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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Mar 12. 2022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를 지켜본다는 것은

 나름 의무를 가지고 참여하는 국민투표는 ‘나 역시’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에 참여한다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동안 스스로 정의한 '정치'는 특정한 사람들이 권력을 사용하여 국가의 여론들을 좌지우지하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며칠 전에 끝난 대선에서 투표를 하며 대한민국 헌법 제1장 1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말을 실감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내 생각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여론에 슬그머니 정치를 멀리 했던 과거를 후회하며 정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인간은 사회 속에서 관계를 이루며 공적인 관계를 이루며 사는 존재’라고 해석된다. 다시 생각하면,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고 단순하게 정의 내린 말인 것도 같고, 좀 더 공적인 관계를 만들어 보라고 의뭉스럽게 재촉하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살았던 고대 그리스의 국가체제를 생각하면 그런 의심이 구체화된다. 그의 국가는 ‘폴리스’라 불리던 여러 도시 국가들이 모여 만든 동맹 국가 체제였다. 한 명의 왕이 강력한 권력을 사용해서 지지고 볶으며 백성들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 개개인이 ‘감 놔라 배 놔라’하며 직접 국가의 국론을 좌지우지하던 시기였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필요했을 까?


 폴리스 시민인 유명인사 페리클레스의 말에는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에 대한 불평불만이 가득 숨겨져 있다. 그는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며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대놓고 까발리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시기는 모든 일을 서로 토론하고 투표했다. 아무리 권력이 강한 사람도 ‘도편 추방제’로 한 순간에 그 나라에서 추방될 만큼 개인의 권력이 독점되지 않았고 모든 시민들의 의견 하나하나가 다 소중했다. 정치 참여는 바로 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페리클레스의 푸념이 이해가 간다.


 오늘날의 정치 참여는 고대 그리스의 정치참여와 성격이 좀 다르다. 현대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사회라 모두의 의견을 다 수렴해서 일을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국민들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 시의원을 뽑아 본인의 권력을 이양한다. 가끔은 그들이 진정으로 국민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는 하다. 그런 정치인들을 여러 번 접하다 보면 국민들은 어느새 정치를 멀리하게 된다. 오늘날 페리클레스가 다시 등장한다면,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쓸모없는 인간’으로 주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기적이다. 자신의 생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공적인 일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고대 그리스 성인 남자들이야 노예들이 일을 다 해 주니 자신들은 정치 참여할 여유가 었지만, 현대 사회에서 그런 적극적인 참여가 어디 쉬운가. 그래서 우리는 정기적으로 투표를 해서 우리 대리인들을 뽑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분들은 정치판만 들어서면 자신들을 뽑아준 사람들의 염원들은 홀라당 다 잊어버리고 본인들만의 전쟁으로 접어든다. 참 이상한 일이다.


 분명 정치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비로소 집중할 수 있다. 페리클레스가 오늘날의 국민들을 보며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답답하게 여겨진다면 왜 그들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짜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정치를 외면했는지, 아니면 현재 진행되는 정치 행태가 답답해서 정치를 멀리했는지를 말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 전에 끝났다. 사상 최고의 국민 투표율에, 가장 근소한 차이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며칠 동안 대선을 평가한 신문들을 살펴보며 한 나라에서 이렇게 극명하게 여론이 나뉘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지역마다, 성별마다, 연령마다 새 대통령에게 서로 원하는 바가 달랐다. 혼란스러웠던 대선 유세를 바라보며 국론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을 것이라고는 이미 짐작했지만, 이렇게 두 갈래로 분명하게 나뉠지는 몰랐다. 그래서 새로운 구성될 새 정부의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새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합치와 협력’을 약속했지만, 어떤 식으로 이 모든 분열들을 봉합할지 모르겠다.


 고대 그리스의 페리클레스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꾸짖었던 말을 떠올리며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시 생각해본다. 그동안은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정치를 멀리하며 잘 살펴보지 않았다. 정치보다는 생업이 먼저였고, 내가 목소리를 낸다 한들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투표권’은 비록 하나였지만 그 표들은 모여 거대한 여론의 물결을 만드는 것을 보며 정치에 대한 한 목소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내가 이런들 세상을 바뀌지 않을 거야’라며 먼저 포기하고 절망하며 정치를 외면하고 싶지 않다. 시민으로,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새삼 깨달으며 앞으로의 정부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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