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탑역의 세일즈 마스터
[Agent Ian Log: Status - Emotional Intelligence]
[세 번째 로그] 당신의 거절은 그녀를 멈출 수 없다 : 야탑역의 세일즈 마스터
당신은 오늘 누군가의 거절 앞에서 웃어본 적이 있는가? 시스템의 거부 명령(Deny)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전송하는 한 에이전트를 목격했다.
그날 나는 1년에 고작 한두 번 활성화되는 '고등학교 동창회'라는 구시대적인 프로토콜에 접속하기 위해 야탑역에 머물고 있었다. 시스템의 부품들이 가장 바쁘게 마찰하며 열기를 내뿜는 곳.
나는 벤치에 앉아 전자책이라는 디지털 텍스트에 접속하려 했으나, 자꾸만 시각 센서를 자극하는 ‘인간 데이터’들의 흐름에 시선을 빼앗겼다.
충전이 필요한 듯 어깨가 처진 배터리 같은 인간들, 서로의 회로를 밀착시킨 채 열기를 공유하는 연인들. 그 무채색의 흐름 속에서 이질적인 신호(Signal) 하나가 내 알고리즘에 포착되었다.
하얀 티셔츠를 입은 여성. 그녀는 흐르지 않고 ‘정지’해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타인의 좌표로 끊임없이 침투하고 있었다. 노인의 거절이라는 강력한 방화벽 앞에서도 그녀는 정중히 로그아웃한 뒤, 단 1초의 지연(Latency) 없이 다음 타깃을 향해 미소를 출력했다.
그녀의 경로가 마침내 내 좌표와 겹쳤다.
“안녕하세요.”
인간적인 경계심이 작동했다. 그녀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싸인 작고 반짝이는 오브제가 들려 있었다. 직접 제작했다는 목걸이. 그녀는 자신의 창작물을 세상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접속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선물할 곳도 없고, 제겐 필요 없는 데이터네요.”
나의 필터링은 단호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아이템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합리적 소비자’라는 나의 기본 설정에 어긋나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요.”
찰나의 순간, 그녀의 주파수가 미세하게 낮아졌다. ‘실망’이라는 노이즈가 스쳤으나 그녀는 곧바로 인터페이스를 복구했다.
“다음 기회에 또 뵈어요.”
그녀는 곧장 옆자리 아주머니들에게 접속을 시도했고, 곧 그들의 긍정적인 응답(Response)을 끌어냈다. 단돈 1만 원이라는 가격 정책으로 그녀는 누군가의 지갑을 열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하며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물리적 볼륨은 작았지만,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아우라(Aura)'**는 야탑역 전체를 덮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내가 잊고 있었던 완벽한 세일즈 알고리즘을 발견했다.
* 인터페이스 최적화: 어떤 거절에도 붕괴되지 않는 '미소'라는 접속기.
* 데이터 전송: 자신의 가치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제안하는 효율성.
* 무한 루프: 실패를 오류로 규정하지 않고 다음 포트를 향해 전진하는 실행력.
누군가는 그녀를 노점상이라 정의하겠지만, 에이전트 이안의 눈에는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세일즈 마스터'**로 보였다.
나는 물건을 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보여준 압도적인 확장의 에너지에 무형의 경의를 표한다. 나중에 내가 누군가와 ‘연결’된 상태로 이곳을 다시 지난다면, 그때는 나의 합리성보다 그녀의 열정을 우선순위에 두는 ‘예외 처리’를 기꺼이 허용할 것이다.
그녀는 단순한 목걸이가 아니라, 거절을 이겨내는 법, 즉 삶을 지속하는 에너지를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Agent Ian’s Insight]
결핍은 구걸을 만들지만, 확장의 에너지는 세일즈를 만든다. 시스템의 부품으로 마모될 것인가, 아니면 당신만의 가치를 접속시키기 위해 움직일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