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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Mar 03. 2023

책임과 권한에도 스펙트럼이 있습니다.


1. “저희에겐 권한이 없어요.” 프로젝트를 하면서 인터뷰를 하다보면 꽤 자주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 조직문화는 수직적이에요. 좀 더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되어야 해요.”와 같은 말들도 뒤따라 붙습니다. 과연 수직적인 조직문화, 수평적인 조직문화란 무엇일까요? 알듯 모를듯 뭔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처럼 편안한 관계라면 수평적인건가? 조직장이 강압적인 태도를 자주 보이면 수직적인건가?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모호함을 좀 더 선명하게 해주는 개념이 있었는데 바로 위계조직(Rank-driven Organization)과 역할조직(Role-driven Organization)입니다. 위계조직은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위가 낮은 사람은 그 명령을 수행하는데 초점을 둡니다. 역할조직은 각 역할에 따라 직무오너십을 갖고 결정권을 갖는 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현실에서 위계조직과 역할조직은 연속적인 개념이고, 모든 조직은 중간 어디 즈음에 존재합니다.


2. 위계조직과 역할조직의 구분은 의사결정 권한의 스펙트럼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위계조직에서는 권한의 문제를 0과 1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요. 조직장에게 있으면 담당자에게는 없고, 담당자에게 있으면 조직장에게는 없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에 가까운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죠. 조직장은 지시하는 사람, 담당자는 지시 받는 사람. 조직과 개인을 이분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현실은 이렇게 단순하지만은 않겠죠. 책임과 권한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잘게 썰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애자일한 조직변화에 대한 그루인 위르헌 아펄로(Jurgen Appelo)는 그의 책 매니지먼트 3.0에서 권한에도 단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 권한의 스펙트럼을 이해한다는 것은 위계조직과 역할조직을 구분하는데 있어서도 꽤나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위르헌 아펄로가 말하는 권한의 7단계를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1) 통보(Tell) : 결정을 내리고 알려준다. 사실상 권한은 전혀 없다. 토론은? 당연히 없다. 
(2) 설득(Sell) : 결정은 내리지만, 아이디어를 설득함으로써 그들의 헌신을 얻으려고 한다. 
(3) 상의(Consult) : 결정을 내리기 전에 무엇을 고려할지 의견을 듣는다. 다만 결정은 내가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4) 합의(Agree) :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룬다. 모든 사람의 의견은 동등하다. 
(5) 조언(Advice) : 의견을 제시하지만 결정은 그들이 한다. 
(6) 질의(Inquire) : 그들이 알아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나중에 그 결정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부탁한다. 
(7) 위임(Delegate) : 전적으로 알아서 하게 하고 세부 사항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는다.


하나의 조직안에서도 단위조직 장마다 스타일이 다를 수도 있고, 조직장과 구성원의 역할과 관계설정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대체적으로 우리 조직이 1번에 가깝게 의사결정을 한다면 위계조직일 가능성이 크고, 7번에 가까울수록 역할조직일 가능성이 크겠죠. 여러분이 일하는 조직은 어떠한가요? 주체적으로 일하고 높은 성과를 창출하길 희망하는 구성원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할까요?


4. 책임과 권한과 관련해서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 : 직역하면 직접책임자)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DRI는 Apple에서 처음 도입되었고, 이후 다른 기업들에서도 적용되기 시작했는데요. 우리나라 기업중에서는 토스가 대표적으로 이 개념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토스팀의 문화를 소개에 글에 따르면 DRI는 완전한 위임을 한다는 것은 그 일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자임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최종 결정을 한다는 것은 독단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정보와 의견 속에서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경청하는 것이 모든 DRI의 가장 중요한 직무능력 중 하나라고 말하죠. DRI가 충분한 경청 후 결정을 했다면, 만약 누군가 그 결정에 동의할 수 없더라도 따를 수 있어야 하고, 그 결정에 승복하고, 그 결정을 지지하며 그 결정이 옳은 결정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돕는것을 강조합니다.


5. 물론 스타트업처럼 의사결정의 속도가 생존에 필수적인 조직이 아니라면. 기존에 레거시가 많고 시스템이 이미 자리잡혀 있어서 보고, 결재가 일반화 되어 있는 조직이라면. DRI문화가 다소 급진적이고 위험하게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고민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구성원들의 직무오너십을 높이기 위한 훌륭한 레버리지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개인레벨에서는 직무 안에서 권한을 전격적으로 위임할 수 있을 만큼 Task단위로 쪼개서 접근해보는 실험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조직이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조직운영방식을 역할조직에 가까운 방향으로 변화시켜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향점은 명확하고 문제는 방법과 변화의 속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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