇이라는 단순한 형태로

사랑을 잃어버린 일이 없다


그릇은 다치지도 비어 있지도 않다


너는 수시로 나약해지고 위로를 거부한다


네게 필요했던 위로의 결은

빛이 머물다 다녀가는

그릇의 기분 같은 것이 아니었는지


따스한 빛이 통과하고 지나가는

그릇의 공기 같은 것

아무 말이 없지만 분명히 있는 것


어지러운 지금도 고요히

분명히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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