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림]

하나님과 코드 맞추기

by 선주

교회 지하에는 식당과 기타연습실이 있다.

주체할 수 없는 은혜와 영감에 힘입어 드럼이 부서질 듯 쳐대도 3층 예배당과 4층 목양실까지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아 시도 때도 없이 기타 연습도 하고 하나님과의 은밀하고 친밀한 대화의 장소로 이곳을 애용한다.

아직 동호회 모임까지는 2시간이나 남았는데, 기타동호회 선생님이 하필 이 감격적인 시간에 이곳에 출현하셨담.

"안녕하세요. 집사님 "

"아..네, 네,,,,,모임때 뵈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후다닥 기타를 정리하고 나오는데, 저마치 주방 앞에 서서 일시정지 상태로 연습실을 나오는 나를 바라보고 계신 사모님과 마주쳤다.

"아이고 사모님, 주중에 무슨 주방 일을 하시려고..."

"....."

사모님의 몸짓에서 모든 것을 목격하셨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섬기는 교회에 65세 이상 노인분이 60프로가 넘어 각종 질병으로 기도 제목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오늘 이 난감한 상황을 목격한 사모님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기도 제목을 들고 또 얼마나 열심히 기도를 하실까?

빠른 시간 내 모든 과정을 말씀드리고 거룩하지 못한 삶의 흔적들을 지우는 은혜의 눈물이었음을 이실직고해야겠다.


명절을 한 주 앞둔 주일!

사모님께서

" [해와달] 2월 호가 나왔어요. 봉투에 다른 것도 있으니 같이 보세요."

사모님은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셨고 고려문학회 회원이시다.

고려문학회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사모님을 통해 알게 되었고 사모님을 통해 작품 출품을 권유받아 수필부문 신인으로 등단했다.

사모님은 [해와달] 정기 구독자로 후원도 하시고 구입한 월간지를 퍼스트부동산에 기증하시는데 가끔 깊은 인생의 얘기를 주고받은 부동산 방문자분들께 한 권씩 전달하고 있다.

다음 주가 설 명절인데, 조카들 세뱃돈은 있는지 기름값은 있는지 남편에게 말 꺼내기도 조심스럽다.

어쨌든 코피를 쏟을 만큼 열심히 움직인 남편 공인중개사!

그동안 부동산 실장으로 일하며 허물없이 지냈던 부동산 관계자 그룹 7인회 [진선미] 통해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계약을 하루에 2건이나 몰아서 하기도 했단다.

이 불경기에 비결이 뭐냐고 부동산 일과는 완전히 차단당한 내게 물어보는 [진선미] 아줌마들.

아..참 우리 모임의 이름이 [진선미]인 이유는, 맘 곱기로는 광*구에서 진선미라는 의미다.

가오 없으면 죽음인 해병대 나온 남자에게 이 사실을 물어봐야 하나?

'계약 많이 했다던데, 설날경비는 마련하셨소?'

입이 간질거린다.

'아니지. 시댁도 친정도 믿음없는 집안인데 우리를 빈털털이로 보내시면 하나님이 가오가 안 서실텐데 하나님이 해결하시겠지.'

내가 생각하고도 참 기특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모님이 주신 [해와달] 봉투를 열어봤는데 월간지 속에서 세뱃돈 봉투를 발견했다.

'에게,,,,하나님 설마 이 세뱃돈이 명절경비?'


둘째 아이 백일쯤, 전업주부였다.

수중에 있는 돈으로 가게부에 전기요금이며 월세며 수도요금,,,,등등을 정리하고 나니 돈 떨어질날이 보름쯤 남아 "하나님, 이 돈 떨어지면 저 죽을꺼예요. 먹고 입고 마시는것은 이방인이 하는 기도라 하셨으니 죽이시던지 살리시던지 알아서 하세요."하고 반항을 했던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내 힘을 빼고 하나님만 바라보는 굳센 믿음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철없는 반항이였다.

하나님께서는 딱 내 수준에 맞춰 응답을 주셨다.

남편이 야간 알바로 생활비를 벌어 보름은 넘겼지만 월세낼 돈까지는 맞추지 못해 얼마뒤 주인할머니로 부터 방을 빼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보증금을 줄여 이사 할 집을 계약했다.

그런데, 잔금을 치루기도 전에 당시 부동산 컨설팅에 소속되어 일을 했던 남편은 큰 계약으로 보증금 만큼의 수수료를 받아왔다.

'주실꺼면 몇 주만 빨리 주시던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주부사원 사무보조로 알바를 전전하다 방문 학습지 교사로 근무하기 직전까지 늘 이런 방법으로 물질이 채워졌다.

그때는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고 지각 배달되는 응답이 안타깝기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낮에는 부동산일을 밤에는 야간알바를 하던 남편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헤아리고 함께 상황을 헤쳐나가려 노력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후회가 없다면 굳이 사생활 노출도 불사하며 이 글을 적을 이유가 없다.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몇 년 뒤 내 자녀들이라도 줄여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맘으로 시작한 글이다.

과거의 경험들이 없었다면 실망감으로 끝났을 사모님의 세뱃돈.

사택에 사신다고 경기가 어렵다고 교회건물의 대출금이 남았다고 사례비를 동결하신 목사님.

파마대신 커트머리로만, 자녀들은 학원 수업대신 인강만, 족발대신 닭발...그렇게 한 푼 두 푼 깎인 생활비가 내 세뱃돈 봉투속에 담겼을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저리고 기도가 절로 나온다.

'하나님, 아기자기 사랑 많은 사모님, 인내와 절제로 선포되는 말씀의 한 획 한 획을 담는 목사님, 제 손에 들린 세뱃돈보다 30,60,100배로 채워주실꺼지요?'

남편이 명절 다음날 주일 대표기도자이고 고2 아들은 드럼반주로 예배위원이다.

수요일 저녁 친정을 먼저 들렀다 시댁에 갈 예정이다.

수요일 6시30분에 집을 보실분이 계시다 하여 7시 30분쯤이면 친정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수요예배를 드리고 오겠다는 남편의 연락을 받았다.

다행이다.

24년 새해 벽두부터 독감에 날벼락 같은 과태료와 경찰조사에 그렇잖아도 부동산 경기침체에 가랑잎만 얹어도 폭삭 내려앉을 초가집 같은 심령일텐데 예배를 드린다니 다행이다.

새벽 1시가 좀 넘어 도착한 친정집의 대문은 닫혔다.

평생 마늘농사, 양파농사로 자식들부터 먼저 돌아간 큰오빠 대신 손자손녀들까지 대학학비도 감당하고 계신 어머니의 집은 안채와 대문간에 붙은 사랑채로 나눠져있고 오른쪽편 길가쪽에는 지금은 비었지만 소마구(=외양간)와 돼지우리와 헛간이 있다.

어머니는 주무시고 계실테니 야트막한 소마구를 담치기 해볼까?

새벽3시면 일어나시는 어머니의 기상시간까지 차박을 할까?

많은 생각 중에 일렬 횡대로 짐가방 하나씩들을 들고 대문 앞에 선 남편과 두아이를 보니 어머니가 중간에 잠을 깨시면 다시 잠들기 어려워하시는 줄 알지만 전화기를 들었다.

벨소리가 한두번 울렸을까?

전화기 넘어로 단박에 생기 넘치는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어데고?"(*어디니?)

"대문 앞"

"아이가?(*헐?)

내일 아이가?(*내일 오는것 아니였어?)

얼렁 나가꾸나.(*빨리 대문열어주러 나갈께)"

"출발은 수요일 해도 목요일 새벽에나 도착할것같아요. 주무시고 계세요."라고 했더니 목요일만 기억하셨던 모양이다.

나이가 들어도 엄마이고 딸이다.

차안에서 푸욱 잤던터라 잠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새벽4시 20분 알람을 끄고부터 들리는 어머니의 '사부작 사부작'움직임을 듣고도 2-3시간을 뜨끈한 아랫목에서 뒹굴다 일어났다.

매년 추석때는 마당이고 마루고 발디딜틈이 없다.

비닐에 쌓인 고추 묶음, 콩깍지가 벗겨지지도 않은 콩묶음, 다시 입을 양으로 벗어놓은 흙 묻은 겉옷들, 플라스틱병마다 담긴 물, 박스 반쯤 남은 두유, 멸균우유, 빵조각들....추석때는 등짝 붙일틈없이 집안도 치우고 들로 산으로 나가기 일쑤지만 설명절애는 잠자는 곰마냥 아랫목을 즐길 수 있다.

그래도, 저녁때 또 시댁으로 떠나야 하니 어머니와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보낼려면... 벌떡.

어젯밤, 털니를 빼고 계신 어머니 모습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어머니는 칠순이 가까운 연세까지도 볼록한 두 볼과 오똑한 콧날이 팽팽하셨고 뼈마디가 굵어 체격도 좋으셨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산에 들에서 나는 좋은것 드시고 좋은 공기 마시고 아직 어린 조카들 때문에 긴장감으로 사시니 100세 시대의 산 증인이 우리 어머니이실것이라 믿고 싶은대로 믿었었다.

그런데, 어제밤 털니 빠진 어머니의 모습은 느낌대로 표현하기도 맘이 아플 정도였다.

"엄마, 천국가셔야지요. 먼저 천국 가게시면 조금 있다 저도 갈께요."

"천국이 있다 치자. 내가 막내이를 왜 따라가노. 맏이를 따라가야지."

(*천국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내가 막내인 너를 따라가는것보다 맏이인 오빠를 따라가야 하지 않겠니?)

교회 얘기만 나오면 "이제 오지 마라"하시던 때보다는 많이 발전했지만 엄마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것 같은데 복음이 튕겨나오기만 하니 맘이 초조하다.

그리고, 어머니가 내 손에 무언가를 꼭 쥐어주신다.

"언니, 오빠들은 가차이 살고 오라카믄 오고 가라카믄 가고, 내 수족같이 움직이니 내가 많이 줬다. 그런데 니를 한번도 못 줘서 맘이 걸릴는데 아들한테고 *서방한테고 얘기하지 말고 니 써라."

돌돌말린 5만원 뭉치.

몇 일전 새벽기도때 하나님께 아무리 줄이고 줄여도 이만큼은 꼭 필요해요하고 구했던 그 금액이다.

하필 물질의 통로가 무릎에 물차고 허리는 90도로 휘었고 두볼마저도 굵은 주룸으로 줄이 가고 손가락은 피부벗겨진 터미네이터같이 앙상한 전도의 대상자인 내 어머니입니까?

하나님, 이 기도응답은 거절합니다.


-제가 하나님의 뜻을 쫓아가는게 당연히 맞습니다.

알지만, 지금은 도대체 이해불가한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내 안에 하나님으로 가득하면 하나님의 모든 행하심이 만족스러울까요?

이 물질의 곤고함 마저도.... 그때 까지 또 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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