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0.
나는 뒷모습을 좋아한다.
누군가의 뒤에서 그가(혹은 그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이들의 보이지 않는 사연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잘 아는 사람의 뒤에서 걸을 때는 그 느낌이 또 사뭇 다른데, 아 저 사람은 저런 뒷모습으로 걷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무수하게 많은 아이들의 사진을 찍게 된다. 웃고 있든 울고 있든, 아이들이 있는 사진은 매 순간 순간이 빛난다. 가끔, 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찍는다. 아이들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 오늘은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종종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둔다.
튼튼이가 18개월 무렵, 집 앞 주차장에서 오빠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우연히 찍었다. 이제 2학년이 되었다고 주머니에 손 넣고 걷는 나무의 모습도 귀여웠고, 조금 늦게 걷기 시작한 튼튼이가 아장아장 힘있게 걷는 모습도 참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여섯 살이 된 튼튼이와 6학년이 된 나무.
이제 둘은 손을 잡고 걸을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저 날은 어쩐 일인지 튼튼이가 오빠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부산 가는 길에 들른 휴게소였고, 아마도 둘은 무슨 간식을 먹을지 이야기 나누고 있었을 것이다.
쉽게 찍을 수 없는 남매의 투샷. 그것도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라니!
저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니 아이들이 살아가게 될 세상에 대해서 상상하게 된다.
아마도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일 것이다. 저 아이들이 보며, 걸어나갈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뚜벅뚜벅. 한 걸음씩 잘 걸어나가면 좋겠다. 가끔은 저렇게 서로 손도 잡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