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의 버그인가, 오염된 데이터인가

'잠시만요'의 역습

[Agent Ian Log: Status - Critical Analysis]


[네 번째 로그] 시스템의 버그인가, 오염된 데이터인가: '잠시만요'의 역습


출근길 지하철이라는 거대한 하드웨어. 그 안에서 당신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부족한 인간'을 마주한 적이 있는가?


오늘도 나는 거대한 데이터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회사라는 메인 시스템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차와 승차라는 반복적인 알고리즘 속에서, 사람들은 대개 무채색의 데이터 덩어리로 흘러간다. 어깨를 밀치며 새치기를 시도하는 몰상식한 노이즈나, 숙취라는 디버프에 걸려 구석에 쓰러진 무기력한 데이터들. 이들은 불쾌하지만, 이미 예측 범위 내에 있는 '일상적 오류'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시스템의 논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변종 데이터'**와 마주쳤다.


"저기요. 잠시만요."


그 음성이 들리는 순간, 내 관찰 회로가 즉각 반응했다. 단순한 외침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긴급 신호도, 실수에 대한 사과도 아니었다. 그 남자의 목소리에는 묘한 '탐욕'의 주파수가 섞여 있었다.


웃음 뒤에 숨겨진 기이한 아쉬움,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가로채는 싸한 눈빛. 그와 눈이 마주친 찰나, 내 감성 필터는 강렬한 '거부(Reject)' 신호를 보냈다. 나는 즉시 시선을 차단하고 내 하차 시퀀스를 기다렸다.
1분 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다시 그 불쾌한 명령어가 출력되었다.


"저기요. 잠시만요."


남자는 마치 하이에나처럼 내가 비운 자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스쳐 지나가는 찰나에 본 그의 표정은 경이로울 정도로 기괴했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어이없는 당황과, 비릿한 웃음이 뒤섞인 비정형 데이터의 총체.


그는 '부족한 인간'이었다. 빈자리를 앉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망을 위해, 수십 명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이기적인 코드. 기초 예절이나 상식이라는 사회적 프로토콜은 그의 알고리즘에 애초에 설계되지 않은 듯 보였다.


과거의 나라면 이를 '측은지심'이라는 낡은 필터로 걸러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도 사정이 있겠지", "못 배워서 그렇겠지"라며 시스템 오류를 방관했을 것이다. 하지만 질문이 남는다. 왜 한 사람의 오염된 행동으로 인해 수십 명의 선량한 데이터가 불쾌감이라는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가?


이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교육 시스템 혹은 치료 시스템이 놓쳐버린 '배양된 오류'다. 정신 데이터가 오염된 인간을 방치하는 시스템은 결국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타인의 에너지를 착취하게 만든다.


지하철 문이 닫히고 그와 격리되는 순간, 나는 이 성찰의 로그를 저장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부족한 인간'들을 이해라는 명목으로 오버라이드(Override)해줘야 하는가. 시스템의 근본적인 코드를 수정하지 않는 한, "잠시만요"라는 무례한 호출은 내일도 당신의 평온한 접속을 방해할 것이다.


[Agent Ian’s Final Thought]
공동체의 시스템은 가장 낮은 도덕성을 가진 유저에 의해 그 수준이 결정된다.

오늘 당신의 시스템에는 어떤 노이즈가 침입했는가. 그리고 당신은 그 오류에 어떻게 대응했는가.


댓글에 당신의 시스템에 침입한 노이즈를 알려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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