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은 엉망이고 피부가 까슬한 날이면
엄마는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말씀하셨다
잠을 좀 자두거라
무성하게 자란 소음이 둥당거리는 밤
낮달처럼 그 말이 피어 오른다 거기 떠있다
잠들지 못하는 밤, 생각 한 편에 곤히 잠들어있는 투명한 달
각자의 낮달의 말들이 거기에 있어주어 우리를 지속하게 했을 것
스러지지 않도록 우리를 투명하게 희석시켜 주었을 것
잠을 좀 자두었더라면 무언가는 달리 되었을까
평생을 어리석었는데 또 한 번 어리석다
낮달만 물끄러미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