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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 yoon Mar 11. 2020

디지털 미니멀리즘 실천            

디지털 세계에서 독립을 꿈꾸며

생각했던 것보다 금단현상에 손이 떨리지도, 가슴이

답답하지도, 그렇게 초조하지도 않았다.

칼 뉴포트의 '디지털 미니멀리즘' 책을 한 호흡으로 읽고 나서, 강렬한 울림이 왔다

핸드폰 속 작은 세계에 갇혀 있는 나를 구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자 다짐하고, 첫 번째로 핸드폰에서 소셜미디어 앱들을 모두 삭제했다. 일단 30일간의 디톡스 기간을 가지고, 그 이후 선별적으로 꼭 필요한 것만 쓰기로 계획했다. 실로 엄청난 결단이었다. 매일을 기록한다는

명분으로 인스타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고 하는 일을 작은 기쁨으로 삼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앱을 클릭하고 좋아요를 누르면서, 엄선된 삶의 단편들에 빠져 시간과 감정을 소비하는 것을 멈추고 싶었다. 그러면서 좀 더 일상의 순간들에 집중하고, 내밀하게 내 삶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하는 시간들을 갖고자 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란?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낼 때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도움이 되며,
신중하게 선택한 소수의 최적화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모든 활동은
기꺼이 놓치는 기술 활용 철학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는 일들은 먼 나라 이야기이고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와 같은 영혼의 사람은 꿈꾸지 못하는 삶일 거라 단정했었다

워킹맘 21년 차, 두 딸을 키우면서 전투적으로 삶을 살아내고 있는 나에게 요리란? 그저 허기지지 않게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수준으로 족했다

아이들 먹일 아침을 겨우 챙겨주고, 나는 출근하면서 한 손으론 운전을 다른 한 손으론 우유며 빵 같은걸 꾸역꾸역 밀어 넣고 일터로 쫒아가기 바빴다

그리고, 점심은 폭식으로 이어졌고, 저녁은 술로

마무리되는 일상이었다

건강한 습관을 가꾸고 싶은 저 깊숙이 잠자고 있는

욕망을 일깨우기 위한 절실한 바람으로 디지털

세계에서 독립을 선언했다




잘할 수 있을까? 그만큼 핸드폰과 밀착된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손 안에서 그걸 놓는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첫째 날부터 순조롭게

내 시선이 주위를 돌아보고, 의미를 부여하는 행동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스타트이고 변화였다.

그러면서, 이 신기하고 묘한 감정들을 기록해 놓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무심하게 선반에 올려진 화분 앞에 한참을 서서

그사이 초록잎이 선명해진 걸 바라보았다. 그저

죽지 않길 노심초사하며 물을 주기 바쁘게 돌아서던 그 시간들을 대신해서 쓰담쓰담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는 나를 마주했다

손이 많이 가는 재료를 장바구니에 담는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어쩌다 시어머님이 챙겨주시는 늙은 호박도

썩어서 갖다 버리기 일쑤였는데, 그동안 한 번도 살 엄두를 내지 못했던 단호박을 덥석 장바구니에 담고, 샐러드를 만들어 내는 시간들을 가졌다


나를 돌보는 시간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더 이상 음식을 준비하는 순간들이 버겁거나 귀찮지 않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좀 더 건강한 요리에 시간을 쓰면서 내 몸과 마음이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어제는 봄 향기가 느끼고 싶어서, 달래를 샀다.

달래장을 만들고, 콩나물을 조물조물 무치고,

소고기 볶음을 만들어서 쓱싹쓱싹 비벼먹는데,

절로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내면의 기쁨을 안기는 원천들을 차근차근

찾아내기 시작했다.

5일장에 가서 시장 구경과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달리기를 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나이 마흔다섯에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여름과 가을'에서 '요리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야, 집중해'라며 주인공의 엄마가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의 내 마음들이 이렇게 비추고 있다. 집중해서

내 삶을 좀 더 주도적으로 살아내고 싶다


30일간의 디지털 디톡스
기간이 끝난 후
달라져 있을 내 삶의 태도가
기대되는 순간들이다
진정한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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