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시기가 돌아왔습니다. 많은 조직들이 2025년의 전략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깊게 고민하는 시기입니다. 경영전략의 그루인 리처드 루멜트는 전략이란 위험성이 높은 과제(조직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기회)를 해결하기 위한 방침과 행동의 혼합으로, 그것은 목표도 아니고 희망사항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전략은 문제를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는 것이죠. 리처드 루멜트는 물감을 분석한다고 뛰어난 미술작품이 탄생하지 않듯이 원가와 경쟁사를 분석한다고 해서 훌륭한 전략이 수립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리처드 루멜트가 쓴 책인 ‘크럭스’의 일부 내용 소개해드리면서 전략을 도출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크럭스’는 클라이밍을 할 때 등반이 가장 어려운 구간을 일컫는 말로, 이러한 구간은 힘이나 패기만으로 정복할 수 없고 섬세하게 움직여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크럭스는 문제의 가장 핵심이 되는 구간을 뜻합니다. ‘크럭스’에서 리처드 루멜트는 크게 4가지를 주장합니다.
1️⃣ 전략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목표나 비전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진단하는 것이다.
2️⃣ 크럭스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의지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니 내가 처한 상황을 이용하라.
3️⃣ 미션선언문 작성, 분기별 목표 같은 밝고 화려하지만 쓸데없는 것에 신경쓰지 마라.
4️⃣ 문제부터 시작하되 너무 빨리 대책을 도출하려고 하지 마라.
그럼 이제 리처드 루멜트가 실제로 한 기업의 전략을 도출하기 위해 시도했던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2025년 경영계획 수립에 필요한 힌트를 얻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책의 내용을 주관적으로 발췌하고 요약한 글이니, 원문도 꼭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1. ‘팜코’는 농작물 및 1차 가공식품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팜코’의 사장 조안나 워커는 회사 연례 전략워크숍에서 할 연설을 고민하던 중에 전략수립에 대한 고민에 빠졌고, 리처드 루멜트와 만나 전략을 만들기 위한 방법에 대해 논의하게 됩니다. 리처드 루멜트는 기존 성과목표, 손익목표 달성에 관한 내용이 전부인 전략보고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직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CEO와 사업부서장을 포함한 8명 이하의 챔피언팀을 만들어 3일간 ‘전략공장’이라는 활동을 진행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2. 전략공장을 진행하기에 앞서 리처드 루멜트는 3가지를 준비했습니다. 1) 회사, 경쟁상황 및 과거의 계획과 성과를 파악하는 단계 2) 주요 구성원과 최소 90분 이상 인터뷰 3)구성원들에게 서면으로 질문하고 답변 받기(그 내용 중 일부를 전략공장에서 출처를 밝히지 않고 사용 가능) 전략공장의 목적은 앞서 확인한 것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므로 예산수립과 손익을 추정하는 예산수립 프로세스와는 별개로 진행하였습니다.
3. 리처드 루멜트는 전략공장의 맴버 8명과 5명의 주요 매니저를 인터뷰합니다. 인사팀장은 지역별로 상이한 정책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CFO는 회사의 주가수익률이 너무 낮다고 주장합니다. CEO는 해외사업이 여전히 적자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리처드 루멜트는 인터뷰가 끝난 후 각 멤버들에게 이메일로 질문을 보냈고 개인적으로 답을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이 7개의 질문은 다른 기업들에게 물어본 것과 같았습니다.
1️⃣ 지난 5년간 관련 산업 분야에서 그리고 팜코에서 기술, 경쟁사, 소비자행동이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무엇이었나? 이 변화가 회사에 미친 영향은?
2️⃣ 향후 3~5년간 관련 산업 분야에서 그리고 캄포에서 기술, 경쟁사, 소비자행동이 가장 중요한 변화가 무엇일 거라고 예상하는가? 이 중 회사에 문제를 초래할 변화와 기회를 제공할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3️⃣ 지난 5년간 회사에서 실시한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 가운데 성공적이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것은 무엇인가? 이런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팜코가 이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4️⃣ 지난 5년간 회사에서 실시한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 가운데 실패한 것은 무엇인가? 성공을 방해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떤 다른 대안이 가능했을까?
5️⃣ 지금 회사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회사가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 중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은 무엇인가?
6️⃣ 성공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핵심요소는 해결에 방해가 되는 문제와 어려움을 진단하는 것이다. 현재 팜코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두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인가? 여기서 심각한 문제란 손익이나 다른 부족한 부분이 아니라 개선을 어렵게 만드는 잠재된 문제를 말한다. 이 외에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
7️⃣ 회사의 구조나 주요 정책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이 문제가 6번 질문의 답을 해결하는 데 방해가 되는가?
4. 전략공장 첫날이 되었습니다. 첫날의 주제는 ‘변화’였습니다. ‘지난 5년간 어떤 일이 발생했고, 미래에는 또 어떤 일이 발생할까?’라는 주제로 구성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과거에 잘한 것과 잘못한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잠시 휴식시간을 갖고, 구성원들에게 전략적 우선사항 리스트를 배포했습니다. 이사회 자료와 서면 질문 5번의 답변 위주로한 총 20개의 항목이었습니다. (품질관리 / 고객관리 / 공급망 / 생산시설 해외 이전 / 효율과 유연성 증대 / 인재개발 / 조직개발 및 역량 구축 / 풍부한 연구개발 인력 / 제품사양 단순화 / 판매 및 마케팅 역량 강화 / 브랜드 이미지 구축 / 신규시장 진출 및 신제품 개발 / 멕시코 등 거점지배 강화 등) 이 리스트를 보고 참가자들이 말했습니다. “너무 애매모호하고, 항목이 너무 많아요” 리처드 루멜트도 기다렸다는 듯이 맞다고 응답했습니다.
5. 리처드 루멜트는 구성원들이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목표가 아니라 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우선순위 리스트 달성을 어렵게 하는, 추진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토론이 계속되면서 문제를 적은 카드를 적어 칠판에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라고 물어보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토론하지 않았습니다.) 토론이 마칠 때 쯤 카드는 10개로 압축되었습니다. (경쟁력의 감소, 대기업의 연구개발, 창립멤버, 이익감소, 복잡한 사양 ,스마트파밍, 지역이기주의, 인력의 적소배치, 대체영양소, 최첨단 스타트업)
6. 전략공장 둘째 날이 되었습니다. 10개의 과제를 요약해서 설명하는 것으로 둘째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을 인터뷰하며 들은 인상적인 이야기들을 소개하면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리처드 루멜트는 10개의 문제 중 어느 것이 제일 중요한지 물었습니다. ‘지역이기주의’, ‘이익감소’, ‘경쟁력 감소’ 3가지가 나왔고 향후 18개월간 이 중 하나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가정하고, 만일 잘못됐을 때 우리 모두 일자리와 스톡옵션 기회를 잃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이며 그 대책은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해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참가자는 90분간 2개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에서 3개의 문제 중 최소 하나를 선택해 대책을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토론을 할수록 ‘선택과 집중’의 부족이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토론이 끝날 때 쯤 팜코가 왜 부진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팜코’의 크럭스는 ‘저부가가치 작물사업 진출과 대기업과의 차별화 전략 실패’였습니다.
7. 전략공장 셋째 날, 앞으로 고부가가치 작물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하기로 하고 새로운 방침을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했습니다. ‘팜코’는 과수원처럼 고부가가치 작물재배에 집중하고, 가능하면 대규모 농장 대상 사업 분야는 다국적 기업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영양소의 화학성분에 대한 연구에 더 많이 투자하여 맞춤식 액체비료를 개발하고 대형고객과의 제휴관계에 더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테스트해볼만한 고객사를 확보하고, 프로그램 적용시 발생할 문제점들을 전담해서 해결할 새로운 팀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총 기간은 18개월입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방향과 구체적인 대책 말고도 이러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는 몇가지 가정이 필요합니다. 예를들어 이 분야는 이미 발전이 있기는 하지만 계속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는 가정 등입니다. 이러한 가정은 반드시 명시적으로 정리해놓아야 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도 이러한 가정이 여전히 유효한지 지속적으로 회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정이 맞지 않으면 반드시 대책을 수정해야 합니다.(리처드 루멜트는 이를 ‘전략 내비게이션’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멤버들 각각 정책집행에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이번에 한 선택이 영원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일단 18개월간은 이 방향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것에 대해 모두 동의하고, 선언하면서 전략공장은 마무리 됩니다.
8. 전략공장은 전략을 목표설정으로 바라보는 사고의 틀을 깨기 위한 수단으로 리처드 루멜트가 고안한 방식입니다. 조직이 당면한 심각한 문제를 파악하고 그 구조를 진단한 뒤, 크럭스를 찾아서 해결방법을 모색하려는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죠. 결과적으로 무엇이 중요한 문제인지 선별해서 명확한 해결대책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리처드 루멜트는 전략공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이 과제 중심의 접근방법에 동의하고 공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매년 비슷한 경영계획과 우선순위 없는 활동들의 나열에 의문이 드셨다면 ‘크럭스’를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