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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Mar 21. 2022

대통령의 일터

‘일터’라는 말에는 다양한 의미와 감정들이 담겨 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직종이 있는 만큼 그 일의 성격에 따라 일터는 다르다. 주로 창조적인 일을 하는 프리랜서의 경우는 먹고 자고 하는 집이 바로 일터일 것이고, ‘화이트칼라’라 불리는 회사원들은 사무실들이 즐비해 있는 건물이 바로 그들의 일터일 것이다. 밭, 논, 바다, 산, 공장, 방송국 등등 세상에는 다양한 일터들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이 일터로 가면서 ‘일하러 간다’로 내세우지 않는다. 그저 일의 일환이요, 삶의 연속이라 너무나 당연하게 오고 간다. 일터는 항상 그곳에 세상의 돈과 사람들의 노력과 땀과 스트레스가 요동치는 그곳에 존재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일터, 특히 대통령의 일터는 좀 다른 걸까?


 요 며칠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용산에 있는 국방부 거처로 옮기겠다고 밝혀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 이전 비용이 ‘1조’라고 했다가 ‘5천억’이라고 하는 등 여당과 야당에서 계속 설왕설래 중이다. 문제는 윤 당선인이 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선언했느냐에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거처와 집무실을 오가며 국민과 언론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이른바 ‘불통’의 정치를 없애겠다는 것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주요 골이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집무실로 쓰였던 청와대는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너무 안쪽에 붙어 있어 그동안 국민과의 소통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소통이 문제였다. 하지만 대통령의 집무실을 옮긴다고 앞으로 국민과의 소통이 잘 이루어질 수 있을까?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돈을 모아 새로운 집을 알아봐서 계약해야 하고 지금 사는 집의 허다한 짐들을 쏙쏙 찾아내 모두 버려야 한다. (실제로 마다 쌓이는 짐들이 엄청나다) 게다가 새집을 이사하기 위해서 이사 업체도 알아봐야 하고 인테리어 마음에 들게 바꾸는 작업 필요하다. 이사를 다 하고 난 뒤에도 일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 그다음부터는 정리, 정리, 정리. 정리의 연속이다. 하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원하는 집이 있다면 당연히 옮길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이전의 자유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은 좀 다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리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요동을 쳐서 커다란 폭풍우로 다가온다. 마치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처럼 말이다. 이처럼,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지도자로서의 상징성과 존재감이 엄청나다. 그래서 국민은 그동안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구중궁궐’처럼 꼭꼭 숨어 있어도 별말 없이 받아들였다. 매일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을 올리며 툴툴거릴지언정 ‘청와대’의 의미만큼은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그 생각마저 한꺼번에 뒤흔들고 있다.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이 필요할까? 현재 대통령 집무실로 쓰이고 있는 청와대는 경복궁 안에 있는 건물이다. 이곳은 일제의 조선총독부, 미군정의 관저이었고,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계속 사용된 대통령 관저다. 돌이켜 보면 청와대는 굴곡 있는 대한민국의 역사의 흐름을 그대로 겪으며 국민 곁에 자리를 잡은 셈이다. 이런 국민의 굳어있는 관념을 깨고 새로운 의식을 불어넣고자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주장했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는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 집무실 이전이 꼭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문제는 그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과정이다. 이 소동이 너무나 뜬금없이 다가오는 이유는 아마도 어느 국민도 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온 국민과의 소통 부재다. 윤 당선인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다고 공언하면서도 왜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묻지 않는 걸까? 지금 국민 여론이 시끄럽고 상반되는 언론들이 피 터지게 싸우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 그의 행보는 그 옛날 절대왕정에서 왕의 기분에 따라 한 나라의 천도를 결정하는 제왕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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