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4.
오늘 아이의 어린이집 입학설명회가 있었다.
공동육아에서는 입학설명회를 비롯해서 각종 행사를 엄마, 아빠들이 직접 준비를 한다. 우리는 홍보를 담당한 소위 소속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설명회에 엄마, 아빠와 함께 온 아이들이 놀이를 할 때 쓸 재료인 낙엽을 주워서 가져가기로 했다.
이른 아침, 주말이지만 터전(어린이집)에 간다는 생각에 눈을 번쩍 뜬 튼튼이와 함께 커다란 봉지를 하나씩 들고 집 앞으로 출동했다.
가을의 중심인지라 도처에 낙엽이 있었다. 색깔도 크기도 모양도 다양한 낙엽들을 정성껏 고르고 골라서 준비해 간 커다란 봉지에 담았다. 그런데 우리가 낙엽을 줍던 그 순간에도 여기저기 나무에서는 낙엽들이 팽그르르 돌며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신선하고(?) 깨끗한 낙엽을 주워야겠다는 생각에 떨어지는 낙엽을 바로 줍자고 했다. 튼튼이는 신이 나서 떨어지는 낙엽을 향해 달렸다.
우리의 손으로 바로 안착한 잎들도 있었고, 바닥에 사뿐 몸을 던진 잎들도 있었다. 우리는 집 옆 나무가 심어진 공터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신나게 나뭇잎을 주웠다. 처음에는 그저, 아이들 놀이에 쓸 재료를 주우려고 시작한 건데, 떨어지는 잎들을 향해 부지런히 뛰어다니다 보니 살풋 웃음이 났다. 이게 뭐라고. 너무 재미있는 거다.
크기가 저마다 다른 나뭇잎에 이런 저런 이름을 붙여주며 나뭇잎을 주워서 터전으로 갔다.
주말에는 늘, 아이와 오늘은 뭘 하고 놀아주나? 이런 고민이 드는데 아이와 놀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아이와 놀아주는 게 아니라, 아이와 같이 놀아야겠다는 생각. 나뭇잎을 줍는 것에도 이런 즐거움이 숨어 있는데,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아이와 함께 즐겁게 놀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지 않을까.
푹신한 낙엽을 밟을 수 있는 계절이 가고 있다. 더 신나게 뛰어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