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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Feb 28. 2023

MZ는 맑눈광이 아니다.


의욕적으로 MZ는 맑눈광이 아니라고 선언하면서 글을 시작했으나, 이 글은 그들이 왜 이 시대에 광인이 될 수밖에 없는가를 탐구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쓴 글이다. 지난 21일 MZ노조 협의체인 '새로고침 협의회'가 출범하는 것을 보면서 일련의 현상들을 나름대로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사실 MZ라고 했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는 동시대인에 대한 고찰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MZ세대 구글트렌드 검색 캡처



MZ세대에 대한 관심은 2017년 즈음부터 였던걸로 기억한다. 당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해외 출판물들이 조금씩 소개되더니 2018년 ‘90년대 생이 온다’로 한국사회에도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나무위키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밀레니얼세대나 Z세대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이 둘을 합쳐서 MZ세대라고 한 것은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개념으로 그 시작은 ‘대학내일’이라는 잡지에서 출발했다.) 이후 조금씩 트렌드가 확산되다 2021년부터는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COVID-19로 인한 원격근무나 유연근무의 확대도 무시하지 못할 이유일 것이다. 



그들은 왜 광인이 되었나? 1. 구조적인 이유


MZ세대는 트렌드는 왜 시간이 지나도 계속 지속되고 있는 걸까? 뻔 한 이야기지만 그들이 점점 더 소수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999년 기준 기업의 노동자들의 평균연령은 35.9세 였고, 20년이 지난 2019년 42.6세가 되었다. 취업시장에서 평균연령 43세인 집단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그들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예전에는 사촌형이나 누나 같은 사람과 일하다가 이젠 삼촌이나 고모와 일하는 정도의 간극이다. 안타깝게도 고령화로 인해 속도는 더 가속화되고 있다. (넓게 보면 MZ세대는  1981년생~2012년생까지를 의미하는데, 사실 동질적인 집단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수준이지만 이를 하나로 묶을 수밖에 없는 인구구조적인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그 사이 청년의 인구 감소 문제는 더 심화되고 있고 더욱 더 심화될 것이다. 미래는 정해져있다. 지금의 10대 인구를 보라. 20대 인구를 기준으로 한국의 10대 인구는 3/4 수준이고, 10대 미만의 경우 거의 절반 수준이다.

위키피디아 한국의 인구


그들은 왜 광인이 되었나? 2. MZ가 갖고 있는 마음의 체계


MZ의 욕구는 어디에 기반해있는가? 나는 현장에서 기성세대와 MZ세대 사이에서 그들의 언어를 번역해 간극을 좁히고, 협업이 일어나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을 한다. 인터뷰를 하다보면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는 MZ세대가 성장에 목이 말라서 퇴사를 하거나 전직을 한다고도 하고, MZ세대가 공정성에 민감하다고도 말한다. 모두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모두 현상을 나열한 것이고 원인은 아니다. 이 같은 현상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순 없을까? 나는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높은 자존감을 기반으로, 공동체 안에서 독립된 주체로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거창한 자아실현이라거나, 생존과 관련된 기본욕구 그 사이에 2023년 대한민국에 MZ세대의 욕구 스펙트럼의 가장 많은 분포는 인정욕구인 것이다. 기성세대 중심의 노조문화 사이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고자 사무직 MZ노조를 만들고, 성과급이라면 예전처럼 주는 데로 받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함수에 의해서 그 금액이 정해진 것인지 알고 싶고, 그것이 조직에서 나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느낀다. 인생을 어차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거라면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에 집중하며 나 스스로를 인정한다.(갓생) MZ오피스에서 김아영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가 근무중에 에어팟을 끼는 행동은 조직 안에서도 개인으로 존재하고 싶은 몸부림에 대한 상징이다. 내가 조직 안에서 독립된 주체로 인정받기 힘들다면? '조용한 퇴사' 상태, 스텔스 모드를 유지하면서 자기계발을 하다가 잡플래닛에 조직문화 평점을 보고 괜찮아 보이는 직장으로 언제든 이직하는 것이 어쩌면 합리적인 선택이다.


SNL코리아 ‘MZ오피스’ㅣ쿠팡플레이 유튜브 캡처 *김아영 배우님 팬입니다



MZ VS 꼰대 : 이들이 딛고 서 있는 가설은 위계조직에서 역할조직으로의 변화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누군가 MZ세대는 계산적이고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MZ세대는 그들이 꼰대라고 받아친다. MZ의 대척점에 ‘꼰대’가 있다. 사실 꼰대로 대표되는 표상의 본질은 위계조직(Rank-driven Organization)이다. 한때 자주 패러디되곤 했던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서사들의 공통점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 라떼서사는 일종의 무용담이고 무용담에는 자주 그러하듯 상처가 숨어있다. 각색된 서사와 미화된 상처를 한 꺼풀 벗겨내면 위계조직속에서 위축된 한 개인이 드러난다. 여기서 위계조직은 관계가 수평적이냐 수직적이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직무의 오너십이 어디에 있고 의사결정 권한이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있는지 각 역할자에게 있는지에 대한 개념이다. 따라서 위계조직의 반대개념은 수평조직이 아니라 역할조직(Role-driven Organization)이다. 위계조직과 역할조직의 구분은 의사결정 권한의 스펙트럼의 문제에 가깝다. 위계조직에서는 권한의 문제를 0과 1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나한테 있으면 너한테는 없고 일종의 제로섬 게임에 가까운 것. 나는 지시하는 사람, 너는 지시 받는 사람. 조직과 개인을 이분법적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현실은 이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조직은 무형적인 것이고, 결국 개인이 모여 만들어진 개념이 아닌가.


에린 메이어는 『규칙 없음』에서 나라별 조직문화적 특성 컬쳐맵으로 표현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위계적인 경향이 강하다. @에린 메이어 트위터



MZ의 에고에 편승해서 조직의 진화에 대해 이야기하자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 BC 1700 수메르 점토판에 새겨져 있다는 이 문구는 MZ세대에 대한 담론이 얼마나 오랫동안 반복된 사이클로 이어져 왔는지를 알려준다. MZ로 대표되는 현상들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던 '섬세한 에고의 사회적인 발화’의 재현에 가깝다. 그렇다면 MZ세대의 욕구가 MZ세대만의 고유한 것이라고 정의되는 것은 타당한가? 이러한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어왔고, 지금도 동시대인으로서 현존하는 것이기 오히려 더 공감받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MZ에 대한 풍자나 은유들은 기성세대들의 양가감정을 드러낸다. 그들도 20대엔 그러한 감정을 느꼈고, 지금도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쉽게 말로 꺼낼 수 없기에 불편하기도 하고 때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무엇. 따라서 지금의 ‘MZ세대라서’로 시작하는 모든 말들은 사실 ‘인간이라서’가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Z를 이 시점에 다시 소환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금까지의 조직관리는 구성원의 에고를 적절하게 통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베스트프랙티스라는 이름으로 추종전략을 통해서 대기업, 제조업 중심의 급격한 산업화를 이룬 한국의 산업구조하에서 구성원들의 에고는 관리될 수 있었고, 통제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배의 방향이 틀어지고 있다. 송길영 부사장은 “이제 기업들이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자유의지로 본인이 모티베이션을 가지게 만드는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과거와 달리 업무를 정의내리기 힘들다. (중략) 이미 정의 내려져있는 것은 누군가 이미 하고 있다. 한국이 이전처럼 벤치마크를 통해서 성장하는 패스트팔로워 형태가 아니라 남들이 안한 걸해야 하는 상황으로 가버린 것이다."고 말한다. 요약하면 성과를 창출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정답을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 경영에 답은 없어지고 구성원의 섬세한 에고는 더 이상 관리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익숙한 MZ를 함께 답을 찾아가야 할 최적의 파트너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전략도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에고를 더 이상 관리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구성원과 함께 답을 찾기 위한 변화 적응 역량을 높이는 것만이 생존에 유리한 게임이 된 것이다. 사실, 이는 인정하고 말게 없는 현상이다. 이미 우리 앞엔 너무나 신 레몬이 놓여있고 어떻게든 레몬에이드로 만들어서 먹어야 한다. 레시피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오늘은 문제제기였다. 다음편에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하나씩 다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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