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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Mar 06. 2023

360도 평가 어떻게 할 것인가?

토스 관련 보도를 보면서

토스의 360도 평가를 다룬 보도를 봤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는 구체적으로 현재 토스의 인사관리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판단하긴 어렵다. 특히 모든 시스템이 그러하듯 하부시스템과 유기적인 연관이 강조되는 인사관리시스템은 전체 모습속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에 출간된 <유난한 도전>을 비롯한 공개된 자료들을 보았을 때 내부에서도 인사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중인 걸로 보인다. 책의 일부를 옮겨보면 이렇다.


2021년 11월 말 토스팀은 평가 및 보상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모든 변화는 토스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탁월한 역량과 책임지는 태도를 가진 인재를 끌어모으기 위해 만든 평가 보상제도가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첫 번째 폐기 대상은 3개월 수습 평가 후 탈락(3MR)과 스트라이크 제도였다. 팀이 작고 인지도가 약했던 초기에 만들어진 제도였다. 소규모 조직이 인재 밀도를 높이려면 충분한 역량과 태도를 갖추지 못한 사람과 과감히 이별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이제 토스는 인재들의 관심을 받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3MR과 스트라이크의 유효성은 줄었다. 수습기간 이후 정식 채용에 탈락하는 비율은 연간 10% 내외였다. 스트라이크는 유명무실했다. 동료로부터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경고를 3번 받아 퇴사한 사람은 이제껏 한손에 꼽았다.
 
반면 부작용은 컸다. 갓 입사한 팀원들은 이 제도에 혼란을 느꼈다. 잘못된 것이 보이면 불편을 감수하고 피드백하는 문화라고 하지만, 수습 이후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동료들에게 완전히 솔직해지기란 쉽지 않았다. 아무 말 않고 3개월을 보내고 나면 그다음에는 제 목소리를 내기가 더 어려웠다. 권위에 짓눌리지 않고 용감하게 목소리를 내는 문화가 약해지고 있었다.
 
- 정경화 지음. <유난한 도전> 중에서


HR에 대한 내부정보들이 보통 그러하듯 프로세스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아마 지금 어떠한 판단을 한다해도 스냅샷에 대한 비평에 불과할 것 같아 이 부분을 자세히 다루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보다는 평가제도를 실제로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서 공유해보면 의미 있을 것 같아서 몇 가지 정리해보았다.     


0. 우선 피드백은 피드백이고, 평가는 평가다.


우선 360도 피드백과 360도 평가는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은 프로세스의 목적이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피드백프로세스는 성과창출을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에게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반면에 평가는 해당 구성원이 이미 창출한 성과에 대해서 가치판단을 하는 일이다.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360도 다면평가로 접근하는 것에 굉장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사실 성과창출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는 굉장히 다양하고(경영계획, 대시보드 성격의 KPI, 직무의 R&R 등) 피드백은 그 중 하나다. 따라서 피드백은 직무담당자와 긴밀하게 협업하는 직무의 내부고객, 이해관계자들에게 전 방위적으로, 상시적으로 주고, 받고 기록으로 남겨지는 있는 프로세스가 갖춰져 있을 수록 좋다. 중요한 것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피드백은 평가가 아니라 성과창출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정보제공’을 위한 활동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피드백 프로세스는 성과관리시스템을 설계할 때 주요한 하나의 축으로 인식하고 조직문화로 안착되게끔 다뤄가야 한다. 다만 피드백을 평가라고 인식하는 순간 적극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무겁고, 어색해진다. 완전솔직(Radical Candor)한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때론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이 평가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피드백을 주는 사람은 해당 직무에서 더 많은 성과가 창출되길 기대하는 선의의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솔직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이런 신뢰에 기반한 피드백 문화가 형성되면 피드백을 주고 받을 때 불필요한 미사여구나 쿠션어가 없어도 효과적인 피드백이 가능할 수 있다.


피드백 활성화와 관련된 사례를 보면 파타고니아 같은 기업도 2015년부터 대화에 기반한 상시 피드백을 강조하는 성과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디지털플랫폼을 활용해 피드백문화를 촉진하고 있다. 피드백의 90%는 조직장이 아닌 동료들로부터 발생하고 있다고 하니 상당히 활성화된 것으로 추측된다. 피드백 문화를 어떻게 조성하는 것이 효과적일지와 관련해서는 <규칙없음>으로 잘 알려진 넷플릭스의 피드백 가이드가 간명하고 유용하니 참고할 만 하다.


넷플릭스 4A 피드백가이드

Aim to assist :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해라
Actionable :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Appreciate : 감사하라
Accept or discard :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1. 평가의 주체는 조직장이어야


이제 평가에 좀 더 초점을 맞춰보자면 꽤 많은 기업들이 더 공정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360도 다면평가를 하면 점수법으로 평가한 결과를 일정비율로 산입해서 평가등급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런 접근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식은 평가결과를 소통하기가 어렵다. 평가의 주체와 평가결과 소통의 주체가 일치하지 않으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하기가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식이 된다. “나는 점수를 잘 줬는데, 구성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요…” 이런 식의 커뮤니케이션으로 평가결과의 수용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많은 기업들이 조정세션(Calibration)을 통해서 평가등급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성과에 대해 가시화한다는 측면에서 장점도 있겠지만 같은 맥락으로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조직장들이 평가 프로세스 뒤로 숨기가 쉬워지고 그러는 사이 평가결과에 대한 책임있는 소통, 리더십은 휘발될 수 있다.

   


2. 동료들의 목소리는 코멘트 형식으로 받고 평가시 참고자료로 활용하자


구성원들이 평가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당연하다. 성과지향적인 조직일수록 구성원들의 협업이 더욱 더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가과정에 참여하는 것과 실제 평가권을 갖는 것은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구성원의 동료평가는 기술식으로 작성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데 이유는 맥락이 있는 내러티브 구조의 코멘트가 평가결과를 소통할 때 훨씬 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기술식으로 작성된 내용을 참고해서 조직장이 종합적으로 평가함으로써 혹시라고 발생할 수 있는 평가의 편향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유용하다.(평가는 기본적으로 주관적이다. 다만 객관적인 정보를 참고해서 자의적으로 해선 안된다. 주관적인 것과 자의적인 것은 다르다.) 만약 동료들이 직접적인 평가권을 갖게 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게 될까? 흔한 말로 인기투표처럼 되거나 가스라이팅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동료평가가 평가에 대한 왜곡, 편향을 발생시켜 평가 신뢰수준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본질이 아니다. 오히려 동료평가를 점수로 산입하는 등 평가권이 있는 것 처럼 느껴지게 되면 평가에 대한 민감도가 커진다는 것 그 자체가 문제다.      



3. 역량모델은 유효한가?


360도 평가를 할 때 흔히 역량모델을 만들어서 그 모델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성과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문항도 개발하고 더 객관적이기 위해서 BARS(행위평정척도법), BOS(행위관찰척도법) 등을 활용해서 문항을 더 객관화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한계가 많다는 것을 곧 알게된다. 우린 체조경기 같이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무가 다르고, 협업하는 사람이나 상황, 조건이 모두 다르다. 쉽게 말해서 성과를 창출하는 환경이 동일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동일한 '자'(역량사전, 역량모델)을 갖고 측정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효과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같은 일이라도 탁월함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얼마나 다양한가?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정말 성과창출에 도움이 되는 암묵지는 정작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나는 역량을 알아차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성과창출에 유리한 또는 개발이 필요한 '행동특성'을 관찰하고 기술하는 것이 성과창출에 필요한 암묵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역량모델을 만드는 것 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4. 평가는 '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평가는 우리가 채용면접때 잠깐 보고 채용여부를 판단하듯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물론 채용도 그렇게 되지 않게 프로세스를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린 일상적이고 장기적으로 협업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동료가 어떤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지 서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언제든지 이에 대해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다. 어쩌면 오늘 점심을 먹고 맛있었는지 맛이 없었는지 바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직관적이다. 하지만 우린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하면서 평가프로세스를 고도화한다는 명목 하에 프로세스를 복잡하게 설계하곤 하는데 이는 지양되어야 한다. 평가등급을 내기 위해서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이미 평가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평가등급을 마음속에 내리고 역산해서 점수를 체크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모두 행정비용이다.) 우리가 얻어야할 더 중요한 데이터는 성과에 대한 가치판단을 잘 인식하기 위해서 본인 뿐만 아니라 평가권자가 평가내용을 효과적으로 꺼내놓는 것이다.      



5. 평가는 성과를 가시화하기 위해 중요. 다만 평가결과에 대한 민감도는 낮춰야


나는 평가의 제 1의 원칙이 있다면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을 빌려서 'Do no harm'이라고 말하고 싶다. 무엇에 해를 끼치지 말하야 할까? 그것은 '성과'다. 다르게 말하면 평가는 의도와 달리 성과창출을 저해하는데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피하는게 중요하다. 이런 문제의식 끝에 최근 팀 성과평가로 개인 성과평가를 대체하거나 개인 성과평가 자체를 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개인 성과평가를 안 할 수는 없다. 조직은 어차피 개인으로 이뤄진 것이고, 성과를 창출하는 단위는 개인일 뿐만 아니라 기여도가 급여와 같은 하부 인사시스템과 긴밀하게 연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지향적인 조직이라면 개인들이 창출한 성과를 조직은 더 잘 인식하고 가시화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평가에 대해 우린 어떤 마인드셋을 가져야 할까? 한동안 평가가 의미없다는 논의가 인사관리 영역에서 다뤄졌다. 나는 그 논의가 굉장히 의미있는 논의라고 생각한다. 그때 평가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은 급여차등화를 목적으로 평가등급을 산출하기 위해서 평가등급을 만들어내는 행위가 구성원을 통제하고, 자율성과 협업 저해하고,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 하는 문화를 낳고, 행정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었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만 급여차등화에 대한 목적이 아닌, 구성원의 기여와 성과창출을 보다 가시화 하고 공정한 보상을 통해 이를 인정하고 지지하기 위해서 개인 성과평가에 대해서 좀 더 직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합리적인 급여, 승진, 직급체계와 같은 인사결정 시스템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리하자면 성과평가는 동기부여의 수단이 아니라 ‘성과’를 보다 잘 인식하기 위한 활동이다. 평가는 최대한 공정하게 하고 커뮤니케이션 한 뒤, 구성원들이 평가결과에 대해 가능한 빨리 잊고 다시 일, 성과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가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성원들이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는 수준까지 빠르게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평가결과에 대한 민감도는 줄어들 것이다. 안타깝게도 ‘잡코리아’가 지난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직장인 10명중 8명은 평가 이후 이직을 고민하고, 46%는 평가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꽤 많은 조직들이 아직 평가를 효과적으로 다루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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