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이 살아나는 조직의 조건
"우리 팀은 왜 협업이 안 될까요?"
조직 진단을 할 때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거의 항상 이런 말이 따라옵니다. “일을 할 때 소통이 부족해요” "각자 자기 일만 하고 회색지대 업무는 서로 모른 척 해요" "자기 일은 잘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작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탓하기만 하고 문제해결이 되고 있지 않아요"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도 대부분 피상적입니다. 협업 교육을 하고, 워크숍을 하고,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아니면 협업 역량이라고 하면서 다면평가 요소로 동료 간 점수를 부여하게 하고 일정 비율로 평가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해봐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협업이 잘 될까요? 그런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걸까요?
협업이 잘 안 되는 이유를 사람의 태도나 의지에서 찾는 순간, 우리는 문제해결의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협업이 잘 되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의 차이는 대부분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시스템에 있습니다.
협업이 활발한 조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구성원이 특별히 더 능력이 뛰어나거나 성숙해서가 아닙니다. 협업하지 않으면 일이 잘 안 되도록 구조가 설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협업이 잘 안 되는 조직을 보면, 혼자 잘해도 충분히 인정받고, 함께 잘해도 별다른 차이가 없는 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협업에 시간을 쓰면 '내 일'이 늦어지는 구조이기도 하죠.
예를 들어 성과를 해결대안(솔루션)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는 목표나 KPI로 관리하고, 보상 또한 이 기준으로 지급한다면, 협업이 촉진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경영계획이 팀이 함께 협업해서 풀어야 할 문제와 전략으로 내용이 제시되지 않고,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해야 할 일의 나열로 채워져 있다면 이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이런 구조는 사실상 각자 맡은 일만 잘하고 협업은 그렇게 중요한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합니다.
정리하자면 협업은 성과에 대한 정의, 경영계획, 성과계획을 통한 통합과 정렬, 평가 방식, 그리고 리더의 행동이 서로 맞물려 작동할 때 효과적으로 나타납니다. 협업은 선한 의지만으로는 지속되지 않습니다. 협업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려면, 협업이 유리한 구조가 먼저 만들어져야 합니다. 구성원들은 협업이 나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빠르게 판단합니다. 협업이 안 되는 조직은 협업에 대한 다른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상태라고 봐야 합니다.
협업 문제의 핵심에는 대부분 성과의 정의 문제가 있습니다. 많은 조직이 성과를 '개인이 혼자 내 일을 잘해서 나타난 결과'로 평가합니다. KPI는 각자의 것이고, 평가는 목표달성도가 기준입니다. 이 구조에서 협업은 '좋은 행동'이지만, 동시에 '손해 보는 행동'이 됩니다.
협업을 촉진하려면 성과의 정의 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세요.
조직의 전략이 조직차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구성원들의 협업을 이끌어내기 위한 콘텐츠로 제시되어 있는가? 단순히 목표 성격으로 제시된 것은 아닌가?
성과를 이해관계자(동료)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는 솔루션으로 정의하고 있는가? 단순히 결과(목표달성도)를 성과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임팩트 있는 결과는 여러 사람의 기여가 연결되어 만들어지는가? 개인이 잘하면 나타날 수 있는 것인가?
지식노동자의 성과창출 영역을 다음과 같이 바라보고 있는가? 1) 조직의 경영계획에 반영된 전략의 성공적인 실행을 위한 문제 해결(전략 실행 기여), 2) 본인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으나 동료들을 돕지 못함으로써 조직 성과 창출에 기여하지 못하는 문제 해결(동료 기여도 향상), 3) 본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조직의 성과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우, 해당 업무 수행 관련 구조적 문제 해결(기본 업무 관련 구조적 이슈 개선), 4)본인 역할 수행과정에서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거나 또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문제 해결(돌발 상황 문제해결) 혹시 직무R&R상의 역할을 잘 수행한 것을 성과창출로 간주하고 있지는 않은가?
협업을 촉진하고 싶다면 ‘성과’를 재정의해야 합니다. 성과의 정의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협업을 강조해도 사람들은 결국 평가하는 ‘결과’에만 집중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그렇다면 그게 구성원의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협업을 촉진하는 성과관리 시스템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전략이 존재합니다. 구성원 각자의 성과계획이 따로 움직이면 협업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충돌이 늘어납니다. 개인이 풀어야할 문제가 조직의 전략을 통해 정렬되어야 하고, 전략은 협업을 촉진하는 데 유리한 콘텐츠로 구성원들에게 제시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내 KPI를 달성하는 것만으로 팀 목표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전체와 부분의 관계), 구성원들의 성과계획이 조직의 방향(경영계획)과 정렬되어 있을 때(목적과 수단의 관계) 협업은 자연스러운 선택이 됩니다.
둘째, 이해관계자 행동변화를 확인함으로써 기여를 가시화합니다. 성과평가를 할 때 단순히 결과만 보지 않습니다. 조직의 성과창출에 기여하기 위해서 이해관계자(동료)에게 정보를 어떻게 공유했는지,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조율했는지가 중요합니다. 기여도를 평가할 때 협업이 확인되지 않으면, 지식노동자로서 창출한 성과로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셋째, 심리적 안전이 제도를 뒷받침합니다. 협업은 서로의 약점을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내가 모르는 것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실패를 공유해야 합니다. 이것은 안전한 조직에서만 가능합니다. 심리적 안전은 분위기가 아니라, 설계의 결과입니다. 실패를 어떻게 다루는지, 다른 의견을 어떻게 수용하는지가 제도적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구성원 개인을 추궁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제도(프로세스)에서 구성원들은 협업보다는 조용히 내 일만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서 성과관리의 계획(Plan), 실행(Do), 회고(See) 과정에서 위와 같은 관점과 제도적 기반들이 필요하지만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협업 마인드셋을 가질 수 있을까하는 것입니다. 구성원들의 자발성은 자신의 일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서 나옵니다. 협업이 잘 되는 조직은 내 일의 책임(Responsibility)은 내 일을 완수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동료)의 행동변화까지가 그 범위라고 생각합니다. 이 관점이 바뀌면 구성원들의 행동이 달라집니다. 다른 팀의 구성원의 일을 대신 하거나 단순히 ‘도와주는 일’이 아니라, 내 성과를 만드는 과정으로 인식됩니다. 결국 협업은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Responsibility)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의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리더십입니다. 협업을 저해하는 리더십의 가장 흔한 패턴은 '영웅 만들기' 입니다. 특정 개인의 성과를 반복해서 조명하고, 혼자 해낸 사람을 모범으로 삼는 리더십입니다. 이런 리더십 아래에서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경쟁 모드로 전환됩니다. 협업을 촉진하는 리더는 다르게 행동합니다.
정보가 흐르는 구조를 만듭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정보가 흐를 수 있도록 물꼬를 틉니다. 리더가 정보의 병목이 되지 않고, 정보가 팀 안에서 자유롭게 순환하도록 만듭니다.
'왜'를 공유합니다. 구성원들에게 이 일이 왜 중요한지, 우리가 함께 가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이해할 때 자발적으로 움직입니다. 리더의 역할은 지시가 아니라 일의 목적 즉 전략실행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맥락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결정하게 합니다. 많은 조직구성원들이 리더에게 ‘이렇게 해도 될까요?’라고 묻습니다. 그럴때 협업을 촉진하는 리더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면, 본인이 스스로 판단해서 실행하시면 됩니다. 제 의견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협업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구성원들의 본인의 일의 고객을 오직 상사인 조직장만을 바라볼 때 발생합니다. 협업을 촉진하는 리더는 구성원들이 이해관계자(동료)를 바라보면서 일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길을 열어 줍니다.
우리의 협업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묻습니다. 협업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드러내고 다루면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회고하고 다시 운영에 반영합니다. 협업 그 자체에 대한 메타인지를 높입니다.
협업이 안 되는 조직에서 리더는 주로 협업과 소통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협업이 잘되는 조직의 리더는 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드는데 집중합니다. 리더는 협업을 부탁하는 사람이 아니라, 협업이 작동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협업이 안 된다고 느낄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 조직에서 협업하는 것이 구성원에게 유리한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사람을 바꾸려 하기 전에 시스템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성과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임팩트 있는 결과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이야기할 때 이해관계자(동료)의 행동변화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지, 전략은 협업을 촉진하는 콘텐츠로 작동하고 있는지, 직무R&R상의 책임을 단순히 과업수행 완료로 보고 있진 않은지, 협업을 촉진하는 리더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이 모든 것이 맞물릴 때 협업은 만들어집니다.
협업은 캠페인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협업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조직은, 협업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는 것, 그것이 리더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