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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Jul 01. 2015

오징어배와 등대

아버지는 배운 것이 운전 밖에 없다
쉰 중반이 되었어도 아버지는 운전석 뒤의 간이침대에서 새우잠을 잔다
나로서는 그가 그것을 버텨내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다만 하나 짐작되는 것이 있다

내 생애에게로 처음 빛이 쏘아진 순간이었다
그러니 아버지는 내게 처음으로 빛을 일러준 사람이다

유년의 어느 날, 아버지는 나를 동해로 데리고 갔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렇게라도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묻지 않아서 모르겠다 아버지는 바다보다 깊은 사람이다

어린 나는 조수석에 앉아 밤이 깊도록 칭얼대지 않았다
창밖으로 천천히 바다소리가 몰려오는 것을 들었다
아버지는 침묵을 몰아 바다에게로 갔다

그때 그 바다의 혈血같은 붉은 섬광― 오징어 배

―아빠 저게 뭐야
―크음 오징어배

어둠 속에 묻혀서도 바다는 생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오징어배는 아버지와 같은 시간 속을 항해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 불빛을 보며 생을 길어 올렸을 것이다

그 붉은 신호는 나를 밝히는 최초의 등대였고
내 옆엔 기둥처럼 아버지가 트럭을 몰고 있었다
수평선 끝으로―

여전히 아버지는 왕왕 트럭을 몰아 동해에 간다
나는 그곳에 부디 그의 등대가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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