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은 애쓰지 않는다
만만하게 생각하고 도전했던 브런치 작가에서 한번 퇴자를 맞고, 두 번째 도전만에 작가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좀 오만했고 힘이 잔뜩 들어간, 있어빌리티 한 단어와 문장들의 조합으로 써 내려갔던 나만의 언어였고, 그렇게 한 번의 실패 끝에 얻은 생각은 '힘을 빼자',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나만의 색으로 채우자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두 번째 글을 쓰기까지 시간이 참 오래 걸리는 것이, 큰 산을 하나 넘었다는 생각에 그다음부터는 좀처럼 발걸음 떼기가 쉽지만은 않더군요(긴 호흡의 글을 쓴다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미처 몰랐어요). 힘들게 노트북을 펼쳐서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봅니다.
저의 유전자에 새겨진 글쓰기 본능은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마주할 때마다 달아나는 도피처 역할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우주의 유일한 안식처로 이곳을 선택하고 무언가를 써가면서 제 마음을 보듬고자 합니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닥친 이 재난의 시간들을 보내면서, 점점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스스로를 더 엄격한 기준으로 재단하고, 잡념들을 없애기 위해 건강한 습관으로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올 한 해 키워드를 선정합니다. 비움, 습관, 몰입... 등등.. 2020년 올해의 키워드는 '몰입'이고 몰입에 방해되는 것들을 제거하는 것으로 그리고 건강한 습관 위에 자연스럽게 나를 놓아두는 방법으로 더 나은 내 삶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건강한 습관에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수면, 식습관, 운동입니다
1. 수면
양보다 질 높은 수면이 가져다주는 삶의 변화를 깨닫게 되면서, 수면시간의 틀을 다지는데 1년은 족히 걸린 것 같습니다(아니 아직도 완벽하게 자리를 잡진 못했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꽤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변화의 시작 5AM클럽', '스탠퍼드식 최고의 수면법'이라는 책을 통해서 수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잘 자기 위해 애쓰게 되었습니다. 23시~05시의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위해 1년 전부터 꾸준히 알람을 맞춰놓고 있습니다. 5시 기상, 6시 조깅, 7시 아침식사, 8시 출근이라는
아침 시간별 섹션을 정하고 수행하면서 엄청난 자존감과 성취감으로 충만해진 삶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5시 기상이라는 엄청난 부담감의 숫자에서 이젠 익숙함으로, 어떤 날은 3시에 눈이 떠지기도 하는 진귀한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도 있었지요. 아침시간을 주도적으로 채워가면서 차오르는 에너지는 실로 엄청났습니다
5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겨우 눈만 뜨고 다시 잠드는 시간을 거의 6개월 가까이 보내면서, 아침형 인간은
이번 생애는 힘들다는 자포자기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리셋해서 일찍 잠을 청하는 것으로 방법을 바꾸어 보았죠. 이것 또한 쉽지 않더라고요. 10시에 잠을 자기 위해 누워도 좀처럼 말똥말똥한 눈망울, 핸드폰을 집어 들면 12시까지 금방 시간이 흘러버리고..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잠을 일찍 자는 환경으로 만들어 주는 게 필요했습니다. 저녁 8시 30분부터 1시간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했고(집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운동복을 장착했습니다. 가기 싫은 마음을 차단하기 위해서.. 처음에 한 운동은 스피닝이었는데, 운동량이 엄청나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의 실신 모드였어요, 격렬한 운동을 저녁에 하니까 잠을 일찍 자는 게 수월해지더라고요. 요즘은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때론 반신욕을 하기도 하고요) 몸이 노곤 노곤해지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핸드폰은 침대에서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고, 책 한 권을 들고 침대에 눕습니다. 그러면, 어느새 잠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더 이상 힘에 겨운 아침을 맞이하지 않게 되고 좀 더 주도적인 아침시간으로 채워지게 되는 기적의 순간을 만나게 된답니다.
허겁지겁으로 표현되던 저의 아침시간이 한층 여유로워진 건 다 수면 루틴에서 출발했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잘 먹는 것만큼이나 잘 자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참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서야 깨닫게 되었네요.
2. 식습관
미식가 인척 대식가 인척 하지만 유전적으로 취약한 위장 탓에(부모님 두 분 다 위암으로 돌아가셨지요) 먹는 것에 제약사항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늘 저의 이런 백그라운드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그나마 나이가 젊을 때는 잘 몰랐었는데, 확실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장기관들도 약해지는 것을 심하게 느끼고 있답니다.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있을라치면 제일 먼저 반응하는 것이 저의 소화기관들입니다. 소화가 안 되고, 체하고..
아무튼, 지금은 의식적으로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들은 피하고 봅니다.(아니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장바구니에서 빠지는 항목들은 밀가루, 가공식품들이지요. 우리 집 아이들은 자기 용돈으로 라면을 사다 끓여 먹습니다. 제가 사놓지 않으니까요. 과자도 마찬가지고요. 지금 저의 내장기관들은 점점 가공식품들에 발 빠른 반응을 하기 시작했고, 점점 탈이 나는 횟수도 많아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얼마 전 저는 소화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저의 체질 변화를 위해서 5일간 샐러드만 두 끼 먹는 식단을 감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이후 식습관을 더 강하게 의식하게 되었고, 스스로 촘촘하게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자 나이가 중년으로 접어들면 정말 100g 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에 반해 뱃살은 너무 허무하게 잘 붇기 시작한다는 거죠. 이런 현실 속에서 저는 샐러드 식단을 계기로 3kg이 감량되었고, 지금까지 잘 유지하고 있답니다.
지금은 아침과 점심 두 끼를 먹고, 저녁은 먹지 않습니다. 소화시키는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저녁에 잠을 잘 자기 위해서 그리고, 저녁에 운동을 하니까 저녁을 먹는 것이 부담이 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저녁을 먹지 않는 습관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식습관에 많은 영향을 미친 영화 '리틀 포레스트'(한국, 일본 총 3편을 모두 보았지요)는 요리에 대한 작은 기쁨과 의미를 깨닫게 해 주었답니다. 더 이상 무언가를 만들어먹는(손이 많이 가는 음식에 대한) 일에 시간과 품을 들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은 아이들에게 과자와 빵을 만들어주는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지요. 하는 일이 외식업인데, 정작 제가 먹는 것에는 너무나 소홀했었던 시간들이 참 후회가 되는 요즘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을 잊은 채 살아왔으니 말입니다
저의 엄마도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고 딸 셋을 식당을 하면서 홀로 키우면서 정작 본인의 식사는 소홀이 했고, 늘 약봉지를 곁에 두고 살면서 그렇게 본인의 건강에는 무심히 지내다 위암이라는 병으로 돌아가셨지요.
저는 30대 초반에 돌아가신 아빠와 40대 초반에 돌아가신 엄마에 비하면 지금 오랜 세월을 그래도 건강하게
잘 살아내고 있지만, 늘 안심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제가 스스로를 잘 돌보고, 식습관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항상 먹는 것에 긴장을 하고 살아야 할 운명이지만, 에라 모르겠다 비뚤어지는 순간들도 있답니다. 과식을 한다거나 술을 마신다 거나하면 어김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함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씩 일탈을 하는 식습관은 언제나 저의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3. 운동
그러니까, 제 생애 운동이란 친숙하지 않은 단어이고, 시간 부족이라는 당당한 이유 아래 묻혀 지내왔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어떤 계기가 찾아오죠~(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12년 전 둘째 출산 후 증가된 20kg의 몸무게는 좀처럼 빠지지 않았고, 6개월 동안 살을 빼기 위해 매일 두 시간씩 학교 운동장을 걸었지요~
그 이후 무언가 운동을 해서 땀을 흘린 적이 전혀 없었는데, 순전히 잠을 잘 자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엄청난 도전이었어요) 스피닝이었고(에라 모르겠다 일단 등록해보자~라는 심정으로~) 처음에는 죽을 맛이었는데(제 몸이 완전 나무토막이거든요),
2개월 정도 딱 참고하니까, 세상에나 3개월째부터는 재미있어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시간도 너무 잘 가고 땀이 땀이.. 그렇게 나는 겁니다~ 그때 제가 알았죠~ 땀 흘리는 운동의 매력을 말입니다. 5개월 정도 스피닝으로 체력을 다지니까, 등산도 가뿐하게 하게 되었고, 그러고 이사를 하면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사한 집 앞에 호수가 있는데, 호수 주변으로 달리기 트랙이 너무 잘 되어 있더라고요~ 이것 역시 환경이 만들어지니까, 좀 더 수월하게 습관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중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었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를 듣지 않아도 된다' 정말 가슴을 탁 치는 말이더군요~
처음에는 호수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산책을 하는데
학생들이 저를 앞질러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 순간 저도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들더군요~ 영화 '아워 바디'에서 주인공 자영이 어느 날 우연히 달리는 현주의 모습에 동화되어 달리기를 시작한 것처럼 말이죠~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얼마 달리지도 않은 것 같은데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처음 마라톤 참가라는 은근히 큰 목표를 세웠는데, 이건 바로 접어야 할 것만 같았죠. 그러나, 매일 달리다, 걷다를 반복하는 시간의 합이, 조금씩 달리는 구간이 길어지는 결과를 안겨 주더라고요~ 역시 꾸준함이 답이었습니다. 달리기를 통해 계속하는 것,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 단련해야 할 시간들이 많아야 하지만, 정말 꿈 도꾸지 못했던 내생에 마라톤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조심히 심어봅니다.
웬디 우드의 'HABIT'중 ' 올바른 습관은 종종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의 패턴을 규칙적이고 안정적으로 조율하고 어딘가에 깊이 몰두할 수 있게 도와준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몰입하기 위해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도전했고, 하루하루 건강한 습관으로 채우기 위해 애쓰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