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이면 대부분의 조직들이 2024년 성과평가를 모두 마무리하셨을 것 같습니다. 성과평가의 시간은 어떠셨나요? 성과평가는 매년 하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자신이 창출한 성과를 실제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자기고양 편향: Self-Enhancement Bias)이나, 내가 속한 조직에서 스스로를 평균 이상이라고 믿는 경향(자기고유성 효과: Lake Wobegon Effect)이 강한 구성원일수록 성과평가 결과를 전달하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팀장과 팀원 모두에게 긴장되는 순간이죠.
평가 결과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구성원의 수용도와 동기부여 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내가 뭘 잘못했길래?"라는 거부반응을 초래할 수도 있고, 반대로 "아, 올해 이렇게 하면 더 성과를 창출할 수 있겠구나!"라는 긍정적인 태도를 이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과평가 결과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성과평가 결과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성과평가 진행과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과 다른 포인트가 있습니다.(성과평가 진행과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이 궁금하시나면? 뉴스레터 ‘더 나은 성과평가 커뮤니케이션 가이드’편을 참고) 성과평가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평가의 간주관성(間主觀性 : Intersubjectivity)을 확보하기 위한 충분한 경청이 중요합니다. (뉴스레터 ‘흑백요리사를 통해 바라본 평가의 간주관성’편 참고) 반면 성과평가 결과의 전달은 명확한 의견전달을 통해 구성원 스스로 성과창출 수준에 대한 메타인지를 확보하고, 올해 고성과창출을 위해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 포인트입니다. 즉 성과평가 과정 커뮤니케이션에서 경청과 의견제시의 비율이 7:3 정도라면 결과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은 3:7 정도의 비율로 의견을 명시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더 초점을 두게 됩니다.
성과평가 결과를 전달할 때는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1) 독립된 공간에서 1:1 대화로 진행하기: 민감한 내용이 오갈 수 있으므로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야 합니다. 2) 구성원이 평가 결과를 이미 읽었다는 전제하에 진행하기: 기본적인 내용을 반복하기보다 핵심 논의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3)명확한 평가 기준과 근거 제시하기: 평가 등급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객관적인 데이터와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원칙을 토대로 단순히 평가에 대한 등급과 점수를 공지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성과창출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까지 이어가기 위한 몇 가지 장치들이 더 필요합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성과평가 결과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구조적 접근법으로 ‘S.E.R.C.F.R’ 프레임워크를 제안합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중요한 이해관계가 걸려있고 의견이 다양하면서 감정이 격해질 수 있는 대화와 관련해서 좋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결정적 순간의 대화(Crucial Conversations)의 내용을 참고하여 고안하였습니다.
✅ Step 1: Safe Zone (안전지대 확보)
대화의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여 심리적 안전감을 줍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겪을 때 중간중간 목적을 환기하기 위한 안전지대가 될 수 있습니다.
“성과평가서 작성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이 시간을 통해 2024년 창출된 성과를 돌아보고, 2025년 더 나은 성과 창출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함께 고민해보려 합니다.”
✅ Step 2: Evidence-based (사실 기반 전달)
특히 만족스러운 성과에 대한 평가등급이 다른 경우, 성과창출자의 작성내용을 요약한 후 평가자가 생각하는 등급과 다른 이유와 근거(확인된 사실)에 초점을 맞춰서 의견을 제시합니다.
“하나씩 같이 살펴볼까요? 1-2 성과의 경우에 길동님은 OO한 이유로 A+로 평가하셨지만, 저는 A로 평가했습니다. 그 이유는 임팩트의 크기를 다르게 봤기 때문입니다. 당시 우리가 문제라고 인식했던 현황과 실제 변화를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면 △△한 임팩트가 나타났고, 조직 차원의 문제 해결 기여도를 고려했을 때 평이한 성과로 판단했습니다.”
✅ Step 3: Reflection (수용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 경청)
의견을 전달하고 경청의 기술로 미러링(Mirroring), 바꿔말하기(Paraphrasing), 알아봐주기(Guessing) 등을 활용하여 구성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길동님은 제 생각과 다른 의견이 있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작성한 내용에 대해서 궁금하신 점도 좋고, 다른 의견도 좋아요. 편하게 말씀 부탁드릴게요.”
✅ Step 4: Contrasting Perspective (이견이 남아있는 부분 확인)
성과창출자의 이견에 대한 조직장의 의견을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여전히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면 이를 명확히 정리하고 추가 논의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이야기하다 보니 생각의 간극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그래도 여전히 1-3 성과에 대해서는 길동님은 OO하게 생각하고 있고, 저는 △△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서로의 생각이 다른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을 좀 더 해보고 한번 더 미팅을 가지면 어떨까요?”
✅ Step 5: Feed Forward (미래지향적 피드백)
단순한 평가 전달을 넘어서 향후 성장과 역개발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합니다.
“역량개발에 대해서도 작성해주신 내용 잘 봤어요. 2025년 역량과 관련해서 원하시는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 지금은 그 수준에 어느정도 가깝다고 느끼시나요? / 간극을 줄이기 위해 계획하고 있거나 고려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 Step 6: Retrospect (회고 및 정리)
미팅을 마무리하며 주요 논의 내용을 요약하고 앞으로 적용할 사항을 정리합니다.
“오늘 미팅 어떠셨어요?”
성과평가 결과를 전달할 때 가장 흔히 발생하는 실수 중 하나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 은 의사소통 방식을 연구하며 "고맥락(High-context) 문화와 저맥락(Low-context) 문화" 개념을 정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과 일본같은 아시아권은 고맥락언어를 많이 사용하고, 서구권은 저맥락언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 고맥락 문화: 간접적이고 암묵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비언어적 요소와 맥락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 저맥락 문화: 직접적이고 명확한 언어적 표현을 사용하며,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고 덥네요."라는 말을 듣고 어떤 사람은 '그냥 덥다는 뜻이구나'라고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은 '에어컨 온도를 낮춰달라는 뜻인가?'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성과평가 결과를 전달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과평가 결과를 전달할 때는 저맥락으로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애매한 피드백 (X) : "2024년 한 해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특히 프로젝트 일정 마감일을 맞춘 점은 본부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하지만 다음에는 좀 더 팀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수용자가 '내가 잘한 건가? 못한 건가?' 헷갈릴 수 있습니다.
☑️ 명확한 피드백 (O) : "2024년 프로젝트 일정을 잘 지킨 것은 좋았지만, 팀원들과의 소통은 부족했던 것 같아요. 2025년에는 팀 미팅을 자주 가지면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시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이렇게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해야 수용자가 명확한 개선 방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피드백을 전달하는 행동양식에서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Actionable)고 한 내용도 이를 더 발전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성과평가 결과를 전달할 때는 솔직한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한 뒤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어떻게 개선하면 좋은지" 를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모호한 표현은 평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오해를 낳을 가능성이 큽니다.
성과평가 결과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단순한 공지 이상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팀원과의 의견 차이를 조율하고, 수용성을 확보하며, 동기부여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팀장들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실전처럼 연습하고 대화의 근육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단한 롤플레잉을 통해 평가 피드백을 주고받는 연습을 하면, 실전에서 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HR부서는 성과평가 시즌이 되면 성과평가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를 제시하고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는 교육을 기획해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구성원을 대상으로도 평가 결과를 받아들이고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성과평가는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니라, 조직과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중요한 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