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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 Jan 11. 2022

내가 책을 읽는 방법 3

- sorry... no royal road

암담한 제목 같아 괜히 죄송하네요.

그런데 제가 정직한 게 아닌가요?

책을 읽는다는 건, 최소한 모음 하나로 만들어진 단어들을 한 글자씩 눈으로 따라가는 겁니다.

ㄱ ㅇ ㅏ ㅓ 노 ㅏ ㄱ ㅗ ㅋ....

이렇지는 않죠.

글자란 말의 기표니까, 단어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미지가 그려지죠. 그렇다고 영화는 아니에요. 영화보다 풍부한 자신만의 상념과 감각의 제국이 세워집니다.

스토리가 있을 경우예요...

슈퍼네이쳐 중

스토리가 없어도 기표에 멈추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책은 대화입니다.

독서가들이 예외 없이 책을 친구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소설도 실은 작가의 말 걸기죠.

등장인물과 스토리 바깥의 작가가 소심하게 허공에 대고 밀을 걸고 있다는 걸 몇 사람이나 알까요?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이 많죠.

함께 놀아줄 친구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MBTI에서는 외향의 E와 내향의 I로 나눈다면서요?

I라 해도 재미를 조용한 대화에서 찾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인생을 위해 우리는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진정한 친구를 위해 조금 노력을 해야 합니다.

슬프지만 나이 들어 인생은 조금씩 쓸쓸해집니다.

체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저 다른 인생의 속도, 다른 인생 위치와 사정으로 인해 우리는 배신 아닌 배신을 하고, 외면 아닌 외면을 당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멀어진 사람은 없지만

인생에 나 혼자라는 걸 가끔 인정하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를 혼자 두지 않는 친구가 바로 책입니다.

수인사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도 되는 격의 없는 친구,

진심을 드러내 놓고도 비밀이라고 무겁게 만들지 않는 친구, 반박하고 비난해도 끝까지 들어주는 친구,

나도 몰랐던 눈물을 닦아주는 친구...

가장 좋은 친구가 남아 있다는 걸, 꼭 잊지 마세요.


그런데 너무 외로울 때 떠올리려면 약간 노력을 해야 합니다.

노력.. 대화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요..

대화를 잘하는 사람들은 상대의 말을 잘 듣는다잖아요.

그 어떤 책이든

좋은 책은 누군가를 향해 진심을 쏟고 있습니다.

저자도 상처받을 위험이 있고, 어쩌면 이미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르죠.


그런데도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저자의 말을, 처음에는 들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연습은 기계적이고 반복적이죠.

하루에 시간을 정하든, 페이지를 정하든

전기기기가 없는 곳에서 일정한 시간과 양을 투자해주세요.

하루 10페이지, 30분도 좋습니다.

10분이라도 어때요?

온전히 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귀를 조금만 열어주면 책은 굳은 마음과 닫힌 입을 열어 대화의 장으로 초대합니다.

진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매일 작은 루틴 하나만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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