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팀장이니까 책임질게”라는 말의 착각

직무오너십을 무너뜨리는 가장 흔한 말

by 서동재

"내가 책임질 테니, 한번 해보세요."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혹시 이 말을 직접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니면 반대로, 누군가에게 이 말을 들어보신 적은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분명 든든합니다. 말하는 사람도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조금만 뜯어보면 묘한 불편함이 생깁니다. 과연 책임이란 '대신 져줄 수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오랫동안 '조직장은 책임지는 자리'라고 배워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임은 위로 갈수록 무거워지고, 아래로 갈수록 가벼워지는 것처럼 이해되곤 합니다.


이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표현이 바로 '직책자'입니다. 직책, 즉 직무 책임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직무에 대한 책임은 조직장에게만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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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임질게"라는 말이 조직에 드리우는 그림자


"책임은 내가 질게"라는 말은 겉으로는 용기 있고 멋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 문장을 구조적으로 해석해보면 전혀 다른 의미가 드러납니다. 이 말은 결국 이렇게 해석됩니다. "이 방향으로 일하는 것에는 동의했고, 실행 과정에서의 판단은 일단 당신에게 맡기겠다."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이 위임은 언제든 회수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원래는 내가 결정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임시로' 넘겨준 것에 가깝습니다.


이 상태에서 과연 실행자가 온전한 오너십을 가질 수 있을까요? 조직장이 "내가 책임질게"라고 말하는 순간, 구성원의 의사결정 기준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상사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를 의식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보고하고 확인받는 쪽을 택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점점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그 과정에서 직무 오너십과 몰입도가 낮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결국 '책임은 내가 진다'는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구성원의 책임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실제로 실행하고 의사결정하는 담당자가 '이것은 나의 책임이다'라는 감각을 갖는 것 자체입니다. 그 감각이 있어야 비로소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고, 오너십도 발휘됩니다. 그래서 저는 "책임은 내가 질게"라는 문장을 이렇게 바꾸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 "이 일에 대해서는 당신이 실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신이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이것은 당신의 책임입니다. 그리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해주기 바랍니다. 저 역시 언제든 의견을 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 문장은 담당자 입장에서 분명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나 훨씬 명확하고, 실제로 일이 굴러가게 만들고, 조직내 건강한 긴장감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Accountability와 Responsibility, 두 책임의 결정적 차이


책임을 진다는 발상은 언뜻 멋있어 보이지만, 실제 조직에서는 대부분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책임이란 품의에 의한 결재 시스템에서 승인한 사람들의 일종의 연대 책임 또는 최종 승인권자의 책임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책임을 나누는 방식은 이후의 회고를 통한 새로운 시도를 오히려 위축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과를 계속 만들어내기 위해 조직 내 학습 경험을 축적하고, 끝끝내 목적에 정렬된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책임이라면, 그 책임은 실제 그 일을 실질적으로 실행하고 결정한 사람에게 있을 때 가능해집니다.


영어에는 책임을 표현하는 두 단어가 있습니다. Responsibility와 Accountability입니다. Accountability는 'account + ability', 즉 '설명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인사관리 측면에서 보았을 때 설명한다는 것은 내 일 또는 내가 만든 성과에 대해서 설명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성과에 초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있는 것들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내가 채용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그 채용을 위해서 "나는 이런 일들을 한다."라는 것을 자신의 업무 활동에 기반하여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책임은 회피할 수 없고, 모호하게 넘길 수도 없습니다.


반면 Responsibility는 'response + ability', 직역하면 '반응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즉 상대방이 있는 개념이고, 상대방이 있다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바깥에 있는 결과에 초점이 있는 개념입니다. 좀 더 풀어보자면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자연스럽게 기대되는 기여 범위에 가까운 의미입니다. "이 역할을 맡았으니, 이 정도는 커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가깝습니다. 즉 Responsibility에는 협업, 외부 변수, 타인의 판단 등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Accountability는 '책임성', Responsibility는 '책임감'이라는 표현이 각각 더 잘 어울립니다. 이렇게 두 개념을 보면 지식노동자의 책임은 Accountability보다는 Responsibility가 적합해 보입니다.



R&R이 '할 일 목록'에 머물러 있는 조직의 문제


여러분의 조직에서 R&R을 정의할 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계신가요? 많은 조직이 여전히 '해야 할 일 목록' 수준에서 책임을 정의합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협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지식 노동자의 일은 이해관계자인 동료의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목적에 정렬된 결과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리워크팀은 책임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책임(Responsibility)이란, 조직의 성과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영향력이다.' 이 정의에는 몇 가지 중요한 전제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 책임은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둘째, 우리는 타인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책임은 통제가 아니라 영향력의 문제입니다. 셋째, 결국 일은 혼자가 아니라 연결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정의를 적용하면 R&R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됩니다. 단순한 업무 나열이 아니라, "누가 어떤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가"를 설계하는 작업이 됩니다.



책임이 명확해지고 서로의 책임이 연결될 때, 비로소 오너십이 등장합니다


많은 조직에서 협업이 어려운 이유는 구성원의 능력이나 태도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책임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정의되어 있지만, 누가 누구의 어떤 행동을 이끌어야 하는지는 정의되어 있지 않은 것입니다. 이 상태에서는 일과 일 사이의 관계가 끊어집니다. "내 일은 했습니다"라는 말은 나오지만, 결과는 나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반대로 책임을 '이해관계자의 행동 변화'로 정의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영업은 구매, 개발 부서와 기민하게 협업하며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고, 재무 부서는 조직장이 효과적으로 경영판단을 할 수 있게끔 돕기위한 정보를 만들어야 하며, 조직장은 구성원이 조직의 전략 실행을 위해 스스로 자율성을 발휘해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렇게 책임이 정의되면, 일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 연결이 조직의 성과를 만듭니다.


결국 우리가 다루어야 할 것은 '누가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책임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책임은 내가 질게"라는 말은 듣기 좋지만 구조를 흐립니다. 반대로 "이 일은 당신의 책임입니다. 당신은 누구와 어떠한 영향을 주고 받는 사람입니까?"라는 말은 불편하지만 구조를 명확하게 만듭니다. 조직은 결국 책임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책임이 연결되고 작동하는 것 위에서 움직입니다. 지금 여러분 조직의 R&R에는, '누가 누구의 어떤 행동을 이끌어야 하는가'가 담겨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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