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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Nov 15. 2024

인사관리시스템 운영에도 헷징이 중요해요

#HR시스템 운영사례 #변화관리

  금융투자 활동에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반대되는 포지션을 갖는 것을 헷징(Hedging, 울타리, 방지책) 전략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석유 회사가 유가 붕괴를 헷지하기 위해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죠. 최근에 일론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베팅한 것도 친환경 전기차산업에 대해 우호적인 민주당과 다른 포지션에 의도적으로 베팅하는 헷징전략 아니야? 라는 추측도 있었죠. 인사관리시스템도 일관성 있는 관점으로 운영을 해나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헷징의 요소를 반영해서 제도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 뉴스레터 12호에서 소개하기도 했던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제도는 완전한 위임을 통해서 직무오너십을 갖게끔 하는 제도이지만, 동시에 직무담당자가 독단적인 판단을 통해서 조직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이러한 리스크를 헷징하기 위해서 DRI에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와 이해관계자의 의견 속에서 결정하는 것을 강조하게 되고 따라서 DRI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을 경청이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DRI가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을 강조하게 되면 현실에서는 DRI의 의사결정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훼손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동시에 강조되는 것이 DRI가 충분한 경청 후 결정을 했다는 가정하에, ‘그 결정에 동의할 수 없더라도 따를 수 있어야 하고, 그 결정에 승복하고, 그 결정을 지지하며 그 결정이 옳은 결정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돕는 것’이 또한 강조됩니다.

  저는 이러한 인사관리시스템 운영에 있어서 헷징의 요소, 장치들이 제도의 일관성 있는 운영을 돕게끔 설계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 완벽한 제도란 있을 수 없지만 이런 요소들이 합리적으로 설계되어 있어야만 탄력적인 운영을 통해 제도가 목적하는 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갈 수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인사관리를 통한 혁신이라면 혁신이 딛고 있는 토대는 매우 약하므로 이러한 헷징의 요소를 굳건하게 설계하고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게끔, 헷징의 요소를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시스템을 설계할 때 많이 받는 질문들을 토대로 헷징의 요소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강조하는 지를 정리하고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을 해나갈 때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by flickr.com @oughkidcst


1. (사례 1. 직속조직장이 인사관리 권한을 갖고,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서 공정성이 오히려 훼손되지 않을까?)


  비슷한 성격의 질문으로 “직급결정도 직속조직장이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면 직급부여에 대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거나 “성과평가의 간주관성(間主觀性 : Intersubjectivity, 뉴스레터 69호 참고)을 인정하게 된다면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까? 자의적인 평가를 허용하게 되는 효과를 발생하지 않을까?”라는 질문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질문들이 담고 있는 리스크를 상쇄시키기 위해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요?

  조직장이 인사관리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꽤나 익숙합니다. 최근 조직문화, 리더십, 코칭, 1on1 이 강조되는 것도 조직장의 인사관리 권한이 강화되는 추세와 관련이 있고, HRBP(HR Business Partner)직무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 역시 HR부서의 조직장 지원 기능이 강화되는 트렌드를 보여주는 단면이죠. 하지만 현실에서는 직속조직장의 인사관리 권한행사를 제한하는 ‘선’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직속조직장이 성과평가는 진행할 수 있지만, 기본급 결정에 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거나, 그래도 채용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은 경영자가 해야 한다거나와 같은 일들입니다. 


  여는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직속조직장의 인사관리 권한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제프베조스가 '피자 두 판의 법칙’(two-pizza team rule)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실질적으로 구성원의 성과와 직무를 관리해야 하는 조직장이 관리할 수 있는 인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제프베조스는 회의를 하거나 팀을 구성할 때 구성원은 피자 두 판을 먹을 수 있는 인원 이내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합니다. 일반적으로 피자 두 판이 16조각이고 한 사람이 두 조각씩 먹는다면, 최대 8명이 되겠죠.) 구성원의 성과창출을 지원하는 직속조직장이 인사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누가 인사관리를 할 수 있을까요? HR시스템이 행정적인 지원에만 초점을 맞춰 설계되어 있다면 인사부서나 경영자가 구성원 레벨의 인사관리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인사부서나 경영자가 실질적으로 인사관리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서두에 확인한 것처럼 직속조직장이 인사관리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하면 곧바로 권한을 남용하거나, 성과평가나 직무평가를 자의적으로 하거나, 기본급 결정을 공정하게 하지 않을 것에 대한 우려들이 나타납니다. 



2. (헷징 포인트1 : HR부서, 차상위조직장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는 프로세스 설계해야야)


  이러한 리스크를 어떻게 상쇄시킬 수 있을까요? 직속조직장은 HR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 입각해서 HR시스템을 운영해야 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차상위조직장(구성원 입장에서)과 HR팀의 의견을 참고해서 인사관리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더불어 기본급을 결정하거나, 성과평가를 하거나, 직위공모를 통해 선발을 하는 과정 등에서 구성원들이 이의조정 신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이의조정프로세스를 통해 구성원이 인사관리에 참여할 수 있게끔 열어두는 것은 인사관리 의사결정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 주는 방법이므로,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3. (헷징 포인트2 : 이의조정에 대해 인사위원회 검토 후 다시 직속조직장이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 설계)


  구성원의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일반적으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해당 사안을 심의하여 최종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하지만 제안하는 프로세스는 인사위원회 역시 차상위조직장이나 HR팀과 마찬가지로 검토의견을 정리하여 직속조직장에게 전달하고, 최종 의사결정은 직속조직장이 내리는 것을 제안 드립니다. 이의조정 프로세스는 직속조직장은 인사위원회의 검토의견과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이 경우 다른 결정에 대한 근거를 인사위원회에 제출하고 기록으로 남기게끔 설계하는 것이죠. 이러한 프로세스 운영을 촉진하기 위해 규정의 형태로 명문화함으로써 직속조직장의 직무오너십을 보다 강하게 설정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드립니다.

  위에서 다룬 것 처럼 직속조직장의 인사관리 권한을 인정하기 위해서 차상위조직장의 의견, HR부서의 의견,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이의조정 프로세스, 이의조정 신청건에 대한 인사위원회의 검토의견 전달과 같은 여러가지 헷징의 장치들을 배치했습니다. 이 같은 과정들은 직속조직장의 인사관리 권한을 인정하는 것을 저해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직속조직장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책임있게 소통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서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직속조직장의 인사관리 권한 행사시에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4. (성과평가를 절대평가로 진행하면 평가등급 부여에 인플레이션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성과평가를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하게 되면 직속조직장이 구성원과 동조화되면서 관대화경향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평가등급 부여에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정직하고 공정하게 평가한 단위조직 구성원들은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생겨나게 되죠. 이런 현상이 고착되면 손해보려하지 않으려는 심리때문에 인플레이션 현상은 더욱 더 만연하게 됩니다. 하지만 성과평가는 성과 그 자체에 대한 가치판단이기 때문에 절대평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면 이런 리스크를 상쇄시키기 위해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요?

5. (헷징 포인트1 : 종합 성과평가 등급(기여등급)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개별 성과항목별 성과평가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일반적으로 성과평가를 하다보면 종합 평가등급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데 성과평가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별성과에 대한 가치판단에 더욱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개별 성과(Performance)가 정말로 가치있는 것인지를 보려면 결과(Impact)의 크기와 성과와 결과의 인과관계가 얼마나 긴밀한지를 두고 성과의 가치를 판단하게 됩니다. 개별 성과에 대한 가치판단에 초점을 좀 더 맞추게 되면 종합 성과평가 등급에 매몰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6. (헷징 포인트2 : 성과평가 결과를 기본급 결정에 반영할 때 성과평가 등급이 급여인상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게 설계해야)


  페이밴드, 페이매트릭스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구성원들이 성과평가에 과도하게 민감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성과평가 목적에 더 충실해질 수도 있습니다. 페이매트릭스에 인상률을 고정시켜놓게 되면 성과평가에 민감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에 기본급이 페이밴드의 어느 구역에 있는지와 동료 구성원들의 성과평가 등급의 분포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페이매트릭스상에 인상률이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게끔 설계되면 성과평가 목적에 더 충실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페이밴드에서 높은 수준(1번 Zone)에서 기본급이 결정되어 있다면 기대성과가 크다는 것이 이미 반영되어 있으므로 S를 받아도 평균인상률 정도 만큼만 인상률이 결정될 수도 있고, 구성원 모두가 A+라고 한다면 전체 구성원 모두가 평균인상률 정도의 인상률로만 정해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페이밴드, 페이매트릭스 운영을 통해서 기본급은 정해진 재원 내에서 배분하는 ‘상대적’인 개념이고, 성과평가는 성과 그 자체에 대한 가치판단, 즉 ‘절대적’개념에 의해 운영되는 독립적인 프로세스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7. (햇징 포인트3 : A+이상의 고성과가 정말 고성과일까? 인사위원회가 검토하고 의견을 전달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A+이상의 고성과가 있을 경우 별도 인사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직속조직장에게 의견을 전달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개별 고성과 사례를 구성원 전체와 공유하면서 고성과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식을 함께 높여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성과평가가 고성과창출을 유도하고 학습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일련의 과정속에서 직속조직장은 성과평가를 보다 책임있게 수행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헷징에 대한 두 가지 사례를 통해서 인사관리시스템 운영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를 상쇄하는 접근을 다뤘습니다. 인사관리시스템 운영을 일관성 있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변화를 효과적으로 관리해나가기 위해서 헷징의 요소가 중요합니다. 우리 조직에 인사관리시스템이 최선이기 보다는 차악을 선택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신다면 시스템 내 헷징의 요소를 다시 설계할 필요는 없는지 고민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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