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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May 05. 2022

나이가 들어도 칭찬을 받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칭찬받는 게 좋다. 말 그대로다. 소소한 말, 따뜻한 배려, 관심 어린 눈빛, 등등 이런 사소한 칭찬들은 나를 온종일 춤추게 한다. 자꾸만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소소한 칭찬과 작은 관심을 건네는 것은 이런 의도 있는 소망이 꿈틀거린 탓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편이 누누이 강조하듯이, 사람들은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세상과 관련된 특정한 사람들 이외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솔직히 세상에 관심을 가질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까지 어떻게 호기심을 갖겠는가. 만일 길을 가다가 많은 사람들이 온종일 당신만 바라본다고 느꼈다면, 그건 당신의 오만일 뿐이다. 아낌없는 관심의 샤워가 집중되는 시기는 주로 어린 시절이다.


  나 역시도 어릴 때 책을 좀 본다는 아이들이 그렇듯이, 책을 읽거나 글 쓸 때 칭찬을 꽤 받았다. 별걸 아닌 글을 적어도, 책 제목만 말해도 학교에서 종종 호기심 어린 눈길을 받았다. 그렇다고 나 자신이 책을 유달리 좋아하고 엄청나게 글을 잘 쓰는 문학소녀도 아니었다.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던 친구 틈에서 아주 조금, 희한하게 돋보였을 뿐이다. 배고픈 사람이 새까맣게 탄 토스트들 틈바구니에서 덜 탄 토스트를 발견한 상황? 한마디로 교실에서 선생님이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의 반응을 기다릴 때 책 제목 하나라도 읊조리는 아이를 발견하고 반색했을 그런 상황이다. 아무튼 그 당시에는 칭찬을 좀 받았고 그 관심에 힘입어 어린 시절의 나는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이제 어른이 된 지금, 생각보다 어린 시절처럼 칭찬받을 일이 별로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와 성장은 정비례한다고 생각하는 양, 어른이 된 이후 하는 일들은 모두 신기하지도, 독특하지도 않은 그냥 일상이다. 먹고살기 위해 해야 하는 보통 일들 말이다. 한 마디로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아주 특별한 일을 제외하곤 칭찬을 잘 건네지를 않는다. 하긴 평범하게 걷고 소소하게 이야기 나누는데 하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와, 오늘 정말 멋있다”라고 말한다면, 바로 그 말을 한 사람의 의도가 의심스러울 것이다.


 그런 탓에 보통 본인의 가장 큰 격려자이자 비판자는 바로 자신이다.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는 모든 창조의 분야에서 말이다. 사실, 글을 쓸 때마다 드는 '자기 검열'은 창작의 의지를 꺾는 최악의 요소임을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종종 이 버릇을 버리기가 너무 어렵다. 글을 쓰기 전에는 이 주제로 써도 좋을까 고민한다. 글을 적는 도중에도 순간 떠오르는 문장과 단어의 행렬들이 너무나 맘에 들지 않는다. 다 헛소리인 것 같다. 글을 다 쓰고 난 후에도 오타와 엉성한 글의 구조가 보인다. 온종일 그 글만 신경 쓰여 계속 들여다본다. 그렇게 고치고 또 고치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면 후닥닥 글을 올리고는 그냥 자 버린다. 바로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보가 발동한 것이다. 의외로 이런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무수한 유명 작가들은 ‘일단, 우선, 먼저 쓰라’고 부르짖는 이유다. 우선 꾸준히, 열심히 쓰라고 당부한다. 사람들이 가진 글쓰기 재능과 실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며 그냥 무조건 성실히 쓰라고 말한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계속 고민하며 글을 쓰고 있을까?


 요사이 내 안에 내재된 자기 검열이 나를 자꾸만 괴롭힌다. 지치지도 않은 열정으로 다양한 이유를 대며, '언제까지 글을 쓸 거니? 이제 그만해라.' 외친다. 지금까지는 그런 말들을 코웃음을 치며 무시했지만, 요즘은 좀 흔들린다. 내 안의 자기 검열이 점점 내 나이와 현실을 자꾸만 들먹이는 까닭이다. 예전 같으면 무시했을 그런 말들, 왠지 설득력이 있다.

‘그래, 지금 내 나이에 무슨, 이제는 좀 그만할 때가 되었지.’

‘그래도 아쉬운걸?’

‘지금 네가 그걸 할 시간이 어디 있어? 아이들은 생각 안 해?’

‘그래도......’


 이제는 꿈은 말 그래도 꿈으로, 현실은 현실 그 자체로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는지 자꾸만 나를 되돌아본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10년 전, 아니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고 마음이 든다. 솔직히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딱히 과거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시간을 거슬러 간 ‘과거의 나’ 역시 지금껏 경험했던 것처럼, 수많은 부정적인 말과 비난의 파도 속에서 깨지고 다듬어지며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다. 한 마디로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렇게 남의 칭찬을 갈구하고 자꾸만 자기 검열에 빠지는 것은 꽤 피곤하다. 언제까지 나는 이렇게 휘둘려야 하나? 이제는 마음의 닻을 내리며 좀 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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